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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1부 가르치지 않는 학교 시청 소감
저는 초등학교 보건교사입니다. 학생들에게 <건강>을 가르치는 교사지요. 학생들이 올바른 건강지식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 자기건강관리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건수업의 목적이라 지끔까지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아이들에게 건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례로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하고 있는 흡연예방교육도 제가 맡아서 하고 있는데요. 시험을 치지 않고 평가 결과가 생활기록부에 반영되지 않는 이런 교육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나게 수업하고 수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는 늘 제게 큰 고민거리입니다.
작년 흡연예방 수업에서는 5,6학년 학생들이 1,2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직접 가르쳐보면 아이들이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일단 첫시간은 제가 수업시연을 보이고 모둠별로 저학년 대상의 수업계획을 짜게 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할 지 모둠별로 계획해서 PPT와 필요한 교구 등를 준비해서 일단 학급에서 먼저 친구들에게 수업을 하게 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준비를 잘했더라구요. 직접 저학년 학급에 찾아가서 아이들이 무슨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조사해보고 좋아하는 캐릭터로 도입부분을 구성한 모듬도 있었습니다. 수업시연을 한 후 서로의 모둠에 대해 평가를 해 주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실제 최종 수업을 할 모둠을 결정해서 반 전체가 협력해 저학년 교실에서 실제 수업을 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 언니 오빠 형들이 수업을 하니 저학년들도 수업을 집중력있게 잘 들어주었고 가르치는 고학년 학생들도 신이 나서 수업을 했습니다. 수업방법도 인형극, 퀴즈, 게임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보상물은 제가 준비해주겠다고 했는데도 직접 준비한 반도 있었습니다. 조금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제가 평가하기는 대체로 수업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5,6학년 담임선생님은 이 수업에 대해서 조금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이 수업이 평가에 들어가는 수업은 아니지만 이 준비를 위해서 아이들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다는 것이지요. 컴퓨터도 잘 못 다루는 아이들이 많아서 일부러 다른 수업시간을 할애해서 수업준비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제 수업을 위해서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서포트 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던거지요.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터라 무척 죄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완성도 있는 수업시현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저는 그 과정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다른 부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저의 수업시현1시간, 각자반에서 수업시현하며 반성하기 1시간, 직접 수업시현해보기 1시간 해서 이 수업만해도 3시간이 걸렸는데 강의식 수업이면 1간이면 충분이 하고도 남았을 시간입니다. 이 수업을 위해서 아이들은 이 세시간 외에도 교구를 준비하고 게임을 준비하며 더 많은 시간들이 들어갔을겁니다. 수업목표 하나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어쩌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수업입니다.
EBS 특집 다큐 <다시 학교 1부> 가르치지 않는 학교 편에서 동일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과정중심평가에서의 수행평가가 가지는 단점들과 학생들의 부담감이 너무 크고 성취수준은 너무 낮다는 지적과 함께 옛날방식의 강의식 수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부만 보면 충분한 논의 없이 급하게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평가의 부담이 크지 않지만 평가의 부담이 큰 중고등학생들이라면 아마도 더 큰 부담일 것입니다. 1점차로 등급이 달라지는 상위권학생들이라면 더더욱 큰 부담이리라 생각합니다. 매해 초등교사들이 하는 수업연구대회를 가보면 각종 교구들과 학생들이 해볼만한 체험준비물이 잘 준비된 수업을 한 시간 내에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과연 그것을 실제 수업에서 가능할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수업은 효율 면에서는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부담이 되는 수업인 것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다시 과거의 방식대로 돌아가 강의식 수업으로 학업 성취도를 올리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계속되는 <다시학교> 시리즈에서는 그에 대한 해답으로 여러가지 연구들을 시도해 보면서 과연 이 시대에 학교에서 어떤 사람을 키워낼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교육을 어찌 효율이나 경제성 만으로 따질 수 있을까요? 교육하는 과정 가운데서 몸으로 익히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과연 아이들 머릿속에 체계적인 지식이 확고히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한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족한 제가 거쳐온 교육과정과 살아온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많이 배운다고 해서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학업성취도가 높다고 해서) 잘 산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지만 삶을 사는데는 미숙한 점이 많았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 지혜롭게 행복하게 잘 사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1부 에서 한 아이가 수학수행평가를 위해 밤을 세워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었고 그것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을 보았습니다. 아이는 과연 이 작업이 수학의 어떤면을 이해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했는데..저는 이 뛰어난 아이가 동영상을 만들면서 배우게 되는 것은 수학의 어떤 이해 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의 극한을 동영상으로 만들면서 어떤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것, 그 설명을 다른 사람도 임펙트 있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표현하는 기술..아마도 총체적인 이런 것들을 다 배우게 되겠지요. 그리고 저는 밤새워 그일을 하는 아이의 열정을 보았습니다. 단지 수행평가 점수 하나를 위해 아이가 그렇게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수행평가 결과도 좋을거라고 예상되지만 수행평가 점수 하나만으로 그 학생의 작품을 평가하기는 조금 아쉽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전에 스마트교육 연구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요. 벌써 5년도 더 지났네요.
당시에 수업공개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 저는 스마트한 시대가 정말 빨리 올 줄 알았습니다. 당시 예산을 지원받아 아이들에게 1인 1대의 테블릿으로 가르치고, 교실에서는 미러링과 다양한 어플들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스마트 교과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연구결과도 스마트기기 활용교육이 학생들에게 유용하다는 결론을 맺었지요. 그 후에 근처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는데 그 학교에서는 제가 연구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전혀 써먹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아예 화면부터가 엄청 오래된 것이라 미러링자체가 안되었고 스마트폰도 없는 학생들이 태반이었거든요. 학교에 와이파이 서비스를 설치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뒤 빨리 올 줄 알았던 스마트교육시대는 다른 곳으로 전근 온 이곳에서도 요원해보였습니다. 학교현장이 제일 변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바로 지금 코로나사태로 온라인 개학을 한 이 순간이 왔습니다. .더디다고 생각했던 학교문화의 변화가 코로나로 인해 한순간에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놀라고 있습니다. 학교에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쌍방향 수업을 위한 기자재를 구입해 준다고 합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미 변화의 시작은 예전부터 예고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화는 살아있다는 증거이지요. 많은 분들이 두려워하고 있지만 실제로 경험해보고 시도해가다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도 발견되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직면한 현실 앞에서 두렵기보다 저는 설레입니다.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더 많이 시도해보고 더 많이 실패해보고 그렇게 배워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어떤 교육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보면 분명 우리의 교육은 성장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성장해 가는 그 과정 한가운데 있습니다.
글쓴이: 시심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지금의 교육현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어떤 교육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할 것인지" 에 초점을 두면 분명 좋은 성장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