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지방에 계시는 엄마를 생각하게 되고 살짝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는 달이다. 어릴 적에 나는 착하고 순한 딸이었고 스무 살이 되어서 부터는 엄마에게 “넌 좀 생각 하는 게 이상하다” 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 엄마랑은 안 통하는 막내딸이 되었다.
결혼하고 서울로 와서 혼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엄마처럼 안해야지!’ 결심을 하고 나름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혼자 독박 육아는 힘이 들었지만 품앗이 육아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좋은 엄마가,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했고 주변에서 두 살 터울 아들 둘 키우는 엄마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들으며 나름 우아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다.
문제는 큰아이가 5학년쯤부터 반항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아이의 변화에 순간 적응하지 못해서 심신이 힘들어지자 어딘가에 눌려있던 나의 본성이 나타난건지.... 아이를 대하는 내 모습 속에서 친정 엄마를 발견하게 되었고 순간 그 동안의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슬펐고 화가 났다. 그리고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다. 막연히 엄마처럼 키우면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서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올라올 때면 너무 힘들었다.
나는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면서 친정 엄마와의 관계를 해결하지 않고는 아이들과의 관계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 친정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리고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아이들이 크면서 나와 갈등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점점 더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엄마의 방식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이해는 하게 되었고 엄마를 닮은 내 모습도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는 좀 더 편하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었고 그러자 점점 나를 되찾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여전히 나는 아이가 되어 아이 편에서 친정엄마를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리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어느 순간 나는 엄마 편에서 엄마를 바라 볼 수도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도 그냥 불완전한 보통 엄마였을 뿐 그리 나쁜 엄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늦게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나는 무의식적으로 완벽한 엄마를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말한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어느 순간 나는 엄마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친정 엄마는 자신이 자식들을 위해서 한 일에 대해 조금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 어떨 때는 그런 말과 태도가 여전히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화가 나게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덜 하다. 가끔은 자신의 이런 말과 태도들이 자식들을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외로워하시는 엄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사실 자식 잘못되라고 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자식을 키우는 내가 그걸 모를까? 나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만들면서 어찌 모를까.... 그런데도 생각만큼 쉽게 엄마에게 다가가가지지 않는게 또 속상하다.
얼마 전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가 나에게 다른 집 딸들처럼 살갑게 굴지않는다고 좀 섭섭해 하시다가 급기야 마구 마구 쏟아내셨고 나는 들으면서 참다 참다 울컥! 아마 나름 예전 보다는 마음을 열고 이야기도 들어드리고 한다고 하는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나도 속이 상했던 것 같다.
이 일을 있고 엄마는 나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고 싶으신 것 같은데 나는 왜 엄마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엄마의 그런 모습에서 문득 사춘기 후반기를 겪고 있는 작은 아이의 문 앞에서 어떤 말로 아이와 대화를 시작해 볼까하고 고민하면서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그 문 앞에 마냥 서있던 내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엄마도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닐까? 아주 어릴 때는 부모님의 말씀이 다 옳다고 믿었고 아버지를 존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커서 본 엄마는 상대의 고민에 공감은 생략하고 바로 자기 방식으로 충고하려고만 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말하면 상대가 잘못되었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자신만 옳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말이 통하지 않는 분이셨다. 그러다보니 대화를 점점 줄고 엄마와 부딪히기 싫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날씨나 건강 등 문안한 이야기만 하거나 하시는 말씀에 그냥 고개만 끄덕이며 들어주게 되지 나의 속이야기는 안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엄마와 왜 대화가 하기 싫은지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럼 난 엄마가 나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 생각해 보았다. 난 엄마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도 끄덕여주고 그랬구나....그랬구나....그냥 비판도 해결도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품어 주고 안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도 이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마냥 들어주고 품어주고 위로해주면 힘이 쏟을 것 같고 편안해질 것 같다. 그러면 다시 세상과 부딪힐 용기도 생기고 잃었던 미소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나의 엄마에게 이런 것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엄마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좀 더 성숙해진다면 우리 엄마에게도 이런 딸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지만 한 걸음씩 시작하고 싶다.
이제 중3, 고2가 된 아이들....돌아보면 이 부족한 엄마를 만나 고생을 하는구나! 싶지만 어쩌겠나... 이 엄마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아직도 성장하는 중인 것을! 내가 먼저 멋진 어른이 되면 좋겠지만 이상하게 아이보다 좀 뒤쳐져서 성장하는 것 같다. 어쩌면 아이가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니 당연한 결과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찌 내가 좀 더 노력하면 가속도가 붙을까?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오늘 아이들과 잘 지내보자~ ’싶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이 나중에 나를 싫어할까 하는 두려움은 많이 없어졌다. 그냥 싫어해도 어쩔 수 없다고 아이에게 멋진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 것도 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냥 아이들이 나를 떠나갈 때 죄책감도 미련도 없이 훨훨 떠나가기를...아이들이 멋 훗날 엄마를 생각하며 미안해하지도 짠한 마음이 들지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첫댓글 ㅠㅠ 나와 친정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나와 내 자식과의 관계.... 생각이 많아지네요.
저도 친정엄마와 비슷한 경험을 해서 공감가는 글입니다...가끔 친정엄마의 부정적인 모습이 내게 나타나기도 하면 흠짓 놀라지만 또 나이가 드니 이럴때는 엄마가 나에게 섭섭했겠구나 그런 마음도 듭니다.. '아이들이 나를 떠나갈 때 죄책감도 미련도 없이 훨훨 떠나가기를....' 저도 이런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공감해요...
공감합니다.
어릴 적엔 엄마와 나의 관계만 생각하면 되니까 참 단순했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 나, 아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모든게 어렵고 복잡학 지는거 같아요~
완전 공감합니다^^♡
'아이들이 나를 떠나갈 때 죄책감도 미련도 없이 훨훨 떠나가기를...' 이 대목에서 울컥합니다. ㅠㅠ 부모나 자녀 모두, 서로에게 두려운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요..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대상이기에 더 어렵고 조심스러운가 봅니다.
멋진 엄마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