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상담넷 정기 모임. 공부방을 운영하시는 상담위원을 만나서 수학 공부 관련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수학에서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분 말씀대로 '수학 공부 잘하는 법'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각자가 가진 역량과 자원, 상황에 따라 방법은 다를 것이다. 잘한다는 기준마저도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사교육 강사 출신이라 사교육 없이 수학을 잘하는 법은 알지 못한다. 내 경험을 토대로 사교육을 잘 활용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경우 정도는 이야기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안타까운 일은 '이미' 수학을 싫어한 상태로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 중학생을 가장 많이 만났는데, 사교육 과열 지구에서도 중1이 되어 학원을 처음 오는 아이들도 꽤 있다. 그런 학생들은 수학에 대해 별 감정 없거나 오히려 처음 다니는 학원에 기대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그동안 잘 놀아서인지 생기가 있어 보인다. 이런 아이들은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인다. 반면 수학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한 아이들은 표정부터 어둡다.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저는 수학 못해요'이런 말부터 내뱉는 걸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학습지를 반복하는 게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 어려서부터 과하게 수학 공부를 하는 과정에 아이들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 연산의 정확도를 조금 높이려 하다가, 수학에 대한 감정이 나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설사 자신이 수학을 못할지라도, 못하는 걸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수학에 주눅 드는 것보다는 멋모르고 자신감이 있는 거, 괜찮다. 하지만 도저히 불안해서 그냥 둘 수 없다든지,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게 힘든 아이라면 수학 공부를 시키되 많은 격려를 해줘야 한다. 어렵고 힘든 걸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줘야 한다.
어머니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을 때 아이들은 힘들다. 초등학교 때는 그럭저럭해도 중등 수학은 다르다. 이해가 안 가고 어려운 걸 부모와 교사에게 숨기는 경우가 있다. 계속 잘하는 '척'을 하고 싶어 하는 거다.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한다는 소리 듣던 애 중에서 이런 경우가 있다. (영재원 출신이라든지) 아이가 모르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배우기 힘들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를 짐처럼 짊어지고 가는 아이를 볼 때면 안타까웠다.
학생이 아예 공부에 의욕이 없어서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거나, 여러 사정으로 학원 수업이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예도 있다. 강사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해보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애석하게도 이런 상황을 부모님이 전혀 모르시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께 이야기해봤자 야단만 맞거나, 학원 생활에 이골이 나서 다른 학원 옮겨봤자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무조건 학원에 보내면 공부가 될 거라 생각하지 마시고,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들여다보셔야 한다. 이걸 아이가 간섭처럼 느끼지 않으려면 부모와 자녀 간의 신뢰 가 있어야 한다.
언제 학원을 가는 게 제일 좋은지를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선행 정도도 심화도 어느 수준으로 할지, 어떤 학원을 갈지도 각자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하고 싶다. 제발 본격적으로 수학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수학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찍 시작해도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다면 얼마든지 괜찮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좀 미뤄두셔도 괜찮다. 그리고 아이가 공부에 어려움이 있을 때, 솔직히 부모님과 의논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데 신경을 많이 쓰셨으면 좋겠다. 정서적 안정감이 공부에서 중요하다는 건 다들 아실 거다. 특히 수학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짜증이 나기 쉽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하거나 충분한 응원을 받는 게 중요하다. 수학을 어려워할수록, 더 시킬 생각보다는 좀 덜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옆집 아이랑 진도 경쟁하지 마시고, 내 아이만 보셨으면 좋겠다.
- 새힘 -
첫댓글 "수학 공부하는 과정에서 짜증이 나기 쉽기 때문에" 이 문장에 확 마음이 꽂히네요. 짜증내다 울다 문제집을 찢어버리던 딸의 과거 급소환 ㅠㅠ 유일한 수학학원 경험이었지만 다니는 내내 수학이 얼마나 지겹고 힘들었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