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법문 (54)
열 가지 족쇄와 네 부류의 성자들
초기불전에서 인간은 크게 범부(puthujjana)와 성자(ariya)의 둘로 구분된다.
범부는 깨닫지 못한 사람이고 성자는 깨달은 사람이다.
성자는 다시 예류자·일래자·불환자·아라한의 넷으로 분류된다.
앞의 셋은 아직 더 공부 지어야 할 존재이므로 유학(sekha, 有學)이라고 하고,
아라한은 모든 번뇌가 다 소멸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공부 지을 것이 없는 존재이므로 무학(asekha,無學)이라고 한다.
성자를 예류자·일래자·불환자·아라한의 넷으로 분류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초기불전의 여러 곳에서 열 가지 족쇄(samyojana)를 말씀하셨으며,
이 열 가지 족쇄를 얼마나 풀었는가를 토대로 하여 성자들을 예류자 등의 넷으로
분류하고 계신다(「물의 비유 경」 A7:15).
열 가지 족쇄는 다음과 같다.
① 유신견(sakkāya-ditthi, 有身見) :
고정불변의 자아, 혹은 실체가 있다고 집착하는 가장 근본적인 삿된 견해, 오온을 자아라고 생각하는 것, 오온을 가진 것을 자아라고 생각하는 것, 오온이 자아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오온 안에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등 오온에 대해 20가지로 자아가 있다고 견해를 가지는 것.
② 계율과 의례의식에 대한 집착(sīlabbata-parāmāsa, 戒禁取) :
형식적 계율과 의례의식을 지킴으로써 해탈할 수 있다고 집착하는 것.
➂ 의심(vicikicchā, 疑心) :
불법승, 계율, 연기법 등을 회의하여 의심하는 것.
➃ 감각적 욕망(kāma-rāga) :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 즉 오감을 통한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
➄ 적의(patigha, 敵意) :
반감, 증오, 분개, 적대감 등을 뜻하며 성내는 마음과 동의어.
➅ 색계에 대한 탐욕(rūpa-rāga) :
초선부터 제4선까지의 색계 선(禪)으로 실현되는 경지에 대한 집착.
➆ 무색계에 대한 탐욕(arūpa-rāga) :
공무변처부터 비상비비상처까지의 무색계 선으로 실현되는 경지에 대한 집착.
➇ 자만(māna, 自慢) :
내가 남보다 뛰어나다, 동등하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마음.
➈ 들뜸(uddhacca, 悼擧) :
들뜨고 불안한 마음.
➉ 무명(avijjā, 無明) :
사성제를 모르는 것.
열 가지 족쇄 가운데 ①∼➄의 다섯은 욕계에서 생긴 무더기 등을 결박하기 때문에 낮은 단계의 족쇄(五下分結)라고 한다.
➅∼➉의 다섯은 색계와 무색계에서 생긴 무더기 등을 결박하기 때문에 높은 단계의 족쇄(五上分結)라고 한다.
특히 아비담마 문헌의 여러 곳에서 열 가지 족쇄 가운데 처음의 셋을 보아서 버려야 할 법들이라고 정리하고 있으며, 나머지 일곱 가지는 닦아서 버려야 할 법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봄[見]과 닦음[修]은 다시 견도(見道)와 수도(修道)라는 술어로 주석서 문헌들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견도에 의해서 예류자가 되고, 수도의 성취 정도에 따라서 차례대로 일래자, 불환자, 아라한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견도와 수도는 후대의 여러 불교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지는데, 특히 북방아비달마를 대표하는 『구사론』과 『성유식론』 등의 유식 문헌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초기불전에서는 예류자는 ①∼➂의 세 가지 족쇄가 완전히 풀린 성자이고, 일래자는 이 세 가지가 완전히 풀렸을 뿐만 아니라 ➃∼➄의 두 가지 족쇄가 아주 엷어진 성자라고 설명한다.
불환자는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가 완전히 풀려나간 성자이고, 아라한은 열 가지 모든족쇄를 다 풀어버린 성자라고 나타나고 있다(A7:15).
- 각묵(覺默)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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