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땡’ 하고 종이 울리는 것처럼 뭔가가 머릿속을 칠 때가 있다. 며칠 전 모임에 가느라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땡’ 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많은 고민들이 어쩌면 하나도 고민거리가 아닌 것일 수도 있어. 내가 생각만 달리하면...
며칠이 지나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타인은 나를 모른다’에서)
‘하늘에 떠 있는 연 같다’
연이 하늘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줄을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은
그 줄만 없으면 좀 더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줄이 없으면
땅으로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머릿속에서 ‘땡’ 소리가 울렸다.
나를 붙잡고 있는 줄 때문이 아니라 그 줄 덕분에 내가 더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미처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오늘은 멘티랑 수업할 그림책을 고르느라 도서관엘 갔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버스를 타고 다녔던 기억을 떠올리며 맷 데 라 페냐가 쓴 그림책 ‘행복을 나르는 버스’에서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와 버스를 타고 가는 시제이는 궁금한 것이 많다. 시제이의 질문에 할머니는 항상 따뜻한 답을 주시는데,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부서진 보도와 망가진 문, 낙서로 뒤덮인 유리창과 굳게 닫힌 상점들이 보인다. 시제이는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묻는다.
“왜 여기는 맨날 이렇게 지저분해요?”
할머니가 빙긋 웃더니 하늘을 가리키며
“시제이, 저길 보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단다. 늘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알아보지 못할 뿐이야.”
‘땡’ 천사가 나에게 이 말들을 꼭 전해주려고 책 속에 숨어 있다가 들려주는 것만 같다. 부서진 보도와 망가진 문, 낙서로 뒤덮인 유리창만 보면서 투정을 부리고 있었던 내가 보였다. 내가 숨 쉬고 있던 단 한 순간도 파란 하늘이 없었던 순간은 없었을텐데...
내가 나로 살아가지 않는 순간, 책 속의 글귀들은 내가 가야할 길을 보여준다.
첫댓글 우와~ 요즘 이런 생각들 했어요. 찌찌뽕~ '내가 가야 할 길....' 요즘 다양한 다큐 보면서도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