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스크랩 김장일 시집/ 밭에 서다 / 아버지처럼
풀잎이야기 추천 0 조회 10 09.06.03 23: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김장일 시집1권 <밭에 서다> / 글쓴 이 김장일/ 도서출판 바우솔/ 초판1쇄 발행/2008년4월6일


[시동 할머니]

양날 호미에 모종삽
점심 도시락에 비옷하며
장갑까지 챙겨 배낭 한 짐
구부정한 일흔 둘 어깨에 걸치면
새벽 네 시 일당 3만원

차곡차곡 돈 모아지는 재미에, 처음에는
손주 녀석 용돈 쥐어주는 재미에
마흔 둘 장가 못 간 막내아들
기술 학원비 보태려고
아픈 다리 절며, 끌며, 기며
배추밭 김을 맨다
어제는 열무 솎고
오늘은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내일은
내일은 또 어느 집으로 팔려갈까

바람 찬 뱃재삼거리 인력시장
서둘러 수군거리는 몸 챙겨
용역 버스에 절둑절둑 타 오르면
팔월 땡볕에 졸아 붙은 일흔 둘
흙먼지 땀 바람에 얼룩 얼룩진 일흔 둘
그래도, 마음만은 시퍼런
시동 할머니


하루 품삯 3만원


- 책을 내면서 -

진짜 밝게 맑게 푸르게 자라주길 바라는 세 아이의 학부모로서
농사지어 다섯 식구 생계를 꾸려야 하는 팍팍한 농사꾼으로서

10:90의 민주공화국 지역 안에서,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나 또한 10%의 자세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는지, 묻고 또 묻고 거듭 돌아보면서..


가난한 사람이 글을 써야 합니다. 힘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 쌓여 갈수록 사회 전체 표준은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갑니다. 그런데 상식과 표준을 다루는 사법행위와 교육활동은 아무래도 기록에 의존해서 이루어집니다. 거의 모든 기록이 힘 있는 사람들 편에서 쓰여졌다면, 앞으로 쓰여진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돌아오는 그 결과, 책임과 피해는 결국 가난한 사람들 몫으로 고스란히 남겠지요. 엎친데 덮친 격, 말 한 번 써보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 몫인 글을 더 이상 신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은 결코 지식이 아닙니다.

누구의 글인지 모르는 쪽지묶음 글 중에서...  2008년 3월,   김장일

 


* 김장일 시집2권< 아버지처럼 > / 도서출판 바우솔/ 초판1쇄 발행/ 2009년 3월25일


[이런 좌파라면 나도 좌파다]

너는 좌파 너는 좌파
시험지 정답찍듯
콕콕 찍지마라
좌든 우든
하루 세 끼 밥 똑같지 않더냐
먹을 밥을 어떻게 만들고
밥을 어떨게 먹느냐 차이 아니더냐
한데 찬밥이냐 더운 밥이냐
주먹 보리밥이냐
물에 말아 술술 넘기는 흰 쌀밥이냐
힘은 딸려도
남들처럼 앞서 나가지는 못 해도
몸 아픈 양반 나이 든 양반 나 어린 양반
밥숟가락 나눠 들고
서로서로 밥숟가락 챙겨 주며
끼니 거르지 말자는 것이 좌파 아니더냐
우파는 무엇이더냐
굶든 건너 뛰든
하루 네 끼를 다섯 끼를 먹는
내 능력껏 벌어 재주껏 먹자는 것 우파 아니더냐
내 말이 맞더냐
내 말이 맞더냐
내 곡간 내 쌀독 채우고
내 밥그릇 먼저 수북수북 고봉밥 만들자 아니었더냐
보아라,
새도 좌우날개로 까마득히 하늘 날지 않더냐
멀쩡히 서 있는 사람 등 떠밀지 말고
너는 좌파 너는 좌파
멀쩡히 길 가는 사람 차도로 밀치지 마라

 


- 책을 내면서 -

도시 젊은 부부가 백 일도 되지 않은 딸아이를 안고, 덜렁 가마솥 두 개 걸린 부엌에 더구나 물도 나오지 않는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짐 보따리를 풀었을 때, 동네 사람들 모두가 "저놈 봐라, 몇 개월? 길어야 한두 해 살다 떠나겠지." 했답니다.
큰소리치고 마음만 앞섰지 막상 농사를 시작하려니 눈앞이 캄캄했다지요 그래 동네분들에게 물어보았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농사가 뭐냐구요. 그랬더니 콩, 옥수수 농사라 했답니다. 그런데 쉬우면 뭐 하겠습니까? 이제껏 살면서 호미 한 번 잡아 보길 했나, 무엇 하나 심어 본 적이 있나? 부랴부랴 동네 아주머니들께 콩과 옥수수를 심어 주십사 부탁을 드렸답니다.


콩 옥수수 심는 날, 세 분 동네 아주머니가왜 그리 빠르고 일을 잘 하시던지 도리어 걱정이 앞섰다지요. 저리들 빨리 심어 나가는데 뒤돌아보면 어디에 콩을 심고 어디에 옥수수가 심어졌는지 표시는 안 되고 아주머니들 뒤꽁무니 좇는 일만도 숨이 턱에 차 올랐다지요. 이래선 안되겠다싶어 참 먹는 시간에 집에 달려가서 망치와 말목으로 쓸 나무와 끈을 갖고 헐레벌떡 밭으로 돌아왔답니다. 아주머니들이 "집 지을려고 경계 표시하려느냐?"고 물으시길래 "콩 심은 곳, 옥수수 심은 곳 표시해 놓을라고 한다"니까 배꼽을 잡고 웃으시면서 "이보시오, 콩이 싹 터 자라날 터이고 옥수수도 제 힘으로 솟아올라 오면 자연 콩, 옥수수밭 구분이 될 터인데 뭐가 그리 급해 헛고생을 사서 하려는 게요" 듣고보니 아차, 그럴 수 있겠구나 저놈들끼리 스스로 차이를 만들어가며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더랍니다.

 

바로 십여년 전 제 이야기지요. 이제는 제법 철따라 먼저 서둘러야 할 일 빠뜨리면 안되는 일, 천천히 해도 될 일을 구분지어 순서대로 할 줄도 알게 되었고 하루하루 작물상태를 보아가며 아픈 데는 없는지 탈 난데는 없는지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복돋아 줄 줄아는 훌륭한? 농사꾼이 되었으니 이것이 다 동네분들 도움이고 고마움이지요. 이 고마움에 힘입어 글도 쓰게 도었고요. 고단한 농사철 함께 땀 흘려가며 술잔도 부딪쳐 가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우리가 두 발 딛고 서 있는 앞으로 우리 저 아이들이 몸 부대껴 가며 살아갈 이 땅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1부, 2부, 3부로 모아 보았습니다. 가뜩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힘겹고 혹독한 시절 마음조차 휘휘하고 겹겹 감싸도 춥기만한 이 겨울, 아무쪼록 여기 있는 시편들이 잔뜩 웅크린 우리네 어깨 위로 쏟아지는 따스한 봄날 햇살이 되고 굳게 닫힌 네 가슴과 내 가슴을 열고 잇는 내일을 향한 희망의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밭농사만을 붙들고 하다 보니 농사꾼입네 떠벌려도 막상 논에 발 적시고 들어가 내 먹을 쌀나무 한 포기 꽂아 본 적 없으니 말이죠? 말짱 돈 주고 사 먹고, 사들이니 영 아무래도 내 앞가림조차 못하는 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듯 싶습니다. 처음처럼.

 

눈 덮인 집 뒷산을 오르며     김장일.       * 참조 : 033-434-8097 010-3342-8097 sup789@hanmail.net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 어느 새 "서투른 농사꾼에서 세 아이 학부모, 농부시인, 출판인으로 진보한 김장일 님"이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에서 정성껏 쓴 편지와 함께 시집들을 보내 왔군요. 20년 전 <신앙인 사회학교> 시절 즐겁고 정다웠든 '좋은 얼굴들' 떠오르믄서 벌써 '땀방울 흔적 깃든 시집'을 내고.. 자랑스럽구먼유!

 

 


얼이 말이구 말이 글이 됐다네 그리하여 얼말글 속에 깨우침이
늘 살고 있다는 구먼, 그려 그렇군 그러네 허허 허- 오늘은 이만 !

http://cafe.daum.net/nicebook 말없이 옮겨선 안돼는 글..? 좋은책나눔에서 이풀잎 드림.
http://blog.daum.net/pulip41  언제든 그릇된 내용이 있으면 바로 잡도록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