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청춘 기록’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박보검이 해군 입대 전에 찍은 드라마라는 정도로 알고는 있었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박보검 아니 ‘사혜준’의 대사 한 마디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실이 계속 공격을 한다.” 이 대사에 내 시선이 왜 드라마로 갔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나도 적잖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지만 코로나로 바뀐 일상들.
비대면으로 인해 잡혔던 강의들이 줄줄이 취소가 되고......
그러면서 온라인이라는 세상으로 옮겨가고......
그러다 보니 기계치인 내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다루며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을 만나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공격이라기보다 현실이 자꾸 나를 테스트한다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업데이트란 글자만 떠도 겁을 먹던 나였다.
그것을 누르면 왠지 모든 것이 없어지거나 엉망이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매번 '나중에', '나중에'만을 눌렀었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요 몇 달 동안 뼈저리게 느끼며 지냈다.
현실의 계속되는 공격에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공격에 맞서 나아갈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공격에 맞선다라기 보다 순리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 속도에 있어서는 마음을 내려놓기로 하였다. 아니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 이 또한 또 다른 공격이라면 공격일지도...
하지만 나만의 속도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뚜벅뚜벅 가보기로 했다. 나의 방향을 잃지 않으며.
내 능력으로 하기 힘든 것은 조금 뒤로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다 보니 해결되는 것이 하나씩 생겨나는 경험도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나에게 다가온 현실의 공격과 씨름을 하고 있을 때, 베를린에 있는 딸도 나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비자 문제와 코로나라는 두 변수 앞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하는 눈치였다. 고민 끝에 비자 기간 연장신청을 해보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코로나로 상황이 어렵지만 1년 만에 그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것은 너무 현실에 안주하는 것 같아 싫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갈 때 계획했던 기간과 일도 있고.....다행히 다니는 회사에서도 계약 연장을 먼저 이야기하던 터라 비자 신청을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청하였는데 기간 연장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혼자서 헤쳐나갈 딸의 현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고 겁도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도 이 현실의 공격을 순리로 받아들이고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하듯이, 딸도 본인 앞에 주어진 현실의 공격 아니 문제들을 하나씩 잘 해결해나가리라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들이 많겠지만 말이다.
“현실이 계속 공격을 한다.”
이것이 어찌 나와 딸만의 문제이겠는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보다 훨씬, 아니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더 힘든 현실의 공격을 감당해내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하기에 불평하지도 불만을 갖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이렇게라도 헤쳐나갈 수 있음에 오히려 감사한다. 그리고 그저 감사함에서 그치지 않고 나를 필요로 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 방법이 어떠한 방법이든 그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해보려 한다. 비록 코로나 이전의 상황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고,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고,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이 많고, 도움을 청해야 하는 상황도 많이 생길것이다. 그래도 이것이 코로나 상황을 극복해나가는데 나에게 주어진 작은 역할이자 소명이라 생각하기에 뚜벅뚜벅 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