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죠.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 차를 마시고, 누군가와 영화를 보고 함께 식사를 하던 소소한 날들이 정말 소중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코로나 대응 현장에서 애써주시는 많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과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어요. 개학이 미뤄진 아이들도 다니던 학원을 내려놓고 놀이터도 안 나가고 있습니다. 밖에 못 나가는 걸 힘들어하지 않고, 집 안에서 매일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아이들의 능력에 감탄하는 나날입니다.
몇 일전에는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잠깐 집 밖으로 나섰다가 우연히 지인을 마주쳤어요. 코로나가 이렇게 심각해지기 전에 차를 마시자고 약속을 해놓았다가 약속을 기약 없이 취소했던 분이거든요. 갑자기 만나서 깜짝 놀라 반가워하며 그 분이 저의 손을 잡으려는 듯, 손을 들어 올리는데 제가 반사적으로 양손을 들어 마치 거절하는 듯 한 포즈를 취하게 되었네요. 코로나 때문에 조심하고 건강하게 지내다 다시 만나자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서 생각해보니 '손 정도는 잡아도 괜찮지 않았나' 하는 미안함과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조심하는 게 맞지' 하는 안도감,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손을 잡고 안 잡고는 별것 아닌 일이지만, 별것 인 것처럼 자꾸 마음에 맴도네요. 내가 옮는다는 것 보다 내가 옮길 수도 있다는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 시기에 당연한 거지,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
이러한 거리두기가 물리적인 게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라면 어떨까요?
나는 누구에게 어떤 심리적 거리를 느끼고 있나 생각해보니 요즘이라면, 코로나 의심자나 확진자를 대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전에 인권에 대해 공부할 때 접했던 책, <위험한 요리사 메리>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상황에 딱 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제목만 들어서는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동화 같기도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제목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볍게 펴 들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도 더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플롯,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공감되는 현실적 이야기에 사회현상과 인권에 대한 고민까지 안기는, 그야말로 그냥 무조건 추천하고 싶게 만드는 깊이와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범인은 요리사 메리이고 무기는 장티푸스균입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상관없는 이유는 이 책은 누가 범인인지 찾는 추리소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고 성실하며 음식솜씨가 좋은 아일랜드 이주 노동자 메리가 장티푸스균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수용, 격리되고 공공의 적이 되는 과정을 쫒는 것이 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메리는 자신이 보균자인 것조차 모르고 가정부로 일을 했습니다. 위생공학자의 집요한 추적과 보건당국, 경찰의 협조로 결국 그녀는 체포되고 신문사는 그녀를 마녀라는 프레임으로 포장하기 시작합니다. 메리가 69세 로 사망할 때 까지, 공중보건국의 의사들과 기자들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질병뿐만 아니라 민족적 기질과 개인적 특징까지 들먹거리며 그녀를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질병을 쫓는 사람들의 사회적 책임과 헌신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 쫓는 것이 질병이어야지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부주의한 태도로 질병에 감염된 사람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사회적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그 것이 윤리와 도덕에 가려진 여러 이해관계들에 의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가짜뉴스와 편견들 안에서 한 개인이 말살되어 가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마녀로 만드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은지 저 부터도 반성하면서 어떤 사건들의 진실이 묻히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잘 견디고 이겨내서 이 것 또한 코로나가 만들어놓은 또 다른 일상의 모습이라는 것을 추억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
첫댓글 글 읽고나니 소개해주신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도서관 휴관 끝나면 첫번재로 대출할 첫책이 되겠어요. 소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