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더스 헉슬리. 『영원의 철학』(The Perennial Philosophy) 조옥경 역. 김영사 2014.
528쪽, 19,800원. 해제 오강남
저자(Aldous Huxley, 1894-1963)는 20세기 초, 문학에서부터 예술, 철학, 심리학, 과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남다른 눈으로 성찰했던 시대의 예언자이다. 영국 태생의 문학가, 비평가, 사상가로서, 그의 대표작인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생명공학의 개념조차 없던 1930년대에 이미 인공수정과 인간 복제를 거론하면서 유전자에 의한 계급 통제를 예견했다. 동서양 신비주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그는 쟁쟁한 영성가들과 깊이 교류하며 전쟁, 정치, 경제, 윤리, 교육, 종교, 기술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궁극적 실재와 조화시키려 애썼다.
1945년 출판되었던 이 책은 다시 한 번 고전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풍부한 인용문(400여 인용문)은 처음 대하는 다른 종교 전통의 인물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게 해 주고, 기독교 안에서조차 처음 접하는 인물들이 많다. 그 중에 특히 영국 성공회의 토마스 트러헌이나 침례교의 윌리엄 로 같은 인물을 만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저자가 자주 인용하고 있는 윌리엄 로 같은 이는 요한 웨슬레의 영적지도자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때까지 서구 지성사에 전해오던 ‘영원의 철학’이라는 개념을 핵심적으로 통합하여 종교와 영성에 대한 이해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그 업적은 현대 미국의 사상가 켄 윌버(Ken Wilber)가 동서양의 종교와 심리학을 독창적으로 통합시킨 것과 비교된다. 이 책의 제목에 철학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철학’이 아니라서, 철학 대신 종교로 대체하여 읽어도 좋을 듯 하다. 그러나 다양한 표피적인 종교를 열거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심층적인 종교를 27 가지 주제별로 친절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내가 글을 써야 할 때 사전처럼 옆에 두고 참고하는 책이다.
다음은 10세기 이집트의 수피 니파리(Niffari)의 불가사의한 말이다.
“신은 내게 바다를 지켜보게 하셨다. 나는 배가 가라앉고 널빤지가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 후 널빤지마저 가라앉았다. 그러자 신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떠도는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다. ’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 ‘떠도는 대신 물로 뛰어드는 사람은 위험을 무릅쓴다. 떠돌면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사람은 멸망할 것이다. ’ 그리고 말씀하셨다. ‘바다 표면은 잡을 수 없는 섬광이다. 바닥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그 둘 사이에는 두려움의 대상인 거대한 물고기들이 있다.’”
(이건종 목사, 한국샬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