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양윤모입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 속에서 4월 26일 3박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제 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폐막했습니다.
지자체와 기업의 후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성금과 각 시민단체 및 영화단체들의 도움으로 개최된 영화제, 대한민국 최초의 평화영화제, 제주지역 최초의 국제영화제라는 위상으로 출발한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소박하지만 평화의 큰 뜻을 품고 한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제 행사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적은 인력,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촉박한 시간문제 외에도, 수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서귀포예술의전당의 대관 불허 방침’이라는 큰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제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서귀포성당으로 개막식 장소를 옮기고, 강정마을의 공공시설들을 상영관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상영관 등이 바뀌었으므로 여러 홍보물들을 다시 제작해야하는 일도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영화제 사무국 스태프, 자원활동가, 자원봉사단 외에도 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영화제는 예정대로 4월23일 개막할 수 있었습니다.
1000여명이 운집한 개막식, 상영작 다수의 매진 상황, 국내외 여러분들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펼친 평화포럼 행사, 역시 500여명이 모여 평화영화상 시상과 평화영화학교 기획개발비 지원작을 발표했던 폐막식 모두 잊을 수 없이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이러한 영광의 순간들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의 부족했던 점에 대해 담담히 공개하고 사과의 말씀 또한 올리고자 합니다.
우선, 상영규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앞선 영화들의 GV(관객과의 대화)가 늦게 끝나는 문제 등으로 상영시간이 늦춰진 적이 없지 않습니다. 또한 상영시간 이후 입장이 불허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극장에 늦게 들어오고 나가는 관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제 시간에 상영관에 입장한 관객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는 일이었습니다. 상영관을 지켰던 일선 스태프나 자원봉사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무국에서 원칙을 바로 세우고 마찰을 조정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또한 어떤 작품이 상영된 뒤에는 자원활동가 한 분이 사소한 관람규칙을 어긴 관객에게 폭언을 하고, 빈 상영관의 벽을 치는 등 분노를 표해, 그 자리에 있었던 관객분들을 불안하게 만든 일들도 있었습니다.
내부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에 대하여 신경 쓰지 못한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저희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한 분이 쓴 글이 공개되었습니다.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바쁘게 진행되는 업무, 숙소는 멀고 잠도 줄여가며 일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토로였습니다. 그리고 상영규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선의 자원봉사자들이 일반관객분들에게 갖는 미안한 마음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 자원봉사자가 잘 정리된 소회를 통해 영화제 집행부에 따끔하게 지적한 것은, 그만큼 강정과 이번 영화제에 대한 애정이 깊었음을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저희와의 연락을 통해 ‘다음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라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영화 제작 현장이 다 그렇게 힘들다, 여타 영화제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라고 변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환경을, ‘대안적인’ 영화제인 저희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개선해나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헌신해주신 자원봉사자분들과 기꺼이 재능기부로 참여해주신 자원활동가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죄송한 말씀을 동시에 전하고자 합니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고, 또한 한계도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때로는 질책과 지적의 말씀으로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여건과 미숙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은 것은 그만큼 제주지역에 평화활동과 문화향유에 대한 높은 열망을 지닌 분들이 많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희는 철저한 반성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더욱 다양한 평화운동, 문화 활동을 거두지는 않겠습니다. 발전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행착오와 실수에도 꿋꿋하게 전진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제 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그리고 마음속으로 응원해주신 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양윤모 집행위원장 올림.
첫댓글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