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인가 혼잣말을 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구시렁구시렁 두런두런 ...
혼잣말의 내용을 살펴보면 보통 긍정적이거나 따뜻한 내용 보다는 , 남을 욕하거나 흉보거나 걱정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이처럼 혼잣말에 대해서 분석을 해 보려는 이유는 몇 년전인지 솔직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5년 전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연히 티브이 건강프로그램에서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노년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데에 기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적잖은 건강염려증을 달고 사는 편이기 때문에 혼잣말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도 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제가 혼잣말을 할 염려는 없다고 믿었습니다.
남을 많이 의식하는 성격이라서 혼잣말처럼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거니와
평소에 그러한 습관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작년부터인가 미운털 잔뜩 박힌 남편이나 아이들 등 뒤에서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입모양만 달싹이며 맘에 있는 과격한 소리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혼자서 내뱉고 있는 저를 알아차렸습니다.
‘앗, 이러다 치매에 걸릴 수도 있겠구나!’
예전이라면 혼잣말 대신 상대에게 직접 당당하게 했을 말을 혼잣말로 삭히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제는 혼잣말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 갑니다.
혼잣말이란, 전적으로 저의 경우에 비추어 보았을 때, 미숙한 이들이 성숙해져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미처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었던 미숙한 제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생긴 것이지요.
그렇다고 차마 속으로 꾹 참고 삼켜 버릴 만큼의 내공은 쌓이지 않았고 어떻게든 표출은 해야겠고 해서 택한 타협지점이 혼잣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분석은 저 자신의 저급함을 드러낸 냉혹한 판단이 아닐까 싶어 다른 표현을 찾아 보겠습니다.
혼잣말을 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 겁니다. 좀 더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경륜이 쌓였다고나 할까요?
우리가 살아 온 삶의 횟수만큼 힘들고 불쾌했던 경험도 많았겠죠?
젊었을 때에는 불쾌한 사건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세상사가 따지고 덤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상대와 나를 배려한 나름의 의사표현의 방식으로 택한 것이 혼잣말인 것입니다.
위로는 늙으신 부모님과 아래로는 커나가는 아이를 돌봐야 하고요.
어쩌다 보니 맛없는 녹즙도 싹싹 핥아가며 마셔야 할 만큼 자신의 건강과 노후를 챙겨야 하는 고통의 삼각지점에 도달한 것 이지요
아마도 인생에 있어서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들이 가장 많은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겪어 내야 할 스트레스 상황이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혼잣말을 해서라도 고충을 삭히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겠죠.
남의 아픔에도 신경 쓰이는 성숙한 공감의 능력이 생겼다는 뜻이 아닐까요?
여물어가는 이삭처럼 아픔도 기쁨도 혼자서 삭혀내야만 하는 설움 많은 시절을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혼잣말이 늘어가는 나를 바라보며 측은지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숙해져가는 과정 속에 있음을 믿으며 토닥토닥 위안을 스스로 전해봅니다.
‘괜찮아, 괜찮은 거야.’ 라며 혼잣말을 되뇌여 봅니다.
첫댓글 묵직한 글을 읽으며 삶의 무게와 함께 성숙해지고 깊어져가는 한 사람의 내면을 느낍니다. 짧은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고민들이 있으시구나.. 생각되기도 하구요. 성숙한 공감으로서의 혼잣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솔직하고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사이다... 같은 나눔 감사합니다. 오늘도 자알~~ 살아보겠습니다.
우리네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괜찮아, 괜찮은거야.'......
그럼, 괜찮은거지,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주 궁시렁 궁시렁 거리는데 치매걱정해야 하나요? 재미있고 공감하는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