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기 초에 '부모 상담 기초 자료'를 작성한다.
담임 선생님이 무섭 씨 편에 용지를 보내오셨다.
'부모 상담 기초 자료'이니 어머니가 작성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선생님께 부탁드려 파일로 한 부 보내달라고 했다.
받은 파일은 누나에게 보내드렸다.
"선생님이 무섭 씨 지도하는데 필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어머니 몫이니 어머니께 드리는 게 당연하겠죠.
어머님과 잘 의논하셔서 제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오늘 저녁 먹을 때, 무섭 씨 생일에 집에 갈꺼라고 하니 무척 기뻐했습니다.
아직까지도 무섭 씨 말 중에 제가 온전히 알아듣는 건 엄마 밖에 없습니다."
얼마 후 답장이 왔다.
"선생님~ 우선 답변이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 상큼한 봄이 다가오네요.^^
늘 마음뿐이고 연락 자주 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입니다.
무섭이가 월평빌라에서 생활한지도 제법 오래됐지만
그래도 저는 무섭이 생각을 하면 아직도 코끝이 찡해지네요.
선뜻 선생님께 전화해서 무섭이 안부를 묻기가,
아직은 마음 한 켠이 서늘해지고 그래서 자꾸만 잘 지내겠지… 하고
혼자 생각하고 말게 되는데요.
엄마와 달리 저는 아직 무섭이와 선뜻 통화를 하거나
안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고 눈물부터 앞서네요.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극복이 되겠죠.^^
항상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구요.
우리 섭이가 좋은 곳에서 좋은 분들과 생활하고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 모릅니다.
가족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데
우리 무섭이에게 많은 사랑을 느끼게 해주시리라 생각해요.^^
늘 월평빌라에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가오는 봄만큼이나 따뜻한 일상이 되길 바랄게요."
누나의 편지를 읽는데
괜시리 코끝이 시큰거린다.
장문의 편지에 묻어나는 누나의 마음이 느껴진다.
덕분에 아주 상세한 내용의 부모상담 기초자료를 선생님께 드릴 수 있었다.
2012. 3. 25 일지, 임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