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내 차례가 되었다. 해야 할 일들은 이렇듯 어김없이 돌아온다.^^;; 피할 방법은 없다. 일주일 내내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할 이야기가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서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 뭘까? 하고 생각해봤다.
정리정돈.
1. 옷장정리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이제 겨울옷으로 옷장 정리할 시기가 되었다. 한참 성장기인 아이들이고 주중에는 거의 교복을 입기 때문에 아이들 옷은 별로 없다. 학원이라도 다니면 몇 벌 더 필요할 터인데 그것도 아니니 우리 집 아이들에겐 딱 필요한 옷 몇 벌 외에는 옷이 없다. 옷장 정리를 할 때마다 지난 일 이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은 고민 없이 다 버린다. 해마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꼭 필요한 옷이 아니면 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별로 옷을 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년 버릴 옷들이 생겨나는 걸 보면 너무 많이 쟁여놓고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군살정리
8월에 건강검진을 하고 별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결과지를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운동을 하는 것이고 식사량을 줄여 살을 빼는 것이었다. 요가를 등록했다. 학창시절 제일 싫어했던 수업이 무용인 것을 생각하면 나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내 몸에 너무 무신경 했던 것에 대해 벌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한 달에 2킬로그램씩 감량 계획을 세웠다. (성공하면 남편이 매월 20만원을 준다는 데 나는 이걸로 뭘 해야 할까? 지금까지 아무 말 않고 있더니 20만원이나 준다고 하는 걸 보면 남편도 내가 살빼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추석연휴를 지내고 불어진 몸은 나에게 그만 쉬고 싶다고 계속 저항을 했지만 하루 만보 이상 걷기, 요가 하기, 하루에 한 번 이상 계단으로 집에 오기(우리 집은 17층이다.^^;;), 두 숟갈 적게 먹기를 실천했더니 2주 만에 벌써 2킬로가 빠졌다.(그동안 도대체 난 내 몸에다 무슨 짓을 한 걸까?^^;;) 실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을 먹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몸이 조금 가벼워진 만큼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짐을 느낀다.
3. 책상정리
거실 한 가운데 테이블. 그 위에 붙박이장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독서대. 책을 올려놓아야 하는데 이미 이런 저런 종이들이 모여서 두툼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몽땅 꺼내 보았다. 잘 챙겨 놓는다고 하나씩 두었던 것들인데... 거기 두고선 한 번도 찾을 일이 없었던 것들이기도 하다. 아이들 학교 안내장, 공연리플릿, 엽서, 쓰다만 편지, 메모하던 이면지, 문화상품권(득템이다^^;;), 영수증... 모조리 치우고 나니 책이 가뿐하게 올려 진다. 있어야 할 것들이 자기 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 정리의 기본이다.
4. 시간정리
스마트폰이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는 것에 내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고 있다. 책을 읽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에 검색을 하거나 다이어리를 펼쳐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핸드폰으로 다른 정보들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나는 내 시간을 허비한다. 조그만 수첩을 하나 마련했다. 오늘 해야 할 일, 사야할 것, 기억해야 할 일 등을 적는다. 최대한 기억을 끌어 모아서 적어야 할 시간에 다 적는다. 그리고는 수첩을 덮고 핸드폰으로 알람을 설정하고 그 시간만큼은 내가 하기로 한 일에 집중한다. 그렇게 시간을 정리했더니 10월 한 달 동안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모비딕, 몬스터 콜스, 제인에어, 보다, 읽다, 말하다, 오직 두 사람, 로마인 이야기4,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감정은 언제나 옳다, 이반일리치의 죽음, 체르노빌의 아이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는 것이 아니었다.
5. 잔소리 정리
중1, 중3 아들들의 아침기상시간이 갈수록 늦어진다. 늦게 자는 것도 아닌데(10시 30분에는 잠자리에 든다^^;;) 7시 반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한다. 씻고 8시에 밥을 먹는데 입맛이 없단다. 그 모습을 보면 아침상 차리기가 싫어진다. 아침 반찬 신경 쓰고 먹으라고 잔소리 하는 대신 아침 메뉴를 김밥으로 바꿨다. 따뜻한 밥만 하면 냉장고 속 재료로 뚝딱 김밥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은 등교 준비를 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는다. 잔소리가 줄었다. 김밥을 싸다보면 속 재료들을 조금 씩 더 넣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김밥 옆구리가 터져 버리거나 잘 말아지지가 않는다. 무엇이든 과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나쁘다는 것을 다시 또 생각한다. 뭐든지 적당하게.
첫댓글 내얘기...내얘기.... 싶네요. 정리정돈을 큰 딸에게 시키려고 잔소리 폭탄을 쏟아내는데...왜 안될까?! 나 때문인가?? 밤11시 넘게 움직여도 정리가 안되는 엄마 닮았나?! 싶어요. ㅠ.ㅜ
많은 부분에서 공감되는 이야기에요.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정리해 나가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감하고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잔소리 정리.... 마음에 들어요.^^ 어떤 말이 잔소리가 될까... 생각해봤어요. 저와 여든 되신 친정맘 사이에도 이 잔소리가 있답니다. 저와 친정맘 사이에서 잔소리라고 여기는 것을 돌아보았네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앞서서 여러번 말하는 것.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조언들이네요.
잔소리 이야기가 나오니 또 하나 생각났어요. 올초에 제가 나가는 지역모임에서 '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뭘까? ... 우선 조언을 구하지도 않는데.. 조언이랍시고 이야기 하는것? 조언을 구하고 듣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우선 있어야 하는데... 너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며 하는 조언은 오직 잔소리일 뿐이란 생각입니다... 멘토는 조언을 얻고자 할때 적절하게 조언해주는게 아닐까요? 또 하나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내지는 잘못되었다, 어리석다는 마인드를 기저에 깔고 있다면... 그것은 꼰대이다란 생각?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내가 아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수용성, 나의 생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그
@한결같은승연 또 하나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내지는 잘못되었다, 어리석다는 마인드를 기저에 깔고 있다면... 그것은 꼰대이다란 생각?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내가 아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수용성, 나의 생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그런 마음, 스스로를 늘 되돌아 보고 성찰하는 자세와 다름을 인정하는 똘레랑스가 있다면 멘토.. 그래서... 꼰대는 입 / 멘토는 귀!!! 말하기보다 잘 들어주는것이 중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