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보내면 성적이 해결 될까?
나도 아이들이 중학교를 진학하기 전까지 성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학부모였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 6학년 3월이 되자 영어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이는 일주일에 두 번 2시간 반 학원 수업을 들었고, 학원을 가지 않는 다른 날은 학원 숙제를 2시간 정도 해야 했다. 학원을 처음 보내고 솔직히 학원 숙제의 많은 양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아이는 열심히 숙제도 하고, 단어 시험도 잘 준비해 이제는 자신도 학교 친구들처럼 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또 중학교를 진학하기 전 수학학원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6학년 10월 수학 학원 상담을 몇 군데 다녔다.
상담 첫 번째 질문은 “자녀가 수학 진도를 어디까지 했나요?”
나의 대답은 “집에서 6학년 학교 진도에 맞춰서 문제집 풀고 있어요.”
학원 상담은 “그러면 지금 자녀가 들어갈 반이 우리학원에는 없습니다.”
나는 “.....”
학원 상담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달 저희학원에서 반 편성을 다시 하니까 그전까지 자습반에서 수업을 듣다가 옮기면 됩니다.”
또는 “6학년 진도를 듣고 있는 4,5학년들이 주로 있는 반에서 우선 수업을 듣고 몇 달 후에 중학진도 반으로 옮기면 됩니다.”
--> 이런 학원 상담을 몇 군데하고 나면 ‘아이를 왜 미리 학원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고 자책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책 하지마시라.
저들의 말처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학원이나 방법은 있더라.
그 방법을 말하기 전에 학부모를 조급하게 만드는 그들만의 영업 비밀이라고 생각하자.
나는 작은 인원을 대상으로 4:1 개인 진도 수업하는 교습소를 선택했다.
내가 여기 원장님 상담을 갔을 때도
“선행이 이렇게 안 되어 있으면 늦었습니다. 중학교 성적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라는 말씀을 들었지만.... 진도를 학원에 맞추지 않고 개인에 맞추어 공부 할 수 있는 곳이라 차선으로 선택했었다.
나에게 중요한 학원선택의 기준은 학교 진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몇 달 후 중학교 첫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을 조금 넘었다.
기말고사 때는 5점정도 더 올랐다.
기말고사 수학 시험지를 가지고 학원 원장님을 만났다.
나: “이번 시험 문제 중에 문제 풀이에 5분 이상 걸리는 문제가 몇 개 있나요?”
원장: “마지막 3문제입니다.”
나: “나머지는 왜 틀렸을까요? 아이에게 물으니 시간이 모자랐다고 하더라구요.”
원장: 계산실수도 있고, 아이가 연산 속도도 늦습니다.”
나: “그럼 초등 때 연산 연습을 안 해서 느린가요?”
원장: “아뇨, 문제 유형연습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 이 글을 읽는 초등 학부모님들은 긴장하지 마세요.
학원 원장님이 상담에서 말씀하신 연산은 초등 3학년 때 나오는 세 자리수의 덧셈 뺄셈이나,
세 자리수와 두 자리수의 곱셈 나눗셈의 연산 속도를 얘기하는 게 아니였다.
중학수학에서는 초등처럼 큰 자리수의 사칙연산은 다루지 않는 것이다.
위 상담의 핵심은 문제 유형의 풀이 연습이 부족 했다는 뜻이였다.
다시 말하자면 문제를 많이 풀어 외워서 시험 치는 순간에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연습이 부족 했다는 뜻인 것이다.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 높은 시험 성적을 받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것보다 저는 기말고사 시험의 마지막 3문제가 선행학습금지법에 위반되는 문제인지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단체에 확인을 했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 그때 당시는 그 생각을 못했다.
영어 성적도 중간고사 때는 평균을 겨우 넘었다.
나는 솔직히 그 성적을 보고 너무 놀랐다.
매일 2시간 넘게 엄청난 양의 영어공부를 하는데 겨우 평균을 넘는 정도라니??
주위 학모들에게 물었더니 그나마 우리 아이는 평균은 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어 학원을 3,4학년 때부터(아니 그 이전부터) 다니고 있으나 평균이하의 성적을 받고 학원을 옮길까 고민 중이라고도 말했다.
기말고사 때는 아이를 유심히 관찰 했다.
기말고사 3주 전부터 영어 학원에서는 내신대비 문제를 풀렸다.
내신대비문제가 그 전날의 숙제였다.
하루분량의 숙제가 거의 200문제는 되어 보였다.
200문제를 숙제해 가고, 그 문제를 2시간 반 동안 선생님의 문제풀이 수업을 듣고, 다음 수업을 위해 200문제를 또 숙제해 가기를 5회 수업했다.
이렇게 하면 시험 전에 1000문제는 풀게된다.
1000문제를 풀고 평균점수를 겨우 넘다니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물론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일수도 있다.
확인 겸 시험 전에 학원에서 풀었던 문제 중에 500문제 정도를 다시 오답체크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기말고사 성적은 중간고사보다 10점 이상 올랐다.
(두 시험의 시험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학원에서 던져 주는 숙제를 허겁지겁 따라가는 아이들은 비효율적인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를 풀고만 있지 오답체크나 복습은 안 되고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학교 영어교과서의 지문을 외우고, 문제집을 세 번 정도 반복해 푸는 게 시험 성적을 얻기에 효율적이지 싶었다.
아이는 2학기 자유 학기제를 시작하며 아이의 선택에 따라 수학학원은 계속 다니고 영어 학원은 그만 두었다.
아이는 스스로 수학은 혼자 하기 힘든 과목이라 그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수학도 최수일 선생님이 강조하는 개념을 설명하는 공부 방식으로 익힌 다음에는 학원을 언젠가는 그만 두길 바란다.
그래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만든 수학대안 교과서를 기대한다.
초등학교 때 아이는 동생과 수학문제집 2장과 짧은 영어 리더스북을 2권 읽는 과제를 꾸준히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이번 겨울방학에도 영어 듣기, 독해, 문법 과제로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한창 사춘기 중인 아이니까 완벽하기보다는 중간 중간 구멍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면 엄마의 기준에서는 만족할 정도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들은 자녀와 사교육 없이 지내보려 애쓰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가 가끔 주위를 보며 갈등하기도 할 것이다.
학원을 보내면 해결 될 것 같은 성적은 지극히 소수의 몇몇 아이들의 이야기인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학원을 보내고 있으나 여전히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 갈등하는 분들이 주변에는 훨씬 더 많다.
학원을 보낸다고 성적이 해결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오늘은 사교육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성적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지만, 자녀와 관계를 맺으라고 강조하며 마무리 짓고 싶다.
관계는 누구에게 맡기거나 미룰 수 없는 나와 아이만이 엮어 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오늘 종일 공부방을 보낼것인가 고민하고있었는데 글 읽고 속시원히 안가기로 맘 굳혔어요. 팔랑귀처럼 주변 얘기들으면 혹해지는데 ㅜㅜ
다시 맘잡을수있어 좋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현직 직업상담사입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HRD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적성과 직업선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0대 중,후반의 신입직원들이 직장과 맡은 직무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하게 느낀 점은 출신 대학 즉 명문대 또는 속된말로 지잡대(?) 출신간의 업무 성과는 절대로 비례하지 않는다! 는 점입니다. 그럼 무엇이 비례하느냐? 해당 직무가 적성에 잘 맞는냐의 여부가 업무성과에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드릴 말씀은 많지만 결론만 말씀드리면, 사교육은 선택입니다. 학부모의 선택이 아닌 학생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학부모의 역할은? 자녀(학생)의 적성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지지자가 되라는 말씀 꼭 드립니다.
아이 스스로의 선택.... 아이에게 그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공부겠지요... 의견 주셔서 감사해요^^
2030 청년 구직자들과의 상담장면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1) 구직자가 자신을 모른다 -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내가 타인과 다른 독특한 장점이 무엇인지. 2) 자신의 목표를 정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스스로 정한 목표가 아니라 부모님, 교수(사) 등 타인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목표라서 목표에 대한 대화를 하다보면 10분도 안되서 밑바닥까지 탈탈 털리는 가식적인 목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없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청년구직자 10명중 7~8명이 그러했습니다. 제발 부디 성적에 연연해 하지 마시고 자녀들의 진로 설정에 지지자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