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꿈꾸는 책방

[상담넷]

2020년 2월, 18년간 다닌 일터를 그만두었다. 돈만 안겨주는 직장 생활을 끝내고 남은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살고 싶다는 결정이었다.

코로나로 자유롭진 못했지만, 틈틈이 독서하고 책과 관련된 사람을 만났다. 책방 여행도 다녔다. 그 후로 자주 다니던 북카페에서 독립출판물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좋아하는 작가의 팬카페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마켓에 내가 사는 지역 책방 투어를 기획하기도 했다. 5월 말 첫 1박 2일 책방 투어, 마을 꽃 축제와 동네 벼룩시장이 책방 투어 일정과 맞아 더욱 뜻깊은 여행을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그즈음 독립출판물 관리를 맡게 된 북카페는 임대 계약이 끝나가고 있었다. 혼자 운영하는 것이 힘들고 장기화한 코로나로 수익도 거의 없는 상태여서 그만 접어야겠다는 대표님 이야기를 접하였다. 내 꿈은 책방지기가 되는 것이었다. 첫 책방 투어 참가자 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분이 대부분이었다. 북카페가 없어진다는 아쉬운 마음에 ‘함께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지’ 물어 보았다. 긍정적이었다. 책을 팔아서 돈을 벌기는커녕, 월세나 관리비 벌기도 쉽지 않음을 다들 너무나도 잘 알기에 책방지기가 되고 싶다는 꿈은 가슴 한쪽에 고이 접어 두고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터였다. 나도 언젠가는 책방지기가 되어 마음껏 책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막연히 바라고만 있었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상태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는 너무 아쉬웠다. 무모하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2020년 7월 7일, 퇴사 후 5개월 만에 책방지기가 되었다. 함께 책방 운영에 참여하기로 한 지인은 십여 명이 넘었고 각자의 취향대로 큐레이션을 하는 개인 책장을 부여하였다. 아이가 어리거나 여러 사정으로 책장을 꾸릴 여력이 안 되는 경우에는 월회비를 받고 책 구매 비용과 카페 음료비를 할인해 준다. 개인 책장을 꾸리며 판매 수익금을 책방지기와 분배하는 방식으로 책방 운영 전반에 깊게 관여하는 ‘나눔이’ 회원, 책장은 없지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지킴이’회원이 모여 함께 각자가 꿈꾸는 책방을 만들기로 했다. “모두가 꿈꾸는 책방”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회원의 월회비 덕분에 월세 걱정은 덜고, 팔리기 위한 책을 고르기보다 읽고 싶은 책, 또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다양한 장르의 책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방식의 책방을 열고 운영한 지 3개월이 되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아예 움직이지 않아 매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 회원 모두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있기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회원은 생일을 맞은 큐레이터 책장에서 선물로 책을 사주기도 하고 책이 많이 팔리지 않는 책장을 일부러 골라서 사주기도 한다. 코로나로 텅 빈 책방에 일부러 찾아와 매상을 올려 주기도 하는 천사 같은 회원에게 감사하다.

현재는 지역 동네 책방과 꾸준한 네트워크를 통해 책방 투어를 이어가고, 작가와의 북 토크, 책의 내용과 각자가 가진 취미를 연결한 프로젝트 형태의 작품 전시도 앞두고 있다. 모두가 꿈꾸는 책방이 앞으로도 따뜻한 공간으로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며 더 많은 사람이 동네 책방으로 인해 책과 가까워지고 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정책언니]

생각만해도 멋진 책방이네요. 녹록치 않은 시절에 문을 연 만큼 오래 오래 지속되길 기원합니다!

[최영이]

우와 저도 도서관 꿈꾸고 있는데.. 저도 언젠가 동네에서 도서관 열고 소식 전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책방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