요즘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로 다양한 UCC를 제작해보게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영어 원서 <The Teammates>와 <The Help>를 읽고 그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하게 하는 숙제를 내주어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영상을 제작 하였습니다. 어떤 학생은 시나리오를 만들고 어떤 학생은 배우가 되어 연기를 하고 또 어떤 학생은 편집 및 촬영을 맡아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디어 각 조별로 완성된 작품을 공개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로 서로 열심히 만든 작품이란 것을 알기에 집중하여 다른 조의 작품을 감상하는 눈망울에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조하게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UCC 제작을 한 학생들의 노력을 알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 지도 해보는 UCC제작 활동을 통해 몇 가지 소중한 깨달음을 얻어 그것을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학생들은 영상물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활동을 상당히 잘 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다양한 전자기기를 다루어서일까요? 상당한 수준의 편집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컴퓨터 활용 능력도 좋아서 편집도 자연스럽게 잘 하고, 자막도 눈에 쏙 들어오게 처리하고 다양한 배경음악을 넣는 등 영상물이 너무나 고급스러워서 아마추어가 만든 것이 맞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을 보여주는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학생들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겪는 차별, 학벌에 의한 차별, 인종에 따른 차별, 성적으로 인한 차별, 장애인과 정상인의 차별 등등 사회의 여러 민낯이 드러나는 장면을 보고 있지나 어른으로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반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영상 속에서 주인공이 사회적인 차별을 겪다가 힘들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결론을 맺는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학생들이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는 흉내를 내는 등의 연기를 하여 사회적 차별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회에 영향력이 많은 유명인의 자살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학생들은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고 너무 힘들면 자살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영상을 보고 나서 학생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해 주어야 할지 망설여졌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5.6명으로 하루 평균 36명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지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녀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학교 및 학교 밖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한 자녀는 가정에서 위로를 받고 싶어합니다. 그런 자녀를 부모가 성적으로 무시하거나 짜증스럽게 대한다면 자녀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까요? 사회도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살을 예방하는 상담 및 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지나친 경쟁이나 비교하는 문화를 걷어 내고 화합과 나눔, 배려가 묻어나는 사회 분위기 형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조회시간에 들어가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하나하나 모두 멋지고 개성이 넘칩니다. 이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생각해보며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됩니다. 부디 모두가 건강하게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꿋꿋하게 살아가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 세상 소풍을 마무리 하면서 자신이 바라던 대로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우리 나라 평균 자살율이 하루 36명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수네요. 이들의 가족과 친구, 이웃들을 생각하면 매일매일 충격과 슬픔에 빠질 사람들 수가 더 많아지네요. ㅠㅠ
마지막에 쓰신 바램처럼 '바라던 대로 행복하게 살았다...' 누구나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어서 와야 할텐데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주 물어보고 그런 삶을 응원해주며 존중해주는 말을 자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이는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란 것을 잊지 말았음 합니다. 다시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