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럼 우린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책임까지 넘겨주었는가? 혹은 자유를 주지 않았으면서 책임만 묻지는 않았는가? ’
며칠 전 큰 아이 앞으로 병무청 신검통지서가 날아왔다. 이미 재작년에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고 이제 곧 고등학교도 졸업 할 아이를 보면서 최근에 내 마음 속에 맴돌던 생각들이 아이의 신검 통지서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가 독립해야 할 나이가 가까워오니 언제 어떻게 독립을 시켜야하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그럼 난 아이에게서 독립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가도 묻게 된다.
하지만 항상 처음은 막막하고 걱정만 앞선다.
나는 지금도 첫 아이가 귀저기를 떼야하는 시점에서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지만 솔직히 그때 까지 대소변 가리기를 특별히 가르쳐야하는 것이라는 의식조차 없었다. 그냥 하는 것? 내가 배운 기억이 없어서? 어쨌든 그랬다.
다행히 이웃 선배엄마나 친정엄마에게 묻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나는 첫 임무를 어찌어찌 완수했고 둘째는 그냥 자연스럽게 해냈다. 경험을 통해 이젠 배웠으니까! 이후에도 이런 것도 가르쳐야하나? 하고 혼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아마 내가 배웠다는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렸던 때의 일이거나 딱히 배웠다고 의식하지 못 한 행동들에 대해서 특히 그랬던 것 같다.
돌아보면 때가되면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태어나서 부터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을 따라하며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을 배워간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가! 아기들은 힘들어도 배우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다. 늘 세상에 대한 호기심 갖고 어떤 아이는 무모하게 또 어떤 아이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멋진 아이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아이들은 나름 힘겹게 배워가고 있고 속도는
다 다르지만 성장하고 있다.
지난 시간 내 아이가 이루어온 그 많은 성취를 잊고 이제 12년간 속해있던 학교라는 좁은 세상을 나와 또 다른
세상을 만나야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잘 할 수 있을까? 못미더운 마음이 앞서고 아이 스스로 한 결정에 대해
의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가 혼자 서겠다고 불안한 걸음을 내딛는데 나는 아직 아니라고 붙들고 싶은 걸까?
하지만 언제까지 아직 이라고 할 것인가?
이제 그만 아이에게 넘겨주자!
성공의 기쁨도 실패의 절망감도 이제 아이에게 넘겨주자.
지금까지 아이의 성공을 나의 성공으로 생각하고 기뻐하고 아이의 실패를 나의 실패라고 느끼고 화내거나 우울해했다면 이제는 온전히 아이에게 돌려주자. 그냥 아이가 성공의 즐거움을 느낄 때 옆에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아이가 실패로 절망할 때 아이의 옆에서 위로해주자.
이것이 바로 아이에게 자유와 함께 책임도 넘겨주고 우리가 서로에게서 독립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자 기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