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곳에 갔을 때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자갈밭에 옹기종기 앉아
육지에서 투쟁에 연대하러 온 사람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바람 가릴 천막 하나 제대로 없던 시간을 지나
그곳에 소박하게나마 벽과 지붕을 가진 건물이
세워졌는데, 그것을 힘써 준비하셨던 어르신은
올 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떠나기도 하고
새로 오기도 하고
주변엔
오래된 건물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솟아나고
낮이면 와글와글 작은 어시장이 열리기도 하고
밤이면 소곤소곤 크고 작은 모임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 불빛, 온기, 웃음 그리고 때론 눈물까지
이 공간이 어쩌면 강정에서 가장 많은 기억을,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평화센터가 아마도 올 12월을 마지막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될 것 같아요.
아직 충분히 실감나지 않지만,
그 헤어짐을 천천히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열한 번째 강정낭독회가
12월 17일 일요일 저녁 7시
강정마을 평화센터에서 열립니다.
작고 희미한 기억이라 할지라도
마음 속 한 쪽에 자리잡고 있다면
오셔서 함께 회상하는 시간 가지지 않으실래요?
* 포스터 디자인. 선경.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