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찰문을 받아왔다.
오늘 수업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본인은 어떻게 행동하였나요? 무엇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어떻게 수업에 임할건가요?의 질문들에 아주 교과서 적인 정답을 적은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엄마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이는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이는 수업 중에 선생님께 집중하지 못하였고, 선생님의 말씀 말미에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다’는 것으로 수업이 끝났구나 생각하던 차에 교실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의 뒤를 무심코 따라 나왔다고 하였다. 몇몇의 학생들은 타종이 울리지 않았다며 앉아 있었으나 선생님의 제재는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교실로 갔다는 것이다.
중1, 자유학년제라 예체능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현장. 순위에 밀려 아이가 원하지 않는 수업에 참여하고, 20명정도가 적당한 수업을 자발적이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 30여명과 해야 하는 현실에서 외부에서 오시는 담당선생님도 힘들었을 것이다. 타종이 치기 전에 교실을 나온 학생들에 대해 조치를 취해 달라며 교무실에 가서 토로한 선생님, 교내선생님은 20명정도의 아이들을 불러 성찰문을 쓰게 하였다.
너무도 잘 쓴 성찰문, 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모범답안을 적은 아이가 억울하다며 풀어낸 이야기 속에는 교내 선생님께서 무조건 너희가 잘못했다고 몰아붙이며,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아이는 아주 똑 부러지는 정답을 썼다고 하였다. 그리고 담당선생님이 교내선생님께 이야기까지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못 마땅해 하였다. 그 이유는 교내선생님께서 한번만 더 성찰문을 쓰게 된다면 생기부(생활기록부)에 기재될 것이며 너희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일단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억울해 하는 부분에 대해 너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겠다고 했다. 아이가 불안해 하는 부분(한번 더 걸리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너는 대부분은 잘 행동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다만 그로인해 너의 행동이 위축될까봐 걱정된다고 하였다. 아이가 안심하는 듯하여, 담당선생님도 힘들었을 거라는 말만 살짝 하였다. 이번 한번으로 교무실에 가서 이야기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이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물론 아이가 잘 못한 것은 사실이다. 친구와 떠들며 수업에 집중하지 않았고, 타종이 울리지 않았는데 교실을 뜬 것은 명백히 잘 못한 것이다.
조용히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하고 설사 못한다 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며, 호기심과 하고싶어하는 눈빛을 발산하며 적극적으로 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이런 아이가 우리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러나 설사 이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열정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진실성 있게 아이들을 대하며, 그들이 무엇이 힘든지를 살피는 선생님의 모습 또한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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