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나 사표 쓸거예요!”
몇 달전 딸이 오랜만에 집에 와서 우리에게 폭탄 아닌 폭탄을 투하했다.
이유를 물어보았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복잡한 속내가 많았으리라 짐작되는데 딸은 우리에게 좀 쉬고 싶다고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딸은 대학교 1학년 한 학기를 채 마치기도 전부터 자신의 전공과도 관련이 있고 관심이 있는 일의 인턴을 시작하여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학교와 일을 병행하며 지냈다. 졸업 이후 원하는 곳에 바로 취업이 되어 지금까지 쉬는 시간없이 일을 해왔다.
그래서 딸의 쉬고 싶다는 말이 가볍게 여겨지지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의 불안을 뒤로 하고 딸에게 잘 결정했다며 딸의 결정을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주 부터 딸은 얼마의 기간일지 모르는 쉼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나는 부모로서 또 얼마일지 모르는 시간 동안 묵묵히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의 기다림의 시간 동안도 힘듬이 동반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면서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딸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까지 잘 기다리자고 나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만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딸의 쉼의 시간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물론 빠른 시간내에 눈에 보이는 어떠한 결과를 원한다기 보다는 정신적으로든 마음적으로든 자기 스스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깊이를 통해 그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길가 풀은 눈에 보이기만 하는 위로 자란 줄기의 높이 보다 아래로 자란 뿌리의 깊이가 그 생명력을 결정한다.
길가의 풀들도 이러하듯 아래로 파고드는 깊이 없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만을 쫓아 위로만 성장하려는 사람은 어느 순간 반짝 높이 자랄 수는 있지만 성장한 높이를 지탱할 수 있는 깊이가 없어서 쉽게 무너지리라 생각된다.
결국 성장할 수 있는 높이는 성장하기 위해서 아래로 뻗은 뿌리의 깊이가 좌우하지 않을까.......
아래로 깊이 뿌리를 내려야 결국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높이로 상장할 수 있다.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노력은 위로 줄기와 가지를 뻗어나가려는 노력보다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뿌리내리기를 포기한다면 성장의 가능성도 함께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뿌리 없이 줄기 없고, 줄기 없이 가지 없고, 가지 없이 꽃을 피울 수 없고, 꽃 없이 열매가 없는 것처럼.
그리고 흔들림을 줄여가며 흔들리지 않으려면 깊이 파고 들어야 한다.
파고들기 전에 옆으로 뻗거나 위로 올라가기만 하다보면 무너지기 쉽고 이러한 상태로 무너지면 회복하기도 어렵다.
파고든 깊이의 내공이 옆으로 뻗을 수 있는 넓이를 결정하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를 결정한다.
그래서 우선 깊어져야 하고, 깊이 파고듬이 옆으로 확장할 수 있는 넓이를 결정하고 위로 상장할 수 높이를 결정한다.
그래서 딸의 쉼의 시간이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깊이 뿌리를 내리는 성장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물론 어떤 뿌리를 어떻게 내릴것인가는 전적으로 딸의 선택과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
다만 나는 나 또한 무엇을 파고 들고 있는지, 파고들기 전에 쉽게 위로 올라가려한 것은 없는지를 돌아보고 나의 성장을 위해 뿌리를 깊게 내리는 모습을 행하려 노력하고자 한다.
이런 나의 모습이 나의 백 마디 말보다 딸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되리라 믿기에.....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하기에 부모로서의 기다림과 지지가 더 빛을 발해야 할 것 같다......
첫댓글 어떤 뿌리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는 전적으로 딸의 선택과 몫이라는 말씀... 이 글을 따님이 읽는다면 큰 감동 받을거 같아요... 나의 선택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지지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뿌리 내리는 시간이 두렵지 않을거 같아요..^^ 생각 나눔 감사합니다~
멋지네요. 깊이 뿌리 내림이 없이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죠. 저도 내 삶의 뿌리를 잘 내려 볼께요. 아이의 뿌리 내림애 간섭하기보다 나부터 제대로 실천하는 모습 보이도록....내 삶을 잘 살고 싶네요.
학원을 보내는 대신 집에서 시키는 학습이 겉으로 성과가 나지 않아서 답답할때가 많은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겉으로 표시나는 성장이 아니라 속으로 깊어지는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었던 것이죠.^^
두려움이 몰려올때 한번더 힘낼 수 있는 지혜를 얻어갑니다. 감사해요~~
아침 등원시간에 둘째딸 서툰 신발신기에도.. 나서서 얼른 해치워 버리고 싶어 손가락이 꼼질꼼질하는데.. 부모로서도 이제 겨우 몇해 지난 제가 저렇게 단단한 믿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ㅜ.,ㅜ
맞아요. 그런 경우 많지요. 차라리 내가 해버리면 쉬운데... 기다리자니 속 터지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부모는 아이와 같은 나이인것이죠. 아이가 7살이면 부모도 7살! 서서히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부모인거죠. 언젠가 후배맘들에게 이야기해줄 날이 올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