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랫만에 연락드립니다. 2019년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19팬데믹이 아직도 우리 일상에 위력을 거두지 않는
요즘, 여러분 모두 평안하셨는지요? 저는 지난 2월 13일, 여덟 달 전에 가향교회 신학지도 목사직을 내려놓고
(새 담임목사 부임 후) 지금은 월 1회 정도 교회 초청설교를 하거나, 집에서 제자들이 섬기는 교회예배에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9월에 욥기 주석서를 <복있는 사람>에 넘겼습니다. 연말이나 내년 1월 경에 출간될 것같습니다.
책을 쓰기 시작한지 5년만에 탈고했습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석학인 미하엘 벨커 교수의 2019/2020 기포드 강연록인 <하나님의 형상으로: 영 인간학>을 번역해 얼마 전 한국장로교출판사에 넘겼습니다. 벨커 교수의 마지막 한국제자인 이강원 박사가 1-3장 초역에 참여했습니다.
이강원 박사의 초역을 제 4-6장 번역문체와 통일하는 과정에서 개정했습니다. 저는 4-6장을 번역한 외에 해설과
요약, 논평을 부록으로 실었습니다. 어드만 출판사와 벨커 교수가 계약시, 김회권 교수가 번역자임을 조건으로 출간했기에 제가 주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번역과정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다만, 늘 그렇듯이 항상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너무 깊은 책이라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영 인간학>을 번역하는 과정은 많은 배움, 깨우침의 시간이었습니다. 기포드강연의 위엄과 전통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기포드 강연은 종교를 갖지 않는 상식적인 세상사람들에게 그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도출되는 윤리와 도덕을 확산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유럽 최고의 통섭학 강좌입니다. 우리가 아는 석학들의 마지막 커리어가 기포드 강연자로 서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권위있는 강좌입니다.
벨커의 <하나님의 형상으로>는 기독교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종교에 치우쳤다는 편견을 심어주지 않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전파하는 데 엄청 유익한 통찰을 주는 책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면 큰 은혜 받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연구소 동역자들에게는 저자할인가(30% 할인금액)로 구입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한국장로교출판사에서 11월 첫째 주에 책이 출간되면 11월 14일 저녁 7시(독일 하이델베르크시간으로 정오)에 줌으로 북콘서트를 하게 됩니다. 높은뜻정의교회가 대형스크린과 여러 시설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하나님 나라연구소가 주최하고
높은뜻정의교회와 한국장로교출판사가 공동주관으로 참여합니다. 제가 통역합니다. 여러분 미리 신청하시면 됩니다.
저는 2년전에 써둔 기도문을 다시 반복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하나님, 칼 바르트가 1962년에 남긴 유작 <개신교신학입문>(신준호역)에는 저의 양심과 폐부를 찌르는 말들도 가득 찼습니다. 아무리 좋은 신학저작들을 낸 자들도 <주님만이 홀로 나의 왕이시니 나는 시드는 풀이요 꽃입니다>라고 고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164). 160-163쪽에는 더욱 충격적인 경구들도 가득 차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신학도 하나님의 거룩한 불꽃시험 앞에서는 먼지와 재로 전락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 하나님, 두렵게 깨닫습니다. 제가 쓴 논문과 주석들이 먼지와 재가 될 수 있으며 하나님의 시험불꽃에서는 풀처럼 타는 허무한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아버지 하나님, 아무리 숱한 날밤을 새워쓴 글이라도 그것이 먼지와 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허약한 논리와 엉성한 글발로 당신의 위엄과 영광을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이 탑니다. 아버지 하나님, 제 신학작업이 소돔성처럼 불타고 예루살렘 성벽처럼 무너져내릴 것이라는 사실이...아버지 하나님 하나님의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계시를 차단하는 저작물은 예루살렘 성처럼 파괴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더라도 공부하고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진리를 드러내는 데 무력한 책/글/논문들은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파괴되는 것이 또한 정의이요 진리임은 분명합니다.
아버지 하나님, 당신의 영광이 머물지 못하는 신학, 당신의 거룩한 영에 붙들리지 못한 신학저작들은 예루살렘 성전운명으로 전락합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영광은 우상소굴로 전락한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 바벨론포로들의 그발강 수용소 위로 임시거처를 잡습니다. 제 신학작업도 신학적 사유도, 묵상과 기도도 고난받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따라다니게 하소서.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터가 흔들리고 성벽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위기감에 엎드립니다. 아버지 하나님, 제 영혼을 살려주소서 들려주소서 하나님 아버지 세미한 음성...들을 귀를 주소서. 불충하고 무능하고 오염된 제 영혼을 돌이켜 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곧 뵙길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김회권 목사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