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여러분들께
안녕하십니까. 마을회장 조경철입니다.
최근 기후가 불순하오니 건강에 유의하시고, 특히 다가오는 태풍대비에 만전을 기하시어 별다른 피해 없이 여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올해도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강정마을 생명평화대행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해군기지는 완공직전인데 반대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저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비록 실패하거나 패배할 수는 있지만 마음으로부터 포기하거나 절망하여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나 해군이 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추진하며 했던 수많은 거짓말들과 폭력을 떠올린다면, 잘못 추진되었던 일에 강정마을 주민들이 끝까지 동의할 수 없으며,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는 의지만큼은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정마을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고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려는 주민들의 초심을 다시 한 번 상기하여 주십시오.
중덕바닷가 구럼비 바위의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절대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교훈도 얻었다고 믿습니다.
저들 해군이 지금은 절대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념만 유지된다면 점점 더 우리를 응원하는 세력은 강해져 갈 것이고, 언젠가는 대등하거나 뛰어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주민여러분!
2008년과 2009년에 우리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는 심정으로 발바닥이 갈라지고 무릎이 나가면서도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며 우리의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러 다녔습니다.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너무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유람과도 같은 행진입니다. 강정마을이 앞으로도 해군기지로 인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고 유지하며 살아가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전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마음을 모아 걸으려 오시는 수많은 양심시민들과 함께하는 대행진에 참여해주십시오.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자녀들과도 함께 대행진에 참여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세상이 비록 비뚤어져 있기는 해도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선량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대행진을 통해 자녀들도 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럼 대행진에서 밝은 표정으로 뵙겠습니다.
마을회장 조경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