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한번 ‘그림책 깊이 읽기’ 책모임을 한다.
5월에 만난 그림책은 코리나 루켄의 ‘아름다운 실수’이다. 작가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린 첫 작품이란다.
먼저 흥미로운 책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실수라는 글씨는 제목을 반영하듯 서체가 깨져있고, 얼룩이 번져 있고, 누구 하나도 같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아니 혹시 어른일지도 모르는 큰아이들도 섞여서 노랑풍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호기심 가득하게 책장을 펼쳤다. 이야기는 얼굴을 그리다가 한쪽 눈을 더 크게 그리는 작은 실수에서부터 시작된다.
실수를 고쳐보려는 노력을 하며 애써보지만 계속 또 다른 실수를 하며 이야기가 흘러간다.그러다 마지막장에서 ‘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정말 재미있고도 마음이 묵직해지는 책이다. 어느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 거리들로 풍성해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실수’에 대한 나의 기억과 생각이 재편집 되었다.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실수‘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무엇인가?
’어설픈 완벽주의자‘인 나에게 ’실수‘는 ’해도 되는데 여전히 하기 싫은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인지 실수가 실패라 생각한 적도 많았다. ‘실수’ 앞에는 돌이키고 싶은, 떠올리기 싫은, 피하고 싶은, 두려운, 지나간...이런 형용사들이 나열된다.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본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도하지 않게 생긴 실수에 대해서는 어떠해야 할까?
물론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다가가 사과의 마음을 전해야 하고 받아들여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이 먼저 떠오른다. 나혼자서 한 실수에 대해서는 돌아보고 반성하면 된다지만, 가까운 가족, 지인, 어려운 관계 속에서 저지른 실수들에 대해서는 참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달리 질문해 본다.
내가 실수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가?
내 사과를 받아주고, 부드럽게 진실된 감정을 전달해주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정성을 믿고 기다려주길 바란다.
문득 내 실수의 대상이 ‘자녀’라고 떠올리니, 갑자기 이 단어가 마음 저리고 부끄럽게 다가온다. 완벽하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고 싶었지만,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겠다. 부모의 품에 있을 때 마음껏 실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 아이는 어떨까?
세상에 나가 실수하더라도 실수에 대한 자책으로 무너져서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실수가 만들어낸 숱한 이야기들이 아름답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 실수가 인생이라는 멋지고 큰 그림의 시작이 되고 과정이 되었을 때 비로소 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이 책에서 그림으로 표현한 실수들이 아름다웠다 말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첫댓글 이 그림책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삶에는 언제나 해석이 중요하구나 싶어요.
섣부른 합리화보다 나를 성장하게 해주는 의미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