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살 때문인지 평소와 다름 없는 식습관과 운동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늘어가는 배때문에 한 바퀴
도는 데 10분 정도 걸리는 동네 공원을 몇 바퀴씩 돌게 되네요.
어제도 그 공원들 돌았습니다.
둘째 바퀴를 도는데 반대편에서 줄에 매인 반려견이
부부처럼 보이는 두 사람을 이끌고 오고 있었습니다.
저와 교차할 때쯤
개가 제게 다와서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더니
약간 날카롭게 짖었습니다.
제가 비호감이었을까요?ㅎㅎ
개가 크지 않아 위협적이지 않았고 저 역시 반려인이기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요즘 일어나고 있는 반려견으로 인한
사고로 인해서 불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개가 짖자마자
개에게 “아니야”라고 꾸짖듯
말했지만
그렇다고 제 불쾌감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공원을 세 바퀴째 도는데
다른 곳에서 다시 그 일행과 교차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약간 긴장해서 그 개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개가 저를 향해 와서 짖더니 물려고까지 하더라고요
이번에도 미안한지,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개에게 “아니야”라고 말하더군요.
이번에는 정말 불쾌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원을 돌면서 다시 마주치게 되면 강력하게 항의하리라 생각하며
여러 가지 각본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다시 마주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개에게 “아니야”라고 말했던
그 분의 의도입니다.
물론 저도 반려인이기에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되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친 개의행동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의 말 대신 개에게
“아니야”라는 말로 사과도 아니고 개를 야단치지도 않는
애매한 태도를 왜 취하느냐는 말이지요
제가 나쁜 사람이 ‘아니’니
짖지 말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개나 개주인인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에게
짖거나 물려고 하는 행동이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것일까요?
그 개가 그 말을 알아들었을까요?
그리고 그 말을 알아듣고
다음부터는 주의할까요?
아마도 그 분의 의도를 선하게 해석한다면
제게 하는 사과의 표현을 그런 식으로 둘러서 한 것일 테고
악하게 해석한다면, ‘난 그것으로 내 책임을 다했다’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겠지요.
아니면 제 대신 개를 꾸짖어 응징함으로써
제 불쾌한 마음을 대신 풀어준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키우는 개가 짖어 제게 피해를 준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한 반려인들에게 몇 마디 드린다면
개가 짖는 건, 그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천성이나 본능, 그리고
자라온 배경이 있으니
여러 상황에서 서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자신이 키운 개가 상대에게 위협을 가했다면
개 주인은 개를 꾸짖는 대신 위협을 당한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인격이 없는 개 대신
인격이 있는 개 주인이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개가 반복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면
다시는 그 개를 공중이 오는 공원에 데려오지 말아야 합니다.
모르긴 해도, 그 개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행동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반려인입니다만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완동물을 키운다고
그 사람을 동물 애호가라고 단정할 수 없듯
애완동물을 자연이 아닌 집에서 키운다고,
그것이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애완동물의 행복은
그 주인의 태도나 그 주인이 갖추어 준
생활환경에 따라 좌우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요한 목적은
그 주인인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키운 개가 상대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그래서 상대방의 행복이나 정서에 피해를 주었다면
그 주인은 피해를 당한 상대방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개를 키우는 자신의 선택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남을 배려하기 위해 확실한 책임의 자세를 갖추는 일은
남을 위하는 행동이기 이전에 나 자신의 권리를 확실히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아주 예전에 동네 공원에 갔다가 목줄을 풀어놓은 개가 뛰어놀던 지인의 아이에게 크게 짖으며 달려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다들 너무 놀라 소리를 쳣더니.. 자신의 개에게 소리 질렀다고 오히려 뭐라하던 기막힌 일도 있었지요. 목줄을 안하면 위법이라고 해도.. 공원이라 괜찮다고 ....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기막히고, 식은땀이 나요.
백번 공감되는 글입니다.
저도 저런 경우가 있어봤거든요.
아이를 데리고 가는데 목줄을 풀어놓고 개를 데리고 나와서는 그 개가 아이에게 달려들어 제가 개한테 저리가라 했더니만
저를 째려보며 지나가는 거에요.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우선이라는걸 잊지않는 사회가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