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뿐만 아니라 성장한 이후에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를 한다. 아이를 위해 밤낮 없이 일을 하고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지낸다.
특히 부모 자신들에 관한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이가 행복하려면 먼저 부모가 행복하여야 한다. 부모가 행복하지 않은데 아이가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나는 행복하지 않아도 너만 행복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럴 경우 아이들도 절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니 오히려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부모 자신이 행복해야 하고 부모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부부 관계라 생각한다.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얼마 전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다 <어쩌자고 결혼했을까>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약간의 헛웃음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책의 제목이 참 마음에 와 닿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 현실이라도 반영한 것인지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결혼 건수는 25만 7600건으로 2017년 보다 6800건 감소하였고, 2012년 이후 7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반면 이혼은 10만 8700건으로 2017년보다 2700건 증가하였다. 이 중 20년 이상 결혼 기간을 지속한 경우가 33.4%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고, 30년 이상 이혼도 12.5%나 차지하였다. 결국 결혼생활을 20년 이상 한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물론 이혼은 성격 차이, 경제적 문제, 애정 문제, 친인척 문제, 가정 폭력, 자녀 문제 등 이유가 다양할 것이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잘못한 것이고, 참고 이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잘한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부부갈등은 종합세트일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 부부는 알고 보면 애정 결핍의 문제도 있고 고부 갈등도 섞여 있고 술 문제 등도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얽히고 설켜 반복적인 부부갈등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이러한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는 척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부부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 때가 많다.
부부심리학자인 존가트만(John Mordecai Gottman, 1942~)은 연구를 통해 4가지 유형으로 다툼이 있는 경우 십중팔구 헤어진다고 한다.
첫 번째 유형은 상대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경우이다.
“당신은 어떻게 그것도 못하냐!”
“당신은 도대체 왜 그러냐?”
“아니 당신이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바쁘냐?”
이렇게 상대를 비판, 비난하며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경우이다.
두 번째 유형은 단순한 비난보다 상대를 더 기분 나쁘게 만드는 비꼬기, 무시, 멸시 등이다.
“야~ OOO! 아주 대단해!”
“당신이 그렇지 뭐! 아는 게 뭐가 있어!”
이렇게 상대를 조롱하고 인격을 무시해서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지나치게 방어적인 표현을 써서 싸움을 단번에 최악의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다.
상대가 “왜 이렇게 늦었어?” 라고 하는 말에 “당신은 뭐 안 늦은 줄 알아?” 라고 답한다면 다음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이 될 것이다.
네 번째 유형은 회피하는 것이다.
상대가 대화를 하고자 하는 데 “아 좀 그만해! 알았다니까!” 하면서 문제를 회피하거나 입을 꾹 다물고 못 들은 척 하는 경우이다.
존가트만 박사에 의하면 이 4가지 모습을 보여준 커플들은 끝까지 가지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아님 남보다 못한 커플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하지만 부부사이의 갈등은 그 순간순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익혀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가정의 뿌리인 부부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부부 자신들과 아이들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완성
나태주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첫댓글 비난, 비꼬기, 방어, 회피,
제가 딸과 하는 모든 대화 유형이 다 여기에 있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