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이른바 특별도서로 취급되던 “백부 작”(百部 作)의 실체가 드러났다. “백부 작”이란 문자 그대로 권당 100부만 출판되어 특정한 사람들에게 대여되는 책자로서 북한주민들 속에서도 “비밀 도서”로 불려지던 책자이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흑인 소설가 알렉스 헤일리의 장편소설 “뿌리”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김정일, 그가 북한의 작가들에게도 “참고도서”로 보여주라고 지시한데서 비롯된 “백부 작”은 당시의 사회안전부 출판사에서 1급 도서로 출판되었으며 작가동맹도서관을 통해서 현직 작가들에게만 대여되곤 했다.
이후 베토벤의 일대기를 다룬 로맹롤랑의 “장그리스토프”가 선을 보였고 일본의 대중소설 “인간의 증명”등이 번역 출간되면서 작가들과 작가후보군속에서 “백부 작”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특이한 것은 과거 필요에 따라 외국문화를 소개할 경우에도 사회주의 국가들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던 북한 당국이 미국과 일본, 프랑스와 영국 등으로 번역도서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한밤중의 류다른 얼굴”(미국), “은혜와 복수”(미국), “푸른 승냥이”(일본), “씨칠리야의 문”(프랑스), “범죄현장”(영국)등이다.
이러한 외국문학들과의 비밀스런 접촉을 통해 사회주의문학과 사실주의문학의 접목을 꽤한 것으로 풀이되던 “백부 작”은 전문 작가용에서 다시 ‘간부용’과 ‘보위부용’으로 세분화된다.
1980년대 후반, 사회안전부에서 금성청년출판사로 “백부 작”에 대한 번역 및 도서출판 작업이 이전되었고 여기에서 “에조공화국”(일본, 역사소설), “까게베와 권력”(회상록, 러시아), “수족관”(회상록, 영국), “호네케르의 증언”(회상록, 도이췰란드)등 간부용 번역도서가 만들어 졌다.
이른바 보위부용으로 출판된 번역도서들은 정탐실화 “침약의 길잡이”(도이췰란드), “체 계바라의 최후와 CIA”(꾸바), “드레푸스사건”(프랑스), “특대형 살인사건”(미국), “미겔리띤의 모험”(칠레)등이다.
북한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백부 작”의 입수경위 또한 특이하다. 지난 9일, 본 방송국을 방문한 조총련관계자 김국진(가명, 68세)씨는 자신이 한때 일본의 조총련 작가동맹에서 일한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북한에서 출판된 책이면서도 북조선 주민들이 보지 못하는 책을...방송을 통해 북조선 인민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자신의 심정을 피력했다.
이러한 김 씨의 의견에 따라 ‘백부 작 낭독시간’이 편성되었고 1편, “호네케르의 증언”을 통해 사회주의붕괴의 원인과 과정 등에 대해 되짚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