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니주니님.
날씨가 풀려 주말 나들이를 기대하려 했는데 미세먼지에 갇힌 조금은 아쉬운 주말입니다.
상담글을 읽어보니 이제까지는 주니주니님의 기준에서 사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셨군요.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주변 지인들의 과학실험학원의 추천을 전해 들으며
‘부모로서 미리 못 챙겨줘서 혹시나 나중에 아이가 힘들어 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고서 불안한 마음이 드셨나 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도 사교육에 대해서 반대하고 걱정하는 바가 이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필요 이상의 학습 강요와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문제들이라고 봅니다.
암기와 문제풀이로 배운 수동적인 지식은 주로 단기기억으로 너무 쉽게 잊어버리기도 하거니와 학원에서 피교육자의 선택권을 배제한 방식으로 습득된 지식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가 저장되는 정도 입니다.
독서는 어떠할까요?
독서로 얻어지는 장점들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독자는 타인이 정해준 책보다는 독자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한 책에 더 적극적이고 흥미를 가지게 됩니다.
부모나 교육자가 교과를 연계한 최상의 추천도서를 척척 제공하는 것 보다는 아이의 선택권이 더 중요한 첫 번째 조건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선택권만 우선시 되면 재미만 찾는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 하겠지요.
저의 아이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초등 저학년 때 도서관에서 아이가 고른 책은 <내일은 실험왕>, <마법천자문>, <why시리즈>가 있습니다. (이런 학습만화를 추천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의 아이들도 이런 학습만화부터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는 것을 먼저 선택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 중간에 제가 추천하는 그림책을 읽도록 제안하거나 아니면
잠들기 전에 직접 읽어 주기도 했습니다.
(잠자리 책읽기는 여유만 된다면 초등 4,5학년 때까지 아이가 그만이라고 할 때까지 계속 해 주시면 좋습니다.)
<내일은 실험왕>의 경우 도서관에서 재미있게 읽고
몇 권은 아이가 실험키트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저랑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구입하여 만들어 보기도 했었습니다.
제 아이의 사회, 과학지식의 상당부분을 학습만화의 도움을 받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학습만화를 무조건 추천해 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은
만화 위주로 되어있다 보니 줄글을 읽는 호흡이 짧습니다.
긴 호흡으로 읽고 책의 맛을 느끼고 사색하는 힘을 키우기에 방해가 되는 면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때는 부모와의 대화와 소통, 협의라는 줄다리기가 필요합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아무리 재미있게 쓰여 졌다고 해도 줄글을 읽는 힘이 필요합니다.
알쓸신잡에서 정재승 박사가 무인도에 가지고 가고 싶은 책이라고 추천한 <도구와 기계의 원리> 책을 보면 재미는 있지만 곳곳에 부가 설명이 줄글을 읽어 가는 힘을 필요로 합니다.
며칠 전 저는 아이와 겨울방학기간 동안 컴퓨터 게임시간을 늘여줄 것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민 협상카드는 하루 한권 역사학습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를 읽는 것이었는데, 아이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아! 그 책은 만화책이라고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 다른 만화책은 30분도 채 안되어서도 휘리릭 넘겨 볼 수 있는데, 그 책은 내가 꼼꼼히 읽는 편이라 한 시간 이상 더 걸린단 말이야...”
아이의 대답 속에서 학습만화조차도 줄글을 읽어 내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 하고 있지요?
아이를 키워 본 선배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실험 활동들은 그 당시에는 흥미와 재미를 줍니다.
그러면서 지식이 함께 동반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합니다.
그러나 시간을 지나 보면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 그런 학습들이
아이의 배경지식이 되어 훗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매우 적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마 아이가 초등 1,2학년 때는 ‘과학실험 학원에 보낼까? 말까?’를 갈등 하겠지만,
아이가 3,4학년에는 역사 그룹수업으로 한 번 더 ‘보낼까? 말까?’에 대한 갈등을 겪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고민을 기억해 놓으셨다가 흔들리는 그 때마다 주니주니님의 기준을 잘 살펴 가시길 바랍니다.
책 밖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체험 활동을 추천해 드리자면
국립중앙박물관, 경찰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과천과학관,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 의정부과학도서관 천문우주체험실, 지역천문대, 작은 도서관 등등 인터넷 검색하면 예약으로 각종 무료 체험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림책협회에서 만든 <전국그림책 책방지도>는 가족여행지로 추천할 만합니다.
https://blog.naver.com/j2hansae/221285714932
한 번더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너무 조급하게 여기지 마시고,
모든 체험을 꼭 해야 한다고도 욕심내지도 마시고
아이와 추억을 함께 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제 아이가 에바 알머슨 그림 전시회를 가고 싶다고 저에게 부탁하더군요.
에바 알머슨은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그림책의 그림작가입니다.
에바 알머슨 그림 전시회를 제 아이가 보고 싶은 이유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먼저입니다.
반 발짝 떨어져 아이를 기다려 주는 것 참 어렵습니다.
엄마의 강요에 의한 아이가 원하는 마음이 없는 체험은 또 하나의 공부, 학습일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요.
체험 또한 요즘은 사교육 업체의 체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그런 잘 차려진 밥상이 제공된 체험보다는
부모와의 추억을 훗날 끄집어 낼 수 있는 부모와 함께 했던 박물관의 그 때, 그 장소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방학동안 아이와 가까운 도서관에서 즐거운 책읽기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기대하며 제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첫댓글 학습만화도 아이 스스로 읽는다면 괜잖을겁니다. 제 아이의 경우 글책보다 학습만화의 경우 재독을 아주 많이 하는 편입니다. why 공주와왕자편을 읽을 때 처음엔 큰글씨 나중엔 작은 글씨를 읽고 결국 모르는 단어는 물어봅니다. 옹주는 뭐야? 이런 식이죠. 아이가 선택한 책은 흥미를 느끼기 쉽고 재독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깊이있는 지식획득도 가능합니다. 책의 형태는 그 다음에 고민하셔도 될듯합니다. 전문가의 답변은 아닙니다~^^ 제 경험일 뿐이니 참고만 하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