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지난 새벽 사이에 내린 비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왜
관철교가 무너졌습니다. 전체 467m 중 100여m가 유실됐습니다. 약목면 방향의 교각 하나가 비에
쓸려가 상판 두개가 상부 철골 구조와 함께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새벽 낙동강 상류지역에 내린 비는 200mm 내외로 평년에 비해서 그렇게 많은 양이 아닙니다.
그 보다 많이 왔던 때에도 무리없이 견뎌냈습니다. 왜관철교 붕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무너진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준설은 강바닥의 모래를 다 파 냅니다. 곳에 따라 다르지만 3m 이
상 파내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깊은 곳은 6m에 달하는 곳도 있습니다. 준설은 교각 주변도 예외없이 진
행되었습니다. 현대에 지어진 교각은 기초가 깊숙히 박혀서 무리가 없던 것도 있을것입니다만, 과거에
지어진 교각은 그렇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기초를 그렇게 깊게 할 필요가 없었을테니요.
또한 깊어지고 굴곡이 없어진 강물은 더 빠른 속도로 흐르게 됩니다. 즉 교각 아랫부분을 더 많이 침식
킨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4대강에 가설된 교량의 교각 대부분에 보강공사를 했습니다. 그로인해 교각들
모두 장화를 신은 듯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강 속 깊이까지 콘크리트로 다시 채운 것입니다.
지난 4월에 촬영한 무너지기 전 왜관철교의 모습입니다. 무너진 부분은 이곳 건너편입니다. 교량 중앙부
분은 다른 교량들처럼 보강공사가 된 상태입니다. 철골구조물로 감싼 뒤 안쪽을 콘크리트로 채웠습니다.
1993년부터 왜관철교는 오직 사람만이 다닐 수 있는 교량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낭만을 즐기며 건널 수 있었습니다.
왜관철교 안내문입니다. 1905년 군용 단선철도로 개통했고, 1941년 상류부분에 새로운 철교를 개통하며
국도로 이용했다고 나옵니다. 그러던 것이 6.25 때 건너지 못하도록 폭파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칠곡 군민들의 숙원에 따라 1993년 2월에 재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왜관철교는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근대유산이라는 문화재로 등록되었습니다. 이 교량은 이곳 주민들의 자랑거리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이고 아픈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왜관철교 바로 옆 또다른 철교의 교각 보강공사 모습입니다. 강 바닥 깊숙히까지 다시 파낸 뒤 사석이나 콘크리트로 보강을 합니다. 많아지고 빨라진 물살을 견디려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럼에도 왜관철교는 무너졌네요.
4대강 사업이 많은 문제를 일으킬거라 생각했지만 본류의 교량, 그것도 근대문화유산인 왜관철교를 무
너뜨릴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설물 하나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크나큰 아픔과 추
억을 품고있는 '역사'가 무너진 것입니다.
이 사업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는 증거이며, 앞으로 더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징조입
니다. 문제는 200mm의 비에 오래된 철교가 무너진 것이지만, 더 큰 비에는 멀쩡한 교량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업이 끝난 후 엄청난 양의 물을 댐(보)에 가두고 일시에 물을 흘려보낼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
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이라도 사업을 멈추고 진짜 살리기로 방향을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사진추가, 대구경북 녹색연합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