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리한 <아이의 자존감> 칼럼글 조회수가 높았다.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큰가보다 했는데, 최근 인터넷상에서도 자존감과 관련되어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여러 지인들이 이야기해줘 오늘 아침에서야 찾아보았다.
짧게 잘린 영상안에서 출연자중 한분이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자신이 다른 출연자를 위해 나름 배려한 일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다른 사람을 신경쓰고 배려해준 자신에게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한말이 “이런 것들이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아?” “내가 내 자신이 기특하게 보이는 순간이 많을수록 자존감이 높아져.” 라고 말했다.
무릎을 탁 쳤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왠지 스스로 대견해지고 기특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최근에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추석연휴 직전이였나? 퇴근길 매일 내리는 전철역에 아주 가끔 몸이 아픈 중년의 남자분이 과일을 판다. 말도 잘 안통하고, 온몸이 굳어져서 그런지 움직임 자체만으로도 힘들어보이지만 저녁 늦게까지 과일 판매를 열심히 한다. 물론 그동안 내가 보기에는 거의 손님이 없었다. 전철역에서 육교로 이어지는 한 귀퉁이 작은 공간이 그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생활하는 곳이다. 매일 나오지 않고 부정기적이다. 어떨때는 한달에 한번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 그를 잊을만하면 보기도 한다. 추석연휴가 다가오니 퇴근길 전철역에 내린 사람들 손에 심심치않게 큰 선물 상자나 장바구니가 들여있으며 분주한 발걸음 속에서 그 사람의 과일은 더 보잘것 없이 왜소해보였다. 그 앞을 지나가며 곁눈질로 그의 과일을 살폈다. 역시나 마트에 진열된 과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서둘러 육교를 내려오다 ‘저 과일들을 하나도 못팔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요즘 체크카드만 쓰느라 현금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갑을 포함해 잔돈까지 몽땅 털어서 5000원을 만들었고, 다시 육교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분 앞에서 어떤 과일을 사야하나 싶어 잠시 망설였다. 들고 가기도 쉽고 제일 안 팔릴것 같은 것으로 샀다. 추석 잘 보내시라고 인사하고 까만 비닐 봉지에 담긴 배를 들고 버스 정류장을 향햐는데, 두가지 마음이 들었다. 나머지 과일도 누군가 꼭 사주었음 하는 마음과 이렇게 과일을 사준 나 스스로에 대한 뿌듯한 마음이었다.
아마 그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자신에게 감동했다’는 그 마음이 이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이 인정받고, 누군가가 알아주어 칭찬해주고 하는 것도 물론 기쁘긴 한데, 꼭 누군가 알아줘야만 기쁜것은 또 아님도 알겠다. 가끔 연세 많으신 어르신이 건널목을 건널때 바쁘지 않으면 그 어르신과 같은 보폭이거나 더 느리게 걷는다. 혹여 빠르게 못걸어 어르신 혼자 덩그라니 건널목에서 마음 급해질까 걱정이 되어서다. 그 어르신이 눈치 못채게 천천히 걸음 속도를 늦추며 걷다보면 그때도 내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도 아마 그 출연진이 말하는 감정이겠다 싶다.
그동안 이런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자존감을 높여주는 줄은 몰랐지만 확실한 것은 이런 작은 배려가 다른이에게만 좋은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무척 큰 위안과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 이 공동체안에서 엄청 가치있는 사람으로 느껴지고,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으로의 변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 출연자가 이야기한 것 처럼 ‘내 자신이 스스로를 기특해하고 알아주는 것’ 이 큰 기쁨을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첫댓글 내가 내 자신이 기특하게 보이는 순간이... 언제였을까 되짚어보는데, 떠올리기 쉽지 않네요 ^^;;;
부모로써 그런 모습은 평소에 먼저 실천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