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승 개인전 2019. 11. 6 – 11. 12 갤러리엠 (T.02-735-9500, 인사동)

[전시가이드]

2019. 11. 6 – 11. 12 갤러리엠 (T.02-735-9500, 인사동)

그의 마음 속에 붉게 찍혀있던 낙관
안 승 개인전
글 : 안영희 (시인)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 거의 한 생애를 다 돌아서야 안승의 배는 긴 항해를 끝내고 화가의 선착장에 정박하는 중이다.

안승이 유화를 배웠던 임직순 선생께 “내가 너를 너무 늦게 발견했구나!”
라는 탄식의 말씀을 들었던 때가 거의 반세기 너머, 대학 졸업작품전에서 이었다 했으니.
돌아보면 안승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우리의 70년대는, 예술적 원석 같은 재능을 품은 귀한 싹들이 온전히 발아하고 한껏 꽃으로 피기엔, 너무나도 척박한 토양의 시대였다. 동력이 되어 줄 환경의 도움일랑은 없었으나 “부디 사회에 나가서라도 붓을 놓지 말거라”하시던 스승의 간곡한 당부는, 치렁했던 검은 머릿단이 다 빛바래도록 그의 마음속에 낙관처럼 붉게 찍혀, 주저앉을 수 없는 채찍이 되고, 뼈가 되었을까.

늘 비켜있는 듯 자신을 쉬이 드러내지 않는 안승의 과묵한 성격은 그러나, 유독 시대의 격랑이 되어 크게 굽이쳤던 정치인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의 높은 파고에도 휩쓸려 깨져버리지 않고,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를 좇아서 멀리 멀리 간절한 그의 그림의 성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저 봄날 세상의 꽃들이 다투어 피었다가 모조리 진 뒷자리, 다 늦게야 꽃봉오리를 터트린 백일홍이 장장 석 달 열흘을 꽃 피우듯이, 긴 세월동안 감금돼 있었던 안승의 예술혼도, 그 열망의 탄력으로 활활 부시게 불꽃을 이루며 타오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