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고향 친구가
안도에서 산을 넘어 찾아왔습니다.
여러 고개의 강산을 보내고서야 만남을 이룬 만큼
친구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여있었지요.
몇 시간 째 술잔이 오가는 동안 친구가 풀어낸 지난날은
홀로 넘어온 산길보다 훨씬 고독하고 서글펐습니다.
이윽고 흐린 날씨였으나
하루해가 긴 그림자를 만들 때였지요.
그만 돌아가야겠다는 친구를 따라 일어서고보니
이제는 친구가 다시 넘어갈 산길이 걱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우리의 배웅은
마침내 그 산을 넘고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 옛날 안도가는 길은
섬 아이들이 매일 넘나들던 등교길이었지요.
그러나 진화해버린 문명의 이기는
겁부터 먹는 현실을 당연하게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안도가는 길은
예쁘게 단장되어있었지요.
알고보니 그 섬까지 확장된 치로 사업 덕분이라더군요.
그곳은
세월만큼 자라버린 넝쿨식물들이
숲과 숲 사이 공간을 잠식하고도 모자라
돌담들의 흔적까지 지우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래도 희미하게 이어지는 어제 같은 길이
여전히 건재해 있음을 우린 금방 알수 있었지요.
중년이 되어버린 제가 고향에서 보낸 시간은
두 손으로도 꼽을 수 있을 만큼 짧고 좁습니다.
그럼에도 질긴 제 향수는
바다와 섬 사이에 갇혀버린지 오래입니다.
연육교가 이어지면 그동안 중단되었던 새로운 길도
우리동네까지 이어집니다.
쉽게 오갈 수 있는 길은
그러지 못한 길을 지우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지요.
그러나 안도가는 길은
서고지로 돌아오는 길이 있고
비가 오면 애기 울음소리가 날 것 같은 돌담불이 있습니다.
그리고
푸르던 가을 하늘아래 소담스럽게 피어나던 구절초가 있고
동네 언니와 무를 뽑아먹던 산밭이 숨어있지요.
어디 그뿐이던가요.
슬픈 할미꽃피던 무덤과
솔가리 긁어대던 어린 가시네들의 그리운 추억이 있지요.
내 인생에 안도가는 길을 지우거나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길도
우리가 걷지 않으면
이미 길이 아닌 것은 자명한 순리이겠지요.
행여라도 그런 생각은 말아야겠습니다.
안도 가는 길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내 그리운 향수이니까요.
* 애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0-02-09 22:39)
산적두목
오솔길이 신작로가 되고
다시 그 위에 아스팔트가
덮히던 날
아련한 그 옛날의 추억도
고스란히 묻히는 듯 했지요.
한동안 그 헛헛함으로
가슴앓이를 한적도 있었지만
이기적인 생각으로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라곤 못하겠더이다.
정은 옛 정이 그립고
사람은 새 사람이 좋다는 말
세상사 인정이 아니던가요.
상실의 시대!
몇 해 전까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물음 이었지요.
그러나 우리 세대에서
누렸던 몫과 다음 세대에서
누려야 할 몫이 다르다는 걸
조금씩 조금씩 깨닿고 있습니다.
서고지 방파제
그 섬이 그리워집니다.
2009-08-15
09:04:12
애린
지난 휴가때는 저온 현상으로
그 섬에서 물 한번
제대로 적시지 못하고 올라왔네요.
그래도 집앞에서 담그면 올라오는
매가리 낚시덕에
잘 먹고 잘 마시고 왔습니다.
서고지 방파제...
님을 그리며
잘 있습디다.
2009-08-16
23:48:04
유영수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주 못가는 고향의 향수를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서고지 잘 있지요? 안부 좀 하고 오시지,,,ㅎㅎ
감사합니다.
2009-08-20
09:10:47
애린
정말 오랜만에 나타나셨네요. 영수 오빠님
울 오라버니도 잘 있고 서고지도 잘 있습디다.
내년이면 우리섬에도 모하저수지 물을 마실 수 있다하는데
그 물맛을 보러라도 함 다녀오세요.
명절이면 그 섬 아이들의 아지트 방파제가
다시 떠들썩하던 시절들이 돌아왔음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많이 반갑습니다.
2009-08-20
23:43:45
얼음꽃
길은 그리움입니다.
무엇을 향한 그리움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그저 두려움 설레임으로 그냥 걷고 싶은...
아직도 그런 그리움이 많이 남아 있다.
고향을 다녀오셨군요.
전 뉴뇩을 다녀왔습니다.서로 다른 영역이 중심에서 다 이루고 있는
참 매력있는 도시지요. 어두운 기억까지도 사랑할만큼...^^
2009-09-06
14:50:36
애린
저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땅...
그곳이 그리움으로 남는 날이 있기를
꿈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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