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상처내지 않기]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지 6개월가량 되었고, 한국말이 아직은 서툰 아동이 어느 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거 해도 돼요?”
내가 답변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를 흉내 내듯 인상을 쓰면서 “안돼!”
“선생님, 이거는요?”
역시 내가 답변을 하기도 전에,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안돼~!”
그래서 내가 “선생님들이 ‘안돼’를 많이 하는구나?” 했더니 고개를 아래위로 흔든다.
초등2학년 나이지만, 언어로 인해 1학년으로 편입했다. 수학문제집을 풀 때 문제를 이해 할 수 없으니 힘들고, 단어를 공부할 때 소리 내는 발음이 다르니 철자가 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친구를 보며 몇몇 아동들은 “OO는 우리나라 나이로 2학년인데도 저것도 못 한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얘들아, OO는 만약 문제가 중국어로 설명되어 있다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한자를 쓰는데 정말 잘 쓰더라” 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금방 “맞아요!” 라고 인정하며 “OO는 중국어 잘해요~ 이개국어를 하니까 부러워요”라고 덫 붙여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인정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사고는 열려있고, 그만큼 인정과 받아들이는 폭이 넓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나를 포함해서) 아이들의 열려있는 사고와 마음을 닫게 만들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문제집을 풀면서 한문제 한문제를 맞냐고 확인하며 푸는 아이, 누구는 못하는데 나는 할 수 있다를 자랑삼아 말하는 아이,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생각되면 예전 일들을 소환하며 자신도 이럴 때 당했었다고 지금의 남을 불편하게 한 행동을 정당화 시키려는 아이, 어떻게든 자신이 억울하고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해를 시키려는 아이.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움직인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어른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자신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 역시 추구하고 싶은 이런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이 지속 되지 못 할 때가 종종 있기에.. 아이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생각들이 어른인 나에게 경종이 된다.
그래서 경종을 울려준 아이들이 고마워서 아이들과 “마음에 상처내지 않기”에 대한 방법에 대해 하나씩 풀어나가려 한다.
그 방법으로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의 생각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잘 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할 때 질문과 답을 어른이 다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다. 먼저 듣고 질문이 필요하다면 하돼, 답변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답변을 하기 싫어한다면 그것 또한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럴때는 질문을 다르게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질문과 답을 어른이 다 하고, “맞아? 안맞아?” 또는 “알겠니? 모르겠니?”로 이야기를 끝내며 대화를 했다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
이렇게 실천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으며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첫댓글 질문과 답.... 대화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아이와 자주 일방적 훈계 내지는 조언 그리고 성급한 답변 받기를 통해 스스로 나는 아이와 잘 소통하고 있다고 하는 착각을 하고 있지 않나 ? .. 이런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