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1학년, 3학년 형제를 둔 엄마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세상을 바라볼 때 하나의 창이 더 생기게 되었다. 사회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보았던 세상과는 참 다르다. 그 때 나는 집에 가는 길 친구들과 먹는 떡볶이 한 접시에도 행복했었다. 우리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도 나만큼 근심걱정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이들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엔 걱정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아마도 더 그러리라 생각한다.
3년 전 세월호사건은 우리 온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그 중에서도 그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날은 내가 활동하던 협동조합 사무실의 이삿날이었다. 대충 정리하고 점심 먹으로 식당에 갔는데 속보가 나왔다. 무심히 보았고, 별일 없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별 일이 생겼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로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또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독서치료를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받는다. 마음에 들었다. 책이 다르게 읽혔다. 등장인물들에게 나를 대입시켜 보기도 하고 유난히 맘에 걸리는 인물이 있으면 왜 그런지 골똘히 생각해 보게도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은 자신이 타고난 성향대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각각의 성격유형이 좋다, 나쁘다 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르다는 것이다. 그 다르다는 것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그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 순간부터 그 다름은 더 이상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관계 속에서 생긴다. 그리고 다름은 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만약 나와 똑같은 아바타와 둘이서 한 집에 산다고 하면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아마 일주일도 못 살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함께 살기엔 참 피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관계의 문제는 다름 때문만도 아니다.
그럼 문제는 무엇 때문에 생길까? 내가 생각하기에 모든 문제의 원인은 욕심 때문에 생긴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은 욕심. 그러니까 욕심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 욕심...욕심 중에서도 가장 크고도 버릴 수 없는 것이 아마 자식에 대한 욕심일 것이다. 이것은 따로 의식하지 않으면 절대 내려놓기가 어려운 것 중에 하나다.
독서치료 수업을 하면서 그리고 간간히 세월호를 떠올리면서 3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아이들에 대한 욕심 100중에서 10도 버리질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변화는 있다. 내 시각의 중심이 아이들에게서 나에게로 옮겨 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내 감정은 매일매일 파도를 친다. 가끔 해일이 되기도 하고 폭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수면은 계속 상승한다. 예전에 나를 분노하게 하던 것들 중 여러 개는 그 수면 아래로 잠겼다. 내 수면이 호수처럼 고요하게 되는 일은 죽는 날까지 불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의 수면이 오늘 그리고 내일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만족 시킨다. 아마도 머리 하얀 할머니가 되었을 땐 지금 보다 더 많은 일들을 웃어넘길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나에게 집중한 탓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뭘까? 내가 잘 하는 일은 뭘까? 난 뭘 하면 행복할까? 독서치료를 하면서 책 읽기가 재미있어 졌고, 읽은 책의 숫자가 많아지니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내 서평을 읽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니 또 행복해 졌다. 그러던 중에 상담넷을 만났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함께 공감해 주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고, 고민해 보는 것. 그래서 그것을 글로 적어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의 마음에도 전해지는 것. 그것이 내가 만난 상담넷이다.
상담글을 올린 사람들은 답글을 읽고 감사해 한다. 나는 그들이 남기는 감사의 댓글에 또 감사하다. 내 마음이 전해진 듯해서 이고, 세상이 삭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볼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 공부하느라 바쁜?^^;; 아이들이 나에게 말한다.
“엄마는 맨날 엄마 하고 싶은 것만 해? 엄마가 보고 싶은 책만 보고~ 엄마마음대로 시간도 다 쓰고~”
그래서 나도 말한다.
“그건 너희들 눈에 엄마가 사는 게 좋아 보인다는 말이지? ^^엄마도 기쁘네~ 그럼 너희들도 엄마처럼 너희들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아~”
상담위원 helen
첫댓글 엄마인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도 봤는데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주변의 질책과 아이들의 불만으로 왜 죄책감이 생기는지.. 오늘도 무엇이 절 불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중딩엄마라 아이들 왜 학원도 안보내고 저리 두느냐고 질책^^;; 을 듣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불만도 있을 수 있죠. 전 그럴 때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 불안은...글쎄요...지금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불안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
"내 시각의 중심이 아이들에게서 나에게로 옮겨 왔다는 것" 에 동감해요.
아이들이 어릴 땐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행복하게 사는 내 등을 보여주는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합리화 일수도 있겠지만^^;; ㅎ
@helen 엄마의 뒷모습, 아빠의 뒷모습... 아이들은 그 뒷모습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자신의 삶을 상상하겠죠~^^ 저도 공감합니다~~
@꿈꾸는 지현 그게 제가 생각하는 딱. 그 만큼의 한계라면 한계 같기도 해요~
우리 아이들은 부모를 넘어서는 세상을 살아야 할 것 같은데 ~ 전 미래 사회가 도무지 상상이 잘 되질 않네요^^;;;;
선생님~ 글 읽으니 공감공감. 저와 비슷한 삶을 살고 계서서 더 반가워요^^ 엄마가 행복하고 엄마의 성장이 젤 큰 아이들을 잘 키우는 힘이라 말하고싶습니다
공감해 주시는 분을 만나니 저도 기운이 불끈불끈. 하네요^^ ㅎ
사실 오늘 아이들 학교 엄마들 만나고 와서 기운이 쪼옥 빠져있었거든요~
내 자식이지만, 아이는 내 분신이 아니라 타인이란 걸 인정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ㅜㅜ
맞아요. 저도 그 부분이 진짜로 어려운 것 같아요..
ㅜㅜ
엄마의 행복과 아이의 행복,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엄마가 행복하게 살면서 아이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ㅎ
제 딸은 7세라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보다는 엄마가 웃으며 자기에게 집중해 주길 더 많이 바란답니다...
저도 큰 아이 7살에 유치원 보내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처음 가져본 것 같아요~
그 해 봄.. 길가의 제비꽃 한 송이도 남다르게 보였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한층 여유로와 질 것 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