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일요일 맑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오클랜드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6시에 기상해서 누룽지를 끓여 아침 식사를 했다. 숙소 창문 밖에 보이는 차이나 홀에서는 클럽에 놀러온 중국 청년들로 새벽까지 시끄럽다. 날이 밝으니 하나 둘 흩어져 간다. 짐을 정리해 놓고 시내를 둘러볼 지명들을 살펴 지도에 표시했다. 주로 걸어볼 생각이다. 숙소를 나와 처음 아오테아 광장 방향으로 걸어간다. 오전 8시다. 걸어서 5분 정도 지나니 아오테아 광장이다. 최대 번화가인 퀸 스트리트 중간쯤에 있는 광장이다. 오클랜드 최고의 만남의 장소로, 언제나 젊은 열기가 가득한 곳이라고 하지만 이른 아침은 썰렁하다. 젊은이는 밤 시간에 , 늙은이는 아침시간에 활동하는 것이라 몇 몇 중년이 운동을 한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밤의 문화는 아침에는 사라지고 지저분한 흔적만 남는 것 같다. 아오테아 센터와 시청 건물만 썰렁하게 광장을 굽어보고 있고, 게이트처럼 세워진 마오리 조각상이 광장을 지키고 있다. 목제 조형물로 기타 형상, 마오리 문양, 동물 형태 등의 모습이 어지럽게 장식되어 있다. 이 광장에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펼쳐지고 일요일에는 이곳에서 오픈 마켙이 열리기도 한단다. 도로변에는 전에 시장이었던 로빈슨씨의 동상이 서 있다. 안경 쓰고 친절해 보이는 모습이 손을 들고 있는데 아침인사를 하는 듯하다. 길옆에는 성 마태 교회가 고딕식 풍의 옛 모습으로 서 있어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방향을 틀어 빅토리아 파크 마켓으로 향했다. 퀸 스트리트에서 하버 브릿지 쪽으로 20분쯤 걸어가면 빅토리아 파크 맞은편에 오래되고 높은 굴뚝이 보인다. 바로 이 굴뚝아래가 빅토리아 파크 마켙이다.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이곳은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되다가 최종적으로 시장이 되었다. 오래된 건물 내부에는 기념품점과 잡화점, 카페, 레스토랑, 각국의 노천 음식점 등이 빽빽이 들어서서 서민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말의 진입로로 쓰던 마구간 건물과 안쪽 정원사이의 길이다.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처럼 뉴질랜드의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손바닥이나 발자국을 시멘트에 찍어 남긴 곳이다. 이들 가운데는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정복했으며 뉴질랜드 5달러짜리 지폐에 등장하는 힐러리 경을 비롯하여 유명 소프라노 가수 키리 데 카나와 코메디언 빌리 제임스, 전 총리 로버트 멀둔, 록 그룹 롤링스톤즈의 보컬 로드 스튜어트 등의 이름이 특히 돋보인다. 평일보다는 현지인들이 북적대는 주말에 가는 것이 좋다고 해서 일요일 아침에 왔는데, 너무 조용하다. 일요일은 쉬는 날 인가? 건너편 빅토리아 공원에 가 보니 엄청 큰 고목들이 줄지어 서 있고 몇몇 운동하는 사람들만 보인다.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아메리카 컵 빌리지로 걸어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시합인 아메리카 컵 대회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우승을 한 나라는 호주와 뉴질랜드뿐이다. 그러나 이 우승컵을 연속 방어한 나라는 뉴질랜드 단 하나뿐이다. 요트에 대한 뉴질랜드 사람들의 사랑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2000년 아메리카 컵 개최지이자 우승국이었던 뉴질랜드의 환호와 감동은 말해 무엇 하랴. 바로 그 대회 선수촌이 지금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그 날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비아덕 하버를 중심으로 저녁이면 젊음의 활기가 넘쳐나고 술집과 레스토랑, 호텔, 상점 등이 불야성을 이룬다. 낮 시간에는 와이테마타 항구 인근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요트가 오가는 한가로운 항구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빌리지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는 아메라카 컵과 관련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메리카 컵 빌리지와 프린세스 워프 사이에 자리 잡은 해양박물관도 있다. 박물관 앞 광장에는 아메리카 컵에 출전했던 요트 NZ-1이 전시되어 있다. 부둣가 창고를 개조한 외관은 수수하지만 전시내용만큼은 방대하고 알차다. 마오리족과 폴리네시안들이 사용했던 카누를 비롯하여 유럽 이주민들이 타고 온 이민선을 재현해 놓은 곳에서는 실제 모형에 음향 효과까지 더해져 이해를 돕는다. 이밖에 호화여객선과 레저용 요트, 윈드서핑까지 해양국가 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한다. 그러나 요트가 일반화 되지않은 우리 시각에서는 방대한 정보가 지루할 뿐이다. 건물 밖 홉슨 워프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범선은 개척시대의 선박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하버 크루즈에 참가하면 이 배를 타고 오클랜드 하버를 돌아볼 수 있다. 입장료와 시간이 아깝다 싶어 그냥 돌아왔다. 현대식 건물과 요트, 유람선등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경치를 만들고 깨끗해서 맘에 든다. 건너편에 있는 데본 포트에 가기로 하고 배표를 끊었다. 데본 포트는 오클랜드 시내에서 와이테마타 항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위치에 있다. 시내 키 스트리트에서 페리를 타고 간다. 10분쯤 걸린다. 마오리어로는 ‘테 쿠아에 오 투타’라고 한다. 1950년대에 해군기지가 설치되었던 곳으로 왕립 뉴질랜드 해군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배에서 바라보는 항구의 모습이 엽서처럼 멋지다. 페리가 데본 포트 워프에 도착했다. 현대적인 페리 터미널 건물과 엔티크 숍들이 밀집해 쇼핑센터를 이루고 있다. 데본 포트에서 바다 건너로 보이는 오클랜드 시가지의 전경은 무척 아름답다. 야경은 더욱 환상적이란다. 데본 포트는 19세기 중엽 유럽 이주민들이 발전시킨 곳으로 아직도 거리에는 당시의 건물들이 남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메인스트리트인 빅토리아 로드에는 예술품과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다.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즐비하다. 언덕에 올라서니 전망이 좋고 시원하다. 대포도 있다. 흰색의 치자 꽃향기가 진하다. 이 언덕이 마운트 빅토리아다. 마오리 말로 “타카룽가” 라고 하는데, 오클랜드 항만청은 이 언덕 정상에서 와이테마타 항구로 출입하는 모든 선박들을 24시간 관찰한다. 약 80m 높이의 언덕은 데본 포트에 있던 화산이 폭발해 생겼으며 주변의 언덕 중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다. 이곳에 서면 바다 건너 미션 베이와 오클랜드 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클랜드라는 지명은 인도의 총독이자 당대의 영웅이었던 오클랜드 경의 이름에서 따왔다. 1800년대 초 뉴질랜드의 총독 월리엄 홉슨이 평소 존경해오던 오클랜드경의 이름을 자신이 통치하는 지역의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홉슨이 오클랜드 시를 처음세운 사람이라면, 이 도시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사람은 캠벨경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젊은 의사인 캠벨경은 의료행위 보다는 예술과 농업, 상업에 더 흥미를 느껴 보험회사. 은행 등을 설립하였다. 1901년 영국인 콘월 공작 내외가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땅을 국가에 헌납하고 콘월파크라고 명명한 사건은 역사책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일화다. 1912년 100수를 채우고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오클랜드를 위해 많은 공적을 남겼으며 이를 기리기 위해 원트리 힐 정상에는 그의 묘지와 기념비가 있다. 데본 포트를 둘러보고 점심을 항구 옆 공원에서 오클랜드 시내를 보며 먹었다. 배를 타고 다시 오클랜드로 향했다. 우리가 차로 두 번 건넜던 하버 브릿지 아래로 요트들이 많이 보인다. 멋진 풍경이다. 호주 시드니 항구의 시드니 하버 브릿지와 느낌이 비슷하다. 오클랜드와 북쪽의 노스 쇼어시티를 연결하는 하버 브릿지는 도시의 상징물중의 하나다. 다리가 개통되기 전에는 페리가 남과 북을 연결했으나, 1959년 다리가 개통된 이후 자동차가 오가면서 오클랜드 북쪽 지역이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총 길이 1020m, 높이 43m의 이 다리는 중간 부분을 20m 더 높게 설계해 밑으로 배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했다. 1860년 스코틀랜드의 한 엔지니어가 상상의 설계도로 그린 Barge Bridge가 현재의 하버 브릿지의 기초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애초 설계와는 달리 보행자 도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969년 보수 공사 때 도로 양쪽 차선의 난간을 얇고 가늘게 만들어 잠시 차를 세우고 경관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덧붙인 차선은 일본인들이 건설했다고 하여 일명 ‘Nippon Clip-ons'라고 한다. 현재 다리를 지나는 통행료는 없지만 최초 개통시부터 1984년 3월 까지는 다리 통행료를 징수했고, 다리 건설비용을 모두 거둔 뒤부터는 정부 교통부에서 관리 유지 보수하고 있다. 지금은 모두 8차선의 자동차 전용 도로가 되었으며, 교통량에 따라 중앙분리대가 이동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가동되고 있다. 오클랜드에 다시 도착했다. 귄 스트리트를 걸어서 올라오는데 중심거리답게 사람들이 많다. 상가와 다니는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대는 모습이 심심치 않다. 스카이 타워를 향하는데 거리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이 구경거리를 제공해 준다. 스카이 타워 밑이다. 지나가던 한국 교민이 타워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올려다보니 스릴 있게 뛰어내리고 있다. 도심 속으로 뛰는 것을 봐도 가슴이 졸이는데 뛰어내리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본다. 스카이 타워는 최신형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인 스카이 시티에 우뚝 솟은 전망 타워다. 328m 높이의 이 타워는 호주의 시드니보다 높으며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공식 기록되어 있다. 1995년 문을 연 스카이 시티에 이어 1998년 8월 타워가 완공되었다. 시간이 없어 올라가는 것을 생략하기로 하고 오클랜드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는 마오리 말로 ‘토이 오 타마키’ 라 불리는데 1888년에 개관한 뉴질랜드 최초의 미술관이다. 메인 갤러리와 그 맞은편의 신축 건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특이하게 가우리 나무로 디자인한 건물이 커다란 하나의 작품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예술을 통해서 본 뉴질랜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다. 마오리 예술품은 물론 뉴질랜드와 전 세계 12000 여점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당대 유명작가가 그린 마오리 추장의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뉴질랜드 남 섬의 멋진 풍경들이 화폭에 들어있어 사진과 다른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입장료가 없어서 좋다. 미술관과 붙어 있는 공원이 앨버트 파크다. 식민지 시대에 영국군의 군대의 주둔지와 총독 저택이 있던 자리를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공원 곳곳에 대포나 전차 같은 전쟁관련 유물들이 놓여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초록빛 잔디와 분수, 오래된 나무와 조각 작품 그리고 아름답게 조성된 꽃시계가 어우러져 도심 속의 아담한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중앙에는 분수대와 함께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있다. 보라색, 흰색, 핑크색 등의 다양한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길을 하나 건너니 하얀 건물에 시계탑(Clock Tower)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클래식한,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건물이다. 이곳이 오클랜드 대학이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이다. 시내 한가운데 있는 뉴질랜드 최고, 최대의 종합대학이다. 세계대학 순위 의 상위에 랭크되는 명문으로, 한국 유학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란다. 시내 곳곳에 단과대학 캠퍼스를 두고 있다. 길 건너 앨버트 파크에 가면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공원도 캠퍼스의 일부 같다. 넓은 부지에 학생수가 약 2만 명 정도란다. 시내 교통의 중심지이자 출발점인 브리토마트로 갔다. 버스를 타고 미션베이를 가려한다. 버스는 젊은이들이 많이 탄다. 이 버스는 다마키 드라이브 도로를 간다. 홉슨 하버 제방위의 도로다. 다운타운에서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쭉 뻗어있다. 이 도로를 따라서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오른쪽 바다에는 정박해 있는 요트의 평화로운 풍경이, 왼쪽으로는 쪽빛 바다와 건너편 데본 포트의 풍경이 아름답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오다케이 지역은 오클랜드 최고의 부촌이다. 초호화 빌라들이 바다를 굽어보며 늘어서 있다. 이어서 우리가 내리는 미션베이가 나온다. 시내에서 다마키 드라이브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거리다. 날씨에 따라 물빛이 달라지고, 밀물과 썰물에 다라 모습이 달라지는 곳이다. 버스에서 젊은이들이 거의 다 내린다. 길을 건너 잔디밭을 지나면 백사장이다. 바다 건너 봉긋하게 솟은 랑이토토 섬이 병풍처럼 둘어 있어서 큰 파도나 해일에서도 안전하게 보호받는 천혜의 지형이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적당하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과 더불어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로 다채로운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바닷가를 따라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라 불리는 포후트카와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애칭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실처럼 가느다란 붉은 꽃을 피운다. 푸른 잔디광장의 중앙에는 놀이터와 분수대가 있다. 분구대로 뛰어들어 물놀이 하는 꼬마들이 정겹다. 타마키 드라이브를 따라서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다. 바다를 보면서 커피나 식사를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다. 부촌이라서인지 멋진 오픈카나 클래식 승용차들이 거리에 자주 보인다. 해변에 안자 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2시간 이내는 버스표를 다시 살 필요가 없는데 모르고 또 샀다. 모르면 돈이 나간다. 정보가 돈이라는 말이 또 생각난다. 시내에서 내려 오클랜드 역으로 걸어갔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오클랜드 역은 견고해 보인다. 파넬 거리에서 바라보니 6그루의 키와 모양이 같은 향나무와 예쁜 정원을 갖고 있다. 아내는 차이나 물품 매장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할 수 없이 들어갔다. 중국 제품이 채소부터 과자, 과일, 공산품 등 매장을 가득 채워 천장까지 쌓여있다. 허기진 배를 채울 바나나를 사들고 나왔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건물 처마 밑에 걸터앉아 바나나를 먹는데 아주 달고 맛있다. 이제 우리는 파넬 거리를 걸어간다. 시내 중심에서 약 1km 떨어져있는 파넬 지역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세련된 상점과 레스토랑, 술집이 줄지어 있는 곳이다. 서울로 치자면 청담동 정도다. 퀸 스트리트가 도시의 중심이자 관광객을 위한 거리라면 파넬의 거리는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쇼핑가로 알려져 있다. 상점의 모습들이 현대적이고 독특한 곳이 많다. 파넬 지역의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파넬 빌리지는 새 하얀 건물부터 눈길을 끄는 쇼핑 콤플렉스다. 규모는 작지만 특색있는 부티크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쇼핑 특구다. 파넬을 소개하는 팜플렛이나 관광가이드에는‘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태국 요리점이 특히 유명하다. 얼핏 보면 우리 같은 여행자가 약간 사기 어려운 물품이 많다. 양가죽 제품이나 니트 같은 전형적인 뉴질랜드 상품들이 진열되어있는 시내와는 달리 이 거리는 파넬 다운 개성 있는 품목이 많다. 악세서리 상점, 목재를 사용한 상점, 소품을 모아놓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상점, 소박한 잡화를 모아놓은 상점 등 윈도우 쇼핑으로도 즐겁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로 특이하다. 토속적인 식당이나 이탈리안 식당이 자주 눈에 띈다. 거리에 면해 있는 이른바 카페, 바 식의 상점에는 옥외 테이블을 늘어놓은 곳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후의차 한 잔을 마시는 사람도 보인다. 번화가 한 중간에 나무들 사이에 있는 흰 벽의 작은 거물은 은행이라는데, 은행 같지 않은 분위기다. 처음 보는 예쁜 차들도 간간히 보여 심심치 않다. 걷다가 왼 쪽 길로 빠져 오클랜드 도메인으로 들어갔다. 시내 동쪽에 있는 오클랜드 도메인은 총 넓이가 34만 ㎢의 넓은 공원이다. 도메인 안에는 테니스 코트와 럭비장, 크릿켙 경기장 등이 있으며 푸른 잔디로 덮여있어서 주말에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나지막한 언덕을 이루고 있어서 오클랜드 항이 내려다보이며 매년 여름에는 이곳에서 야외 콘서트가 열린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는 이 공원 안에 있는 오클랜드 박물관에서 헬기 성화를 봉송하였다. 언덕위에는 오클랜드 박물관이 있다. 고딕양식의 3층 건물, 초록색 잔디위에 우뚝 솟은 대리석 건물이 그리스 신전처럼 품위 있어 보인다. 1852년 지어진 박물관 내부는 각 층 별로 다른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1층에는 마오리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폭넓게 전시하고, 2층에는 뉴질랜드의 동식물을, 3층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유물들로 이루어져 있는 전쟁 기념관이다. 특히 1층 마오리 전시관에서는 1836년에 만들어진 ‘테토키 아 타피리’ 라는 이름의 카누가 유명하다. 박물관 내부를 꽉 채우고 있는 거대한 카누는 실제로 마누카우만을 누비고 다녔던 길이 25m의 전쟁용 카누다. 카누 한 쪽에는 와이탕이의 마오리 집회장소를 재현해 놓은 ‘마레’가 있는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면 마오리 족의 독특한 기운이 느껴진다. 2층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새라는 ‘모아’의 박재가 있다. 동식물과 자연, 우주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를 실제로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3층 전쟁기념관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웰링턴에서 보았던 박물관과 네이피어에서 본 전쟁 기념관등이 반복되는 기분이다. 개관시간은 10시부터 오후 5시라 벌써 문이 닫혀 있다. 윈터 가든 쪽으로 걸어가는데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이 부럽고, 그 위에서 운동하는 젊은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윈터 가든은 작은 식물원이다. 1920년에 세워진 2개의 온실에는 열대식물과 뉴질랜드산 자생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온실에는 그 의미 그대로 일 년 내내 꽃이 만발해 있다. 시설은 좀 오래되 보이지만 열대식물은 종류별로 싱싱하다. 바나나 꽃도 있고, 코코아나무, 식충식물, 물위의 넓은 잎을 가진 식물 등 특이한 식물이 가득하다. 식물원을 돌아보고 오클랜드 병원 방향으로 나오니 오클랜드 도메인 정문이다. Grafton 다리를 건너서 거리로 나오니 값싼 식당과 가게들이 많고 사람들도 붐빈다. 서울무역센터라는 한글 간판도 보이고, 피자배달 총각은 한 바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간다. 드디어 우리 숙소인 YMCA 건물에 도착했다. 숙소 옆에는 테니스 스타가 그려진 커다란 전광판이 있는데 KIA 차 선전판이다. 숙소에 들어가서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데 건물 사이로 석양이 멋지다. 이제 내일은 체크 아웃을 하고 하루종일 오클랜드 외곽을 돌아본 후 공항에서 차를 주차한 후 차에서 눈을 붙인 후에 새벽에 차를 반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웨스턴 스프링, 동물원, 교통박물관, 무리와이 비치, 파하 비치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