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나는 지금 40대의 막바지를 살고 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살았고, 청년기에는 혼란 속에서 지냈던 거 같다. 그러나 그 시기에 뚜렷한 삶의 목표를 세우지도 못했고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려는 시도도 하지 못했다. 20대 중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다. 내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주었으면,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키웠다.그리고 나는 이제 나이 오십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야 나의 삶을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을, 내 삶을 만족해 하는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후회되고 원망스럽고 아쉬운 순간들이 많이 있다. 그 시간들 때문에 아파했고 눈물 흘리고 가슴을 친 일이 많았다. 그러다 이제는 과거에 더 이상 매이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 지난 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힘들었던 때도 좋았던 순간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자.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나를 사랑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을 사랑하자.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역을 향해 걸으며, 차를 마시며, 친구를 만나며,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나를 만난다. ‘아! 지금 내 삶이 만족스럽다.’ 하고. 그렇게 말하는 나를 보며 또 얼마나 기쁜지! 지금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요새 가끔 생각하는 화두이다.
주위의 어른들 중에 내 노년의 롤 모델이 별로 없다. 사회적인 성취를 이룬 것,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 학식이 많은 것, 지금도 활발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 나는 노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이근후씨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다.
인상적이었던 책의 한 토막을 소개하고 싶다.
...거절을 잘하고, 거절을 잘 받아들이려면 ‘내 생각이 옳다, 먼저다’라는 일방성부터 극복해야 한다. 나는 며느리에게 분가하기 전 6개월 동안만 같이 살자고 청했다. 엄연한 가족이 되었는데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한집에서 서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갖자고 한 것이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성격은 어떤지, 시시콜콜 솔직히 보여 주자고 했다... 며느리가 마음을 연 것은 식사 당번 때다. 우리 부부와 아들 내외 모두가 일을 했기 때문에 나는 네 사람이 돌아가면서 식사 당번을 하자고 했다... 하루는 내가 당번이라 주방에서 밥을 하고 있는데 며느리가 슬그머니 옆에서 채소를 다듬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너 당번 아니잖니? 나 도와주려고? 그러려면 당번을 왜 정했겠니. 시아버지 당번 때 도와주고 시어머니 당번 때 나서고 신랑 일한다고 거들면 앞으로 너는 계속 식사 당번해야 한다.” 그러자 며느리는 얼른 손을 털고 주방에서 나갔다. 아마도 그때 며느리는 ‘아, 우리 시부모님에게는 속마음을 드러내도 되겠구나.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괜찮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나 거절은 불편하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훈련을 통해 거절을 잘하고, 잘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감정에 대해 솔직해진다. 웬만한 거절에도 상처 받지 않는다... 소로가 말했다. “사랑은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성립한다.”...
이 책을 읽으며 노년에 대한 롤 모델을 만나서 반갑고 기뻤다. 그리고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하는 나의 물음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았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동안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조금씩 더 뚜렷해지리라. 그리고 나는 힘써 그곳으로 걸어갈 것이다.
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축복해 주십사, 신께 기도드린다.
첫댓글 저도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 화두중 하나랍니다. 저도 잘 거절 못하는 편이라.. 글이 콕 마음에 들어오네요. '훈련을 통해 거절을 잘하고, 잘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감정에 대해 솔직해진다'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돌보기... 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