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초유의 온라인개학 사태를 겪으면서 학교의 필요성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온라인 개학이후 학교의 중요성을 다시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학교의 온라인수업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예로 들며( 무크, 미네르바 스쿨 등)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학교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온라인수업에 대한 흥미로운 신문 칼럼을 읽었다. ‘미국의 교육평론가 제프리 셀링고가 2014년 펴낸 <무크U:온라인 교육의 중도포기이유>에서 무크의 실제 성과를 점검 해본 결과 무크는 학습동기가 강하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5%의 자발적 학습자들에게만 효과적일 뿐, 대다수의 학생에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내용이었다. 칼럼을 읽고 온라인 수업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오래전 온라인학교(?)를 직접 경험한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전 독박 육아로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나는 이 위기를 잘 넘기기 위해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 방통대 편입이었다. 이때 학과를 선택하면서 졸업 후 재취업이나 어떤 이익이 될 만한 학과가 아닌 오로지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입학하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방통대를 장학금 타고 다녔고, 2년 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그 ‘학습동기가 강한 자발적 학습자’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외에 내가 그럴 수 있었던 다른 이유를 하나 꼽자면 스터디그룹이다. 방통대가 워낙 혼자 공부해서 제때 졸업하기 어렵다보니 스터디모임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는 선배였고 동기였다. 우리는 주1회 모여서 같이 공부도 하고, 서로 격려도 하면서 함께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곳에서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온라인수업의 성공은 강한 내적동기와 자발성 외에도 그 내적동기를 자극하고 학습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배운 것들을 서로 나누면서 배움을 더 확장할 수 있는 동료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런 역할을 어디서, 누가 해줄 수 있을까? 나는 학교에서 교사가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의 경험은 단순히 초,중,고 학교의 모습 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평생교육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평생 직장’은 없어졌고, 이제는 ‘평생 직업’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과 함께 평생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왔었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마치 평생직장이 가능한 사회에서 살아갈 것처럼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내가 스스로 살아가는데 무엇을 더 배우고 어떤 방법으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과 같은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속에서는 그런 능력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과 같은 입시위주의 교육 속에서는 아이들에게 조기 진로선택을 강요할 수밖에 없고, ‘어린 나이에 선택하는 대학과 전공이 너의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어른들의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고민해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게 만든다. 이후 어찌 어찌 들어 간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은 다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방황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특수전문직을 제외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학전공과 상관없는 일들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현실이다.
나는 우리사회가 평생직업과 평생교육의 시대에 맞게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온라인 수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피나는 경쟁을 통해 얻은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나 시험을 통해 얻은 자격만이 정당하며, 그 외에는 모두 무임승차이자 편법이며 정당하지 않다는 사회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더 이상 어릴 때부터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피나는 노력으로 끝없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이며 다른 길은 없다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9년 미국의 교육전문가 찰스 파델, 버니 트릴링은 <21세기 핵심역량>에서 미래 사회의 핵심역량을 ‘창의력, 소통능력,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이라고 했다. 또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에는 글로벌 기업의 인사∙전략 담당자들이 뽑은 2020년 기업의 직원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 10가지 중 1위는 복잡한 문제 해결능력, 2위 비판적 사고, 3위가 창의성을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들은 모두 개관적 시험 통해 점수로 평가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어쩌면 객관적 평가를 통해 점수로 줄세우기가 가능한 능력은 앞으로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점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터>에서 예언가가 주인공의 살인을 예언했지만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의지로 예측된 살인을 멈춘 것처럼 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미래 예측이 더욱 불가능해졌다고들 한다. 그리고 미래 예측이 틀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인간의 자율성과 가변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더욱 인간의 의지, 즉 인간이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결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첫댓글 온라인교육의 중도 포기 이유, 설득력있네요. 평소 느끼던 문제의식과도 비슷하고요.
저는 이 세상이 전문가? 혹은 사회에서 회자되는 예측과 우리의 두려움보다는 느린 속도로 변한다고 느껴요.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좀 엉뚱한 방향으로 변한다고 해야 하나. 어떤 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살고 싶은 세상을 오늘부터 사는 것으로 시작하는 수밖에요.
참,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갖고 싶은(현재도 갖고 있는) 평생직업을 이렇게 표현해봤어요.
'변화를 돕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