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뿔산 ~ 가마봉 .. 21km.. 11시간..
택시 버스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라 차량 회수를 위해 원점으로 산행 코스를 그려본다..
업 다운이 심한 능선은 무척 미끄러운 낙엽과 전날 내린 눈으로 예상 시간이 초과됐다.
홍천 사는 지인이 토요일에 눈이 많이 왔다며 눈 덮인 설경 사진을 보냈다..
불현듯 눈꽃 산행 욕심으로 홍천 지역에 1000m 넘는 고봉으로 연결된 지맥길 한 토막 능선을 찾아왔다.
차에서 든든하게 도시락을 먹으며 날이 밣기를 기다리며 산행 채비를 한다.
임도를 따르다 하얗게 상고대 꽃이 핀 봉우리가 보여서 무작정 사면을 치고 올라간다.
따뜻한 햇볕으로 상고대가 녹을세라 헐떡이며 기어오른다..
잡목 덩굴에 가로 막히니 헤쳐 올라가는데 무척 성가시다.
잠깐이면 봉우리에 올라설 것 같았는데 골짜기가 거칠어서 진행 속도가 나질 않는다..
그나마 잡목 덩굴이 적은 계곡으로 오르는데, 바닥 암반에 물 이끼로 미끄덩거려서 조심스럽다 .
땀 빼고 바삐오르는데 햇볕으로 녹는 상고대가 머리 위로 후드득 거리며 떨어진다..
조그만 암봉에 올라서서 진행 방향 능선으로 소뿔봉과 통신탑을 조망한다..
지나온 능선..
북쪽 방향..
서쪽 가리산 방향..
미끄러워서 아이젠을 착용했더니 호박 덩어리 만큼씩 달라붙어서 도로 이내 벗어 버린다..
업 다운이 심한 경사면에 미끄러운 낙엽 위로 눈까지 덮여 있어서
한 발 올라서다 두 발자국 미끄러지길 다반사로 힘이 빠진다..
잠깐 구름이 걷히니 가리산 봉우리가 또렷하다..
소뿔 닮은 바위가 있어서 소뿔산이라나..
정상은 .. 저 봉우리를 올라서야..
시종 산죽밭을 헤쳐나가는데 .. 허벅지까지 바지가 흠뻑 젖어버린다..
소뿔산을 넘어서 .. 심한 업 다운으로 능선을 걷는 게 아니라 산을 하나씩 넘는 느낌이다..
군 도로를 올라서 송신탑 울타리를 돌아가는데 탑에 설치된 무인 카메라에서 산에 내려가라고 방송이 나온다..
언제부터 방송을 했는지 .. 한참을 지나갔는데도 30분 이상 가량 방송 소리가 계속 산속에서 들린다..
앞으로 진행할 능선이 아득히 멀리 보이는데..
이 지역 산 전체가 군 훈련지로 통제하고 있는듯 싶다..
바위 절벽 같은 급 내리막을 미끄럽게 버벅대며 바닥까지 내려섰다 올라갈 능선이다..
지맥꾼들보다 훈련하는 군인들이 많이 다녀서 길이 넓어진 듯하다..
산 나방의 고치..
황병고개인줄 알았는데 새로 개설된 군도이다.. 황병고개는 산을 한 고비 더 넘어야한다..
어지간하게 내린 눈이 더 미끄러워서.. 100km 구간 속도에 70km 속도밖에 낼 수 없는 양 진행이 더디다..
황병고개..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몇 번을 미끄러지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할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계속 진행 방향으로 맨 뒤 빼꼼한 백암산이고, 통신탑 우측으로 하산할 능선이다..
지나온 황병고개와 넘어온 1118봉은 안개에 덮여있다.
좌측으로 가장 높은 가마봉(1191m)이다..
우측 맨 앞 삼거리봉에서 좌측으로 봉우리 두 개를 넘어서 가마봉을 왕복한다..
최고봉 답게 눈과 상고대가 녹지 않고 있다..
군인들이 많이 다녀서 좋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길은 거칠다..
내리막에서는 반질한 길보다는..오히려 산죽밭을 헤집고 걷는 게 덜 미끄럽다는 걸 체험한다..
삼거리봉에 배낭을 벗어놓고 가마봉으로.. 지갑과 자동차 열쇠는 챙긴다..
가마봉 직전 전위봉에 반가운 코주부 얼굴 바위..
내려섰다 올라야할 가마봉 가는 길..
넘고 가야할 능선..코주부 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일품인데 안개가 걷히질 않는다..
가마봉(1191m)..
아이젠 착용해봐야 눈 속에 낙엽이 쌓여있어 소용없는 미끄러운 사면길..
뭣에 홀렸는지 .. 가뜩이나 지체된 시간으로 바쁜데 뻔한 왕복길을 놓치고 엉뚱한 알바를 한다..
알바 끝에 제대로 코주부 전망 바위로 다시 되돌아 왔다..
백발의 코주부 아저씨와 작별하고 돌아선다..
다녀온 가마봉을 돌아본다..
넘어야 할 능선은 자욱한 안개 속에 갇혀있다..
안개가 걷히니 넘어야 할 봉우리가 오뚝 솟아있다..
하산할 송신탑 능선은 아직 멀리 보인다..
봉우리를 넘으니 지도에 없는 군도가 또 생겼다.. 이곳이 전체 군 관할로 출입을 통제하는 듯하다.
고개를 지나서 올라선 봉우리에서 적당히 순해 보이는 우측 능선을 택해서 하산한다..
고도를 낮출수록 지형이 거칠다..
어느덧 노루 꼬리 만큼 짧은 겨울해는 저무는데 발길은 조심스러워 빨리 내려서지 못한다..
늘 그렇듯이 마지막에는 잡목 덩굴 지대에 가로 막힌다..
길은 거칠어도 잡목 덩굴에 막히지 않아서 좋다..
비로소 묵은 임도를 만나니 아직 갈 길이 멀어도 다 내려온 듯 한숨 돌린다..
해가 짧은 겨울산행은 못 다 걸은 산길로 늘 아쉽게 이리 마무리된다..
폐축사를 지나도 사람 흔적이 없는 6km가 넘는 깊은 골짜기이다..
이곳에서 곧장 큰길 접속 도로까지 4km 인지라, 이 길을 버리고 우측 산으로 방향을 튼다.
후레쉬 밝히며 컴컴한 산길을 조바심 안 나게 시간도 모른 척 무심하게 터덕거리며 산을 넘는데,
꺽 꺽 대는 멧돼지 소리와 밤을 잊은 짐승들 소리만이 깊은 산중에 울려댄다..
첫댓글 소뿔산은 그대로인데 가마봉에는 정성석이 섰네요. 급하게 서두르는데 위에서 상고대가 녹아 떨어지는 경험은 많이 있었지요.^^ 겨울 산에서는 일찍 내려옵시다.
욕심을 버려아 하는데 머무는 산이 좋아서 내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