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쪼그만데 배 내미는 까닭…내년 말 AEC 출범에 기대
중국ㆍ한국ㆍ일본이 90%를 과점한 세계 조선시장에서 필리핀이 한몫을 차지하러 나섰다.
필리핀 정부는 외국 조선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일정 기간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혜택을 제공한다. 지정된 특별경제구역에서 선박을 건조해 수출하면 법인세를 면제해준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 제조업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다. 필리핀은 약 71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물류를 해상운송에 크게 의존한다.
현재 필리핀 섬 사이를 오가는 선박은 해외에서 들여온 중고선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선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약 100개에 이르는 필리핀 조선업체는 영세해 새로 선박을 건조할 역량이 못 된다. 필리핀 조선업체는 선박 수리ㆍ개조 서비스만 제공한다.
최근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필리핀이 해외 기술과 자원을 들여와 글로벌 조선 허브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은 2010년 유럽의 경쟁국가들을 제치고 중국ㆍ한국ㆍ일본에 이어 건조량 기준 세계 4위 조선국에 올랐다.
◆쓰네이시ㆍ한진 쌍끌이= 필리핀 조선산업은 일본 쓰네이시(常石)홀딩스가 설립한 쓰네이시중공업과 한국의 한진중공업이 쌍끌이한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IHS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에서 모두 133만t 규모의 배가 제작됐다. 쓰네이시중공업이 이 가운데 50.8%를 담당했고 한진중공업은 48.9%를 맡았다. 이는 100t 이상 규모 선박을 집계한 결과다.
히로시마(廣島)현 후쿠야마(福山)에 본사를 둔 쓰네이시홀딩스는 1994년에 세부섬 서해안에 조선소를 완공했다. 쓰네이시중공업은 이 조선소에 지금까지 5억5100만달러를 투자했다. 세부 조선소는 길이가 450m인 도크를 포함한 넓이가 147만㎡로 후쿠야마 조선소의 2배에 이른다.
하도급업체 노동자까지 모두 1만3000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이 가운데 1400명이 일본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는 연수를 마쳤다. 일본인 직원은 약 70명이다.
쓰네이시홀딩스는 중국 저장(浙江)성에서도 조선소를 운영한다. 쓰네이시홀딩스 전체 선박 건조량 중 쓰네이시중공업이 40%를 기여한다. 쓰네이시중공업은 철, 원광석 등을 수송하는 벌크선을 주로 제작한다.
쓰네이시중공업은 올해 20척을 건조할 예정이다. 이 회사 고노 히토시 사장은 "2018년까지 연간 30척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와 한국의 경쟁력에 밀렸고 2008년 이후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30%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한때 절반 이상 차지하던 전성기에 비하면 쇠락한 모습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일본 조선업체에 수주를 늘리기 위한 해외시장 진출을 권유하고 있다. 이 권유에 가장 적극적으로 따르는 곳이 쓰네이시중공업이다.
한진중공업은 루손섬에서 수빅 조선소를 운영한다. 수빅 조선소는 230만㎡ 부지에 자리잡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09년 수빅 조선소를 완공하고 이곳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해양플랜트를 건조하고 있다. 부산 영도 조선소에서는 선박 설계를 비롯한 연구개발(R&D)을 하면서 특수선과 중소형 상선을 제작한다.
◆AEC 출범하면 큰 장 선다= 두 업체 외에 호주 오스탈과 싱가포르 케펠이 필리핀에 진출했다. 오스탈은 알루미늄 소재 여객선을 제작한다. 케펠은 선박 수리 조선소를 운영한다. 닛케이는 영어권 조선업체들은 필리핀에 진출할 때 영어가 통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조선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아직 2%에 불과하다. 닛케이는 그러나 필리핀이 미래를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내년 말 출범하면 동남아의 해상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