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생명줄! 중1딸에게
화장은 어떤 의미일까?
초등6학년 2학기 무렵이 되자 큰딸이 “입술이 너무 좀비 같다.”라는 이유를 대면서 외출할 때 틴트를 시작했고, 올해 중학생이 되면서 부쩍 화장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마를 덮은 여드름이 아직은 심하니까 피부보호차원에서 화장은 한참 뒤에 했으면 좋겠다.”하니 클렌징을 2배 꼼꼼히 하겠다고 한다. 안 바르는 게 정답인데 잘 지우겠다고 답한다. 에효! 또 쌩얼은 피부톤이 별루여서 콤팩트를 발라야한단다. 6학년 여름
체험학습 때 어린이용 크림타입 썬크림 말고 스틱타입이 있단다. 요즘 대세가 스틱이라고. 썬크림이 스틱으로 나오는지도 그래서 알게 되었다. 이후엔 어른용
콤팩트하고 똑같이 생긴 퍼프도 있는 트윈케잌 타입의 썬크림도 있다고.
틴트 , 눈위 셰도우, 십대용 콤팩트 필수!. 라이너 연습중.
지켜보니 생일이 비슷한 아이들인데도 세 그룹으로 나뉜다.
그룹1 : 화장은 전혀 관심 없는 무관심 그룹
그룹2 : 쌩얼은 안되고 조금은 화장을 해야 한다는 관심 그룹
그룹3 : 틴트로 볼터치 효과까지 내는 열심 그룹
큰아이는 그룹2에 속해있다고 파악된다. 집에
있던 틴트를 학교 사물함에 넣어 두고, 등교 이후 어느 때 모여서 하는지 하교 길에 하는지 발라왔었나
보다. 협상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화장을 금하고 있고 화장하다가 걸리면 벌점에 화장품도 압수한다고도 하니 “학교에서
화장은 안돼! 학교 외 장소에서는 OK!” 이렇게 합의를
봤다.
오래 가지 않아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처럼 학교에서 화장을 했다. 친구무리들과 모여서
화장하고 해주고 하면서 구경하다가 빌려서 발랐단다. “학교에서는 안돼!”라는
이렇게 명쾌한 규칙을 어기고 “친구 화장품 빌려서 바른 거야.” 한다. 국어실력이 모자라나? 순간 당황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화장을 하고 싶다. 한다.”로, 스스로 화장을
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 같았다.
틴트를 새로 사야 한단다. “생일 때 선물로 받은 게 2개인데
다 어쩌고?” 물으니, 잃어버렸단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거라 자기가 직접 색을 고르고 싶다고도 한다. “잘
관리했어야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내년에 사면 될 것을 그때까지 참어.”
했다.
“엄마는 립스틱을 끝까지 다 쓰고 새로 삽니까?” 딸들을
고등학생 이상 키운 엄마들이 딸을 두둔하면서 얘기한다. “자기 용돈으로 사게 하면 어때요?” 의견도 준다.
“분홍도 다양한 분홍색이 있는데 어떻게 틴트 한 개만 사라고 해요?” 옆에 있던 고등학생이 거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한다. 내추럴하게
진하지 않게 화장 잘할 수 있다면서 간절한 표정으로 화장품을 사달라고 조른다.
화장 안 한 얼굴이 더 예쁜데. 학교에서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은 안 하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지? 싶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일단 하나씩 바르면서 재미있어하고 예뻐 보인다는 것에 만족하고
좋아하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엄마보다 자연스럽게 화장도 잘 한다. 하지만, 학교 교칙으로 하지 말라는 걸 걸릴까 불안해 하면서 굳이 해야 할까?
여름 방학식 날. 염색을 하고 싶단다. 한달
방학인데 염색하고 다시 원래 색으로 염색하고. 매직을 해야 하는 곱슬머리라 설득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심하게 상할 거라고. 매직하고 살짝 커트해서 여름을 보내고, 겨울방학 때 원하는 색으로 염색하자고 합의했다.
방학동안 다녀온 캠프에서 친해진 언니들, 친구들과 화장해주고 받고 하면서 실력을 키워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 학교에서 화장 너무 잘했다고 친구들이 치켜세워 줬단다. 뿌듯해 하고 즐거워 하는 이 얼굴. 에효!
앞머리 내겠다는 것도 여드름이 들어가면 그때 내는 걸로 한참 설득으로 일단 수긍하게 했다. 아마도
그땐 매직기를 사야하겠지. 등교시간에 매직기 들고 실랑이도 생길 테고.
엄마와 딸이 실랑이 끝에 둘 중에 기분이 상해야 한다면 엄마가 기분 상하는 걸 선택하는 게 좋다고 선배엄마가 충고한다. 기분이 상해도 엄마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어른이지만, 아직 어린
딸은 상한 감정처리가 서툴다고.
학교에서 규칙을 어겨 지적 받거나, 딸이 누군가에게 싫은 듣게 하고 싶지 않다. 반듯한 모습이었으면. 솔직히 말하면 딸이 하는 행동 때문에 나의
체면이 구겨지는 게 싫은 것인가도 자문해 봤다. 반반인 것 같다. 규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딸이 배워야 한다는 나의 생각도 있고, 반대의 경우 체면이 상하게 받아들여지고
불필요한 잡음이 불편한 거다.
딸이 화장하고 싶은 마음을 헤아리고, 규칙을 어겼을 때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딸이
지게 하는 경험도 필요하다는 것.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하나부터 열까지
통제할 수 없다는 걸 그 동안의 실랑이로 배운다.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고 경험을 통해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때가 아닐 때 왜 굳이 하려고 하는지 솔직히 지금도 100% 이해한 건 아니다. 중요하게 여기고 몹시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생명줄! 이렇게 들으니 아~
그 정도로~ 하고 팍! 느낌 알겠는데,
중1딸에게 화장은 어떤 의미일까?
오늘도 틴트를 주머니에 넣고 등교하는 딸을 보며 잘 다녀와 인사하며, 속으로는 불안이
올라온다.
첫댓글 제 딸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중1때 화장을 시작해서 중2때 정점을 찍다가(한반 30명중 3명 빼고는 모두 화장을 했어요) 중3이 되니(5명만 화장하고 다 화장 안하는 분위기) 다들 그만두더라구요. 왜 그러니 물어보니...'귀찮아서..' 요즘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저희집 중딩과 같은 따님이네요...여드름이 나기 시작하니 자신이 미워보인다고 생각이 드나봅니다...저 역시 매우 모범생 스타일로 성장한 소위 말하는 꼰대 엄마라 오늘 아침에도 한 바탕 하고 출근했네요...그 아이 머릿속에 제 생각을 넣을 수 없다 스스로에게 위로하며 출근했지만...아직도 규칙을 어겨가며 화장이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게 안타깝답니다...
요즘 중3인 제 딸도 드디어 귀찮아서 학교 갈 때는 화장 못하겠데요. 5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고.
2년 정도 지켜 보다보니 "그게 더 잘 어울린다. 이런게 더 자연스럽다."는 둥~ 꾸미는 재미를 함께 즐기게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