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에피소드^^
점점 덩치가 커진 아들의 발은 크고 넓적하며 두껍게 변했다. 신발가게를 가면 여느 신발들이 들어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디자인 그런거 따질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 그저 발이 들어가면 신는다.
학교 실내화로 신는 슬리퍼도 정사이즈는 맞지 않아 크게 신는다. 그리고 운동화가 불편하면 그 실내화가 실외화가 된다.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아이는 -11월20일.. 골목길 물이 얼었던 그날..- 슬리퍼를 신고 나간다.
아이에게 운동화를 신으라 했더니 불편하다며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자전거를 끌고 뒤도 안돌아보고 간다.
그렇게 여러 번 신발 사러 가자해도 꿈적 안하고, 괜찮다고 하더니...... 이런! 맙소사! 이 추운날에...
출근을 하면서도 아이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얼마나 발이 시려웠을까......
그리고 그런 녀석을 보는 사람들은 나를 뭐라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와중에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다니.. 참..
일을 하면서는 바빠서 잊고 있다가 퇴근을 하면서 다시 아이가 떠올랐다. 전화를 걸었다.
“오늘 힘들지는 않았니?”하고 묻자 “뭐, 딱히 힘들지는 않았는데”라고 대답한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정말 불편하면 나를 끌고 신발 사러 가자하겠지. 그때가지 기다릴까.. 내가 늘 해결을 해주는 것은 아닐까? 여러 번 사러 가자고 했는데도 아직은 신을만 하다며 꿈적하지 않았으니 사야 한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까, 운동화를 실내화 주머니에서 꺼내 신는 것이 귀찮아서였다면.....’ 아주 순식간에 든 생각들이다.
그러나 내일도 슬리퍼를 신고가면 않된다는 생각에 ‘기다려볼까’라고 스스로에게 한 질문은 날려 버리고 “발 시렵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 정말 발 시려웠어. 장갑도 두고 가서 학교 도착하니까 손이 얼어서 안펴졌어”라며 말한다.
“엄마는 오늘 좀 슬펐어. 발 시려웠을 거 같아서.. 집에 올때도 슬리퍼 신고 왔어?”
“응”
“왜? 운동화 신고 오지”
“운동화 작아...”
“헉! 그런데 왜 사러 가자고 해도 괜찮다고 했어?”
“사실 스트레스야, 신발사러 가서 이것저것 신어봐도 맞는게 없으니까.. 사러가기 싫었어, 그리고 이렇게 추울지 생각 못했지~”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기는 너무 늦을 것 같다 하니, 나보고 사오란다.
부랴부랴 운전대를 돌려 쇼핑몰에 갔고 이 메이커 저 메이커 돌아다녀 보는데, 마네킹에 신겨져 있는 운동화가 볼이 넓어 보였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WIDE"라고 붙어있는 텍을 보여주며 발볼이 넓게 디자인 돼서 나온 신발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런 택이 붙어있는 신발을 보지 못했었다고 하자, 이번에 나온 거라 한다. 다른 디자인으로 나온 것은 없냐고 물어보자, 유일하게 나온거라 한다.
뭐 디자인도 나쁘지 않아 바로 계산했다.
집에 오니 아이는 피곤했던지 자고 있었다.
맞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한치수 큰 것으로 교환하려고 자는 아이를 깨웠다.
신데렐라 발에 딱 맞은 구두처럼 아이 발에 잘 맞았다.
그렇게 그날을 기쁘게 마무리 했다.
그리고......오늘 아침, 학교 체육복바지를 입은 아들은 "엄마, 이것봐~"라고 한다.
"헉!! 쫄바지네.. 찢어지겠어. 못입겠네. 오늘 체육 들었어? 왜 진작 말 안했어?"
첫댓글 글을 읽어보니 저도 아이가 아주 자~알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너무 따뜻한 에피소드들이에요. 읽으면서 미소가 절로 머금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