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관심사는 20대이다. 올해 큰 아이가 20살이 되기도 했지만 긴 전업주부 생활을 접고 일을 시작하면서 젊은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그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한 그들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많은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는 없었다. 비로소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마당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고 부딪혀야 그 속에서 무엇이든 생겨나는데 점점 더 개인화되고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나 그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을 사람들이 점점 싫어하는 것 같아 걱정되면서 ‘세대 차이’나 ‘세대 갈등’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다. 이런 것들도 그들 개인의 자유라고 인정하고 다가가려는 노력(그들이 불편해 하는)을 하지 않는 것이 맞나? 오락가락 하는 중에 책으로 만난 20대들은 나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나의 첫 번째 만남은 글쓴이를 통한 간접적(?) 만남이다. ‘90년생이 온다’는 나에게 지금 청년세대를 이해하는데 기본틀을 제공해 주었고 동시에 90년생들이 어떤 사회를 경험하고 성장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태어난 시대에 따라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고 누구든 처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 환경에 최적화된 생활양식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최근 청년의 모습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일방적인 걱정이나 비판을 하고 싶다면 먼저 이런 세상이 되도록 만든 스스로를 먼저 비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그런 실수를 지금도 계속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각자도생을 당연히 받아들이며 어릴 때부터 살벌하게 경쟁하며 자라도록 두어도 괜찮을까? 좀 느리더라도 함께 가자는 말이 ‘하향 평준화’로 들리고,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들을 일 열심히 하는 사람만 손해 보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다행히 이 책에서 보여주는 90년생의 모습은 내가 그들을 잘 몰라서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이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설명한 90년생을 읽어가면서 점점 이상함보다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졌고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도 들었다.
첫 번째 만남이 대략적인 청년세대와의 만남이었다면 두 번째 만남은 또 다른 20대와의 아주 사적인 만남이었는데 제목이 ‘다른 이십대의 탄생’이다. 여기서 만난 세 친구는 앞에서 만난 일반적인 20대와 다른 뭔가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친구들에게서도 앞에 만난 친구의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차이라면 이들이 그 특징들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 친구들이 지역 공부공동체를 찾게 된 사연들은 다 다르지만 차라리 혼자가 되는 것을 익숙하고 편안해 하며 ‘혼자 있는게 뭐가 문제야? ’ '인간은 사회적 동물 운운하면 그런 거야말로 구시대적 이데올로기 아닌가?'라고 말하는 친구들에 대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이들 관계의 시작이었다고 한다.(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다니 무지 반가웠다.~)
이들은 ‘함께는 개인을 부정하고, 개인은 함께를 부정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차단하지 않으며 해결할 수 있는 출구를 찾고 싶어 했고, 그 출구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은 항상 혼자가 아니라 더 많은 ‘함께’가 지지고 볶고 공부하며 그렇게 ‘함께’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 중이지 않을까 싶다.
‘똑똑이가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헛똑똑이가 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고은이, 대학졸업장, 자격증도 없이 대신 지난 5년간 공동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며 목수 일을 해왔던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살 길을 모색해 보려 한다는 지원이, 문틱넷에 온 뒤 살아가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인지 내가 공부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끔씩 잘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런 순간을 늘려 가고 싶다고 말하는 동은이, 이 세 친구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자신들의 6년의 시간을 나와 공유해주어서 고마웠고 그들과 함께하며 나의 20대를 되돌아봤고 지금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책으로 만난 20대들은 나에게 삶과 공부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나를 어제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들에게 감사하고 우리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
첫댓글 20대를 자녀로 키우면서도 너무나 획일적인 집단으로 젊은 세대를 뭉뚱그려 바라본 게 아닌가 싶어요. 언제 기회가 되면 이런 다양한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과도 이야기나누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