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저스(Derek Scissors) 차이나베이지북(CB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코노미조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숫자 그대로 신뢰할 수 없다며, 올해 중국의 실질 체감 소득 증가폭은 2%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이 일본형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부채를 축적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9~10%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고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차이나베이지북’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민간경제연구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제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Beige Book)을 본떠 만든 중국판 경제보고서를 분기별로 발표한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승자가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근거가 있나 중국은 2014년부터 대규모 자본 유출을 겪어 왔다. 중국은 여전히 외환 보유액 세계 1위지만 보유 규모는 지난 2년 동안 1조달러(약 1191조7000억원) 이상 줄었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3000억달러(약 357조5100억원)가량 감소할 것이다. 중국이 그만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갈등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합리적으로 조율에 나서 결국 누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경제 의존도가 높다. 미국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텐데. “미·중 관계가 나빠질 경우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등 민간 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최근 발표한 실적과 주가를 보면,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노동시장이다.
무역 갈등으로 소비자 물가가 상승한다 해도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 고용을 늘릴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GM은 2016년 중국에서 387만대의 차량을 판매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2015년에 비해 7.1% 늘어난 것이며, 전 세계 GM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해 애플의 주가는 연초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1월 1일 105.26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했던 애플의 주가는 같은 해 12월 30일 115.8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택할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국제 무역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지 않나. 흔히 말하는 ‘국제 무역 질서’라는 것은 미국이 현명하게 경제를 운영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묵인했기에 오늘날 같은 모습의 국제 무역 질서가 존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얻는 이익을 포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여러 해 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해 왔다. 중국은 한 지역의 경제 중심이 될 수는 있어도 세계 무역의 중심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외에 중국 경제가 직면하게 될 가장 심각한 도전은 무엇인가. “부채는 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어떤 조치보다 중국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클 것이다. 중국 정부 스스로도 일본식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형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빚 늘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대규모 차입 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려울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중국 정부가 상황을 바꿀 만한 용기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 속도를 스스로 조절 가능하다고 믿는다. “중국 정부가 9~10%의 경제성장률(GDP)을 발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은 더 이상 7%의 GDP 성장률조차 유지할 수가 없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이 모든 경제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재정 여건이 탄탄하다고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건물과 공항 등을 지어 일시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 동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CBB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중국 정부 자료보다 신뢰할 수 있나. “CBB는 중국 내 3000여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소비자 관련 수치가 빠져 포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결과가 불안정하거나 안 좋다고 해서 숨길 이유는 없다.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올해 중국은 6% 이상의 GDP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중국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질 소득 증가는 2%에 불과할 전망이다. 자산·주식·채권·상품에 끼어 있는 거품이 생산적 투자를 제한한다. 끝으로 중국 정부는 늘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현되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