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온라인 상담소인 상담넷 2기 개소식 때 감동 받았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윤다옥 소장님의 인사말이였지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상담넷 개소식때 참여 못하신 분들을 위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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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넷의 두 번째 시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상담넷도, 저도.
제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난 게 2009년인가 10년입니다.
아, 참 의미있고 필요한 단체다,
나는 앞장 서 활동하는 건 못하겠고,
나 대신 이렇게 해주는 곳이니 돈과 마음으로 힘을 보태야겠다고,
아주 가벼운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다 상담넷 첫 번째 시즌에 계획도 없이 참여하게 되었고,
5년의 시간 동안 제 마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한참을 어설프게 약간은 한발 뺀 주춤거리는 상태로 어정쩡하게 있었는데,
참 힘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발을 못 뺐던 건
이 일이 참 의미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참 난감한 상황이었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러다 조금씩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들이 눈에 들어오고 편안해지면서
제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단체의 지속적인 열정과 성과에 감화된 점도 있습니다.
여하튼 점차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낯설어지지 않고 믿어지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저것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생기고 한번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도 생깁니다.
뭘 하든 이게 될까, 해도 될까 하는 주춤거림이 많았었는데 그게 줄었습니다.
제가 유독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데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인데,
이런 성장을 하게 된 데에는
그 오랜 시간을 함께 지켜봐주시고 안심과 신뢰를 하게 만들어주신
상담위원 샘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사람들 덕분입니다.
이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상담넷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여기 참여하시는 여러 상담위원님들, 모두 부모입니다.
그리고 부모로서 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수많은 단점,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다른 부모들보다 더 지식이 많고 더 지혜로운 사람들이라 여기 모이신 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역할이나 활동에 대해 자신과 확신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게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는게 맞나, 이 방향이 맞나, 더 치열하게 고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다른 부모들을 계몽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일은 약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훌륭한 사람, 완벽한 사람, 뛰어난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은 여기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딱 맞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다른 부모들과 다른 점,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먼저 마음을 내고, 먼저 행동을 시작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우리는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세상을 살아내면서 한없이 불안할 때
내 불안에 감싸여 있지만 않고,
그 불안함을 알아봐주고 다독거리는 그 현장에 나왔다는 겁니다.
그렇게 함께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가까이서 함께 있어줘야 하는 겁니다.
관심을 주고받고 친밀감을 나누는 그런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눈에 띄는 변화도 찾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함께 버텨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유대감으로 결속되어 있는 만큼 이 일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서로가 관심을 나누고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서로를 아끼는 일은 중요합니다.
함께 하는 상담위원들 서로가, 또 이 단체의 식구들에게 관심을 먼저 쓰겠습니다.
여기에서 생긴 힘으로 아직 우리 밖에 있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이다 싶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람이 있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상담넷 활동이든, 단체일이든,
한 사람, 누군가의 헌신이나 희생으로 어떤 성과가 나고 이뤄지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나의 일상, 삶에 소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활동이 내 개인적인 삶과 성장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거기서 이루어진 내 성장으로 이 단체의 활동이 더 나이진 방향으로 움직이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부터 이렇게 특별하고 멋진 상담위원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의 활동들이 기대가 됩니다.
함께 성장하고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간사선생님들께도 감사합니다.
끝으로 이 멋진 사람들과 이 특별한 활동들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
상담넷 소장 역할을 맡겨주셔서 영광이고, 고맙습니다.
첫댓글 구구절절 공감 되며 ,감동적인 글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버텨내는것' 그것이 관건인것같아요.. 좋은길이고 선한길이지만 쉽지만은 않기에..
막연한 불안을 견디는것 혼자는 힘들어요~~
그리고 개인의 성장이 먼저라는 말씀 중요한 지적이세요. 어느순간 균형을 잃으면 나도 모르는순간 중심이 흐트려져 있는 나를 자주 보게 되는데 말이에요~^^
귀한일 하시는데 응원의 박수 ~~~~드립니다!! 소장님의 그런 결심들의 날개짓이 영향을 미치게 되어 저같은 사람이 깨어나는데 큰 도움이 되고 힘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감동감사 합니다.
아~ 다둥다둥님의 글에 더 감동 받고 힘이 나네요. 혼자서 가는 길은 실제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지요.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길이여도 함께 간다면 든든하고 용기가 생기는것 같아요. 더큰 힘 주셔서 감사해요^^
다시 읽어도..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하네요.. 완벽하지 않고 훌륭하지 않은 분들이, 서로가 서로를 돕고 지탱하기 위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이 활동에 자원해주셨지요. 아직 세상이 살만한 것은 이런 분들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