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인데 공부 좀 안하냐?”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녀석이 답답해 소리를 질렀다.
내 인생이니까 엄마는 상관하지 말라고 녀석도 소리를 지른다.
커피 한잔을 끓여서 조용히 앉았다.
해리포터시리즈 중에 덤블도어 교수에게는 펜시브라는 마법용품이 있다,
덤블도어 교수의 용량 초과 기억을 머리에서 꺼내서 보관하는 마법의 돌냄비이다.
나는 화가 난 나를 알아 차릴때마다
덤블도어 교수의 그것과 조금 다르지만
나의 펜시브를 휘이휘이 저어 조금 전 상황을 다시 꺼내 본다.
나는 무엇에 버럭 화가 났을까?
나는 너의 무엇 때문에 화가 나서 울컥했던 걸까?
누가 잘못을 했고 누가 옳았는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그랬구나... 내 마음이 급했구나!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데,
고등학교 가면 국어가 어려워진다는데,
나는 녀석을 걱정하는 마음에 내일이 시험인데도
휴대폰만 보고 있는 녀석이 어쩌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던 것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시험기간이라 얼마나 열심히 공부할 텐데,
여기저기를 정신없이 옮겨 다니며 학원 보강이라며 마무리하고 있을 텐데,
왠지 막연하게 녀석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가 ‘풉’ 웃음이 새어 나왔다.
녀석이 생각이 없는 건지는 그냥 나의 판단일 뿐이다.
그리고 ‘정신없이 학원을 옮겨 다니며’라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보강을 다니는 아이들이 정신 차리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나는 알고 있으면서, 나는 또 막연한 나의 불안감에 실체하지 않는 옆집아이와 녀석을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녀석이 지금이라도 시험공부를 했으면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 본다.
주스를 들고 녀석의 방에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까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녀석은 엄마인 내가 무턱대고 화를 내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래, 속상했구나!”
들어보니 녀석은 나름의 계획대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계획과 공부의 양이 내가 기대하는 정도에 미치지 못할 뿐이다.
내가 다른 사람이 정하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그 녀석을 나의 생각에 맞추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앞으로 30년 이상을 좋은 친구로 지내야 한다.
내 잣대에서 그의 모자람은 덮고,
녀석의 생각을 존중하고 지지하기로 했다.
나는 그의 친구이다.
첫댓글 대단하십니다~~자아성찰....나를 들여다보는거~~참 훌륭한 어머니이십니당
화가 난 순간 나를 들여다본다는 것... 너무 어렵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