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안고 돌다가 가슴에 멘 카메라가 바위에 걸리고 중심이 뒤로 넘어지면
온몸이 카메라와 함께 물에 빠지면서 정들었던 카메라가 수명을 다했다.
묘하게도 물에 빠진 후 ..이 장면 딱 한 장 찍은 후 더이상 작동을 안 한다..
여기서 부터는 카메라 대신 핸드폰이 수고를 해준다..
사태 계곡을 버리고 조금 일찍 능선으로 붙었더니..
그물에 걸린 고기인냥 온몸을 감아채는 덩굴에 갇혀 바둥대다가
시간과 진만 잔뜩 빼고서 다시 계곡으로 내려온다..
잡목 덩굴 때문에 힘빼고 비로소 능선에 올라서서 편안함을 맛보는 것도 잠시뿐..
짐승들도 다니기 힘든 험한 바위와 거친 잡목의 무성한 숲으로 시야가 가려서
관터쪽으로 알바하기 쉬운 곳이라 독도에 바짝 신경쓰면서 답답하게 진행한다..
간혹 잠깐씩 짧게 나타나는 길 흔적도 도움 안되고,
오직 가야할 방향만 유지하면서 쌩잡목을 헤쳐나간다..
언뜻 대청봉이 보이고..
화채봉이 보여서 가야할 방향이 제대로 옳다고 확인한다..
백암 우능도 보이고..
송암산 뒤로 대포항 바다가 보인다
암봉 뿌리를 계속 밑으로 돌다보면 엉뚱한 관터쪽으로 하산할까 싶을 정도로 크게 우회하게 된다..
얼마전에 우측에서 걸어 올랐던 송암능선을 건너바라본다..
우측 대청 다음으로 좌측 높은 1341봉에서 내려온 쉽지않았던 능선을 돌아본다..
대청과 화채..
1103봉으로
..
내려온 능선을 뒤돌아보고..
1103봉..
참호는 아닐터.. 숯가마터 아니면 송이꾼 움막터로 짐작해본다.
아름드리 금강송 사이로 다닌 송이꾼들 흔적으로 잠시 편하게 산길을 걷는다..
관모산(877m)....... 뚜렷히 열린 송이꾼들의 영혈사 길을 버리고..
이후 오직 지도만을 확인하면서,한동안 길도 없이 잡목을 헤치며 내려간다.
찾는이도 없을텐데.. 저수지 급사면에 테크를 설치한 덕분에 물에 빠질 염려없이 편하게 이용한다..
근 십년 간 전국 산하와 해외에서 고락을 함께한 정 들었던 카메라가 수명을 다했다.
스트랩마저 끊어질듯 험한 부침속에서도 잘 버텨줘서 삼백 가까운 본전은 뽑은 듯 하다.
후속 모델을 입양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
가방까지 근 3킬로를 목에 덜렁대며 메고 다닐 체력이 이제는 못 된다..
짧은 산행도 아니고 대부분 10시간 안팎 산행인데 먼 길은 무게감으로 힘들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슨 대단한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산길을 걷다 순간 맞이한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사진에서
그때의 감흥이 잊혀지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다.
가벼운 똑딱이는 화질 때문에 타협할 수 없고, 요즘 성능 좋다는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조작감에서 불편을 감수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무게감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산행과 사진의 적절한 타협은 없을까..
아직까지 산행 욕심이 많아서 자연속에 동화되어 산길을 길게 걷고도 싶고..
카메라로 담아낸 지난 시간속에 느꼈던 산길의 감흥을 포기할 수는 없는데..
...두 가지 중에서 어느 한 쪽을 놓고 싶지는 않다..
나이들수록 버리라는데, 욕심으로 몸만 고단할 뿐이다.
평소에 셀카를 잘 안 찍다가 이날 찍었는데..
마지막으로 내 모습을 남겨주려고 그랬는지도..
첫댓글 카메라에 담지말구...
나처럼 눈에다가 담아오신다면...^^
점점 흐려지는 게 기억력인데.. 며칠이나 담겨있을까요 ㅋ
매번 마음을 동하게하는 사진들을 보기만 해왔기에 댓글은 처음입니다...
매주 새롭고 좋은 글을 더한 우리 산하의 멋진 풍경과 음악들을 즐기고 있기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번에도 한번 더 장만하셔서 저 같은 사람들 호강시켜주실 것을 기대하면 욕심이지요? (폰 사진도 물론 충분한 감흥을 줍니다)
트랙도 회원들에게 공개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만.. 역시 어렵겠지요?
항상 안전산행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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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정성이 담뿍 담긴 댓글로 절로 기분 좋아지는 아침입니다.
저는 글 재주가 없어서 사진으로 산행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산행에서 사진은 뗄레야 뗄 수 없게 됐습니다.
성원에 감사 드리며 더운날 건강에 유의하시어 산행의 행복을 담뿍 누리시길 바랍니다 ㅎ
조심하셔야지. 여전하시네. 그래도 멋진 카메라 하나는 장만하셔야겠어요.
이정표 없는 산길을 걷다보니 늘 정신 바짝 차리고 걷습니다 ㅎ
지금껏 습관처럼 이제는 산행과 사진을 뗄 수 없는 관계인지라 고민입니다.
여러 기종를 사용해 보질않아서 막상 새로운 놈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네요 ㅎ
저도 캐논 구형있는데 무게에 걸리적거리고
무엇보다 밧데리 새거 살려니 돈들어서 ㅎㅎ ~~ 그래도 작품찍으실려면 좋코 큰놈으로 ~~
처음부터 카메라에 취미를 안 붙혔기에 허전함도 없을 겁니다.
짐 처럼 아폰으로 멋지게 담으면서 산길에서 행복 충만하시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