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난 일’ 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
평화를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께
안녕하세요? 감옥에서 인사드립니다. 제주도 남단 바닷가에 강정이란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지난 2016년 해군기지가 세워졌습니다. 2007년부터 해군기지 건설이 논의되어 2011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고 7년만에 완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했고 시민들의 인권을 탄압했습니다. 평생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물질을 해오던 나이든 해녀들에게 1억원이란 큰 돈으로 유혹하여 해군기지 건설의 앞잡이를 만들었습니다. 해녀들은 자신들의 앞마당 같은 강정 바다를 빼앗는 해군기지 유치 찬반 투표함을 탈취하는 짓까지 했습니다. 해군은 이를 조장했고 경찰은 이런 불법을 방관했습니다. 해군의 공갈과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농부들은 두려움과 근심속에서 공사 예정부지 안에 있던 자신들의 땅을 다 내놓았습니다. 물론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값이었습니다. 제주도가 절대 보존 지역으로 묶어 놓은 아름다움 구럼비 바위를 폭파시키고 시멘트 콘크리트를 부어 그 위에 해군기지를 지었습니다. 정부는 시민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대형 크루즈 여객선이 두 척이나 동시 입항이 가능한 민군 복합형 관광미향으로 만들겠다고 선전하였지만 지금 크루즈 터미널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그러자 해군은 아예 영업도 안되는 민항까지 통째로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로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마을 전체가 격분하여 [해군기지 결사 반대]라는 노란 깃발을 집집마다 걸고 항의하였지만 해군과 경찰과 국정원의 공작에 끝내 무릎을 꿇었습니다. 지금은 정부의 보상금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해군하고 협력과 상생을 하겠다는 새로운 마을 회장이 주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해 온 주민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들은 이제 소수가 되어 이런 마을의 변절과 배신을 씁쓸하게 지켜보며 침묵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제주 해군기지 앞에서 저항하고 있는 한 줌의 무리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100배 절 명상을 하고 오전 11시에는 여전히 천막미사가 올려지며 정오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인간 띠잇기가 군사 기지 정문을 가로 막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 행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구럼비 바위를 폭파한지 8년째 되는 날 그 바위에 들어가기 위해 세 번이나 방문 신청을 하였으나 거절 당했습니다. 이에 불복하고 기지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구럼비에서 기도한 행위로 인하여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아 제주 교도소에 복역중입니다. 제주 법원의 판결은 강도가 강탈한 자기 집에 들어 간 주인을 무단 주거 침입죄로 징역을 살게 하는 꼴입니다. 억울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감옥에서 조차 주인의식으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많은 지인들과 주변분들이 저를 만날 때 마다 제가 딱하다고 합니다. 해군기지는 다 지어졌는데 왜 이미 다 끝난 일을 갖고 매달리냐고. 정말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은 다 끝난 것입니까? 누군가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5.18도 4.3도 세월호도 이미 다 끝난 일인데 왜 아직까지 미련과 집착을 갖고 잊어 버리지 못하느냐고 묻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법정에서는 어떠합니까? 10년, 20년이 넘는 미제 사건들을 왜 다시 수사하고 재심합니까? 불의와 불법을 바로 잡아 정의를 세우는데 “다 끝난 일”은 없습니다. 더구나 해군기지 건설은 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를 깡그리 훼손한 대한민국 정부의 법죄행위 였습니다. 사법부는 정부의 불법행위를 감싸기 위해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처벌하고 투옥시키는 파생적인 불법행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4.3이 끝난 일이 아니라면 제주 해군기지 문제도 결코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해군기지가 아무리 번드르르하게 잘 지어진 건물과 시설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헌법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정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불법행위 였음을 인정하고 이 해군기지 건설에 저항하다 처벌당하고 투옥된 모든 시민들에게 무죄를 선포해야 옳습니다. 5.18 당시 광주의 시민군을 무장 폭력 집단으로 여기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신념과 의지 때문이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민주 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국민의 이름으로 폐기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그 시설이 아까워도 중앙청을 부셔 버렷듯이 부셔버리는 것이 옳습니다. 만일 이미 지어진 이 새로운 건물들과 시설을 없애 버리는 것이 정히 아깝다면 국내외 각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세계평화를 위한 새로운 복합센터(Peace Domplex)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용도를 전환합시다. 문재인 대통령님께도 여러 차례 호소 하였지만 두터운 참모층에 둘러싸여 시민의 소라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나서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칼을 쳐서 쟁기를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라는 예언자들의 묵시를 여러분들이 오늘 날 살아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외침은 소수의 목소리일지라도 힘이 있습니다. 이 가치들은 하나님 나라의 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나님 나라의 법을 지키기 위해서 대한 민국의 군법을 어겨 구속 수감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감옥에서도 행복합니다. 우리나라가 군대와 무기가 아닌 평화에 의해 국가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나서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2020.10.14
제주 교도소에서 송 강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