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1 – 11. 30 경인교육대학교 지누지움 (T. 032-540-1350, 인천)
2019년 경인교육대학교 기획전
Media Sensibilia
미디어아트: 감각의 소통展
글: 오창근 (경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김창겸 작
방송과 뉴스로 대표되는 매스미디어의 일방적인 소통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 볼프 포스텔과 백남준이 비디오 매체를 미술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지 60년이 지났다. 아날로그 비디오에서 컴퓨터로, 현재의 모바일 장치와 가상현실까지 미디어 기술과 산업의 역동적인 변화는 사회와 문화뿐만 아니라 미술과도 영향을 주고받아왔다. 1990년대에 미디어아트를 향한 폭발적인 관심과 흥미는 시장성의 벽에 부딪히며 서서히 사그라들었지만, 20년 이상을 꾸준히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소수의 작가는 늘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그들은 오랜 경험자답게 새로운 매체와 미디어 기술에 대해 크게 열광하지 않으면서도 쓸모있는 핵심 기술을 감별하여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낸시랭(Nancy Lang)_터부요기니_아담과 이브(Taboo Yogini_Adam_Eve)1_ 73x53cm_ C-print_2017 (3)
노진아 작
유튜브로 대표되는 현재의 주류 미디어는 방송과 교육, 정치 등의 사회 제도와 더불어 개인의 생활에도 커다란 변화를 촉발했다. 그것은 지난 백 년을 호령했던 방송 채널의 권력이 개인의 소통 미디어에게 영향력을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변화이다. 이제는 방송이 개인 미디어를 모방하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개인 미디어는 하나의 성공 기회이자 소통의 채널로 그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데, 유튜브 콘텐츠가 하나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수렴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다. 미디어아트의 태동기에 요셉 보이스가 선언했던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라는 구호가 유튜브로 대표되는 개인 미디어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디어아트는 어떤 가치를 유지하며 지속될 수 있을까?
백주미_연결 PtoP 인터랙티브 설치 2018
양민하 작
미술계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에게 미디어 창작의 세계가 얼마나 다양하고 창의적일 수 있는지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기획한 전시 <Media Sensibilia 미디어아트: 감각의 소통>는 현재 상황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전시 작품의 매체로는 사진부터 영상, 컴퓨터 그래픽과 키네틱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갖추었고, 개인의 일상부터 상상의 세계를 거쳐 추상적인 풍경과 그 너머를 제시한다. 전시에 참여한 9명의 작가는 우리나라의 미디어아트 분야를 풍성하게 이끌어온 40-50대의 중견이며, 대부분 20년 이상 창작을 지속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의 작품이 하나의 공간에서 호흡하고 내뿜은 에너지는 고요하면서도 열정적이다. 그들에게는 우리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질문과 함께 그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감각을 하나씩 일깨우는 힘이 있다. 숨은 감각과 생각을 연결하는 미디어 통섭의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다.
이와 같은 전시가 대학 캠퍼스 내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경인교육대학교 지우지움은 지난 2년간 유아부터 대학원생들까지 다양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2천 명이 넘는 학생들과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왔다. 무료 교육은 국립 기관의 소명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도슨트의 안내로 따라가는 전시 관람과 함께 유익한 참여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에서 얻은 영감을 활동지를 통해 풀어 볼 수 있는 ‘미디어아트로 상상하기’, 낸시랭과 이이남, 한승구 작가의 작품에서 연상할 수 있는 ‘뜻밖의 꼴라주’, 윤정미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나라는 색 수집’, 지누지움 탐색 프로그램 ‘아트 패밀리’, 백주미, 양민하, 오창근 작가의 창작 방법에서 힌트를 얻고 코딩을 이용해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M Space 즐기기’ 등 배우고 즐길 프로그램이 풍부하다. 깊어가는 가을날 낙엽이 지는 캠퍼스를 산책하며 학문과 예술의 정취에 빠져들 수 있다는 기회는 덤이다. 단체 관람과 교육 프로그램 참가 예약은 전화 032-540-1350 또는 이메일 mailto:ginueartedu@gmail.com 접수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