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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고독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 노인들을 위로하고,
신앙의 전수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의 역할과
중요성을 되새기며 그들의 소명을 격려하고자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하였다.
한국 교회는 보편 교회와 함께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7월 26일)과 가까운
7월 넷째 주일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지낸다
(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 총회).
▦ 오늘은 연중 제17주일입니다. 우리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성자를 통하여 우리에게 기도의 신비를
밝혀 주시고 성령을 내려 주시어, 우리가 아버지를 굳게 믿으며
꾸준히 기도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누리게 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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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인 열 명만
찾을 수 있어도 그곳을 파멸시키지 않겠다고 하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빚 문서를 지워 버리셨다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며,
청하면 아버지께서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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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18,20-32
그 무렵 20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너무나 크고,
그들의 죄악이 너무나 무겁구나.
21 이제 내가 내려가서, 저들 모두가 저지른 짓이
나에게 들려온 그 원성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아야겠다.”
22 그 사람들은 거기에서 몸을 돌려 소돔으로 갔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주님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23 아브라함이 다가서서 말씀드렸다.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24 혹시 그 성읍 안에 의인이 쉰 명 있다면, 그래도 쓸어버리시렵니까?
그 안에 있는 의인 쉰 명 때문에라도 그곳을 용서하지 않으시렵니까?
25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이시어 의인이나 죄인이나 똑같이 되게 하시는 것,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의 심판자께서는 공정을 실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26 그러자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소돔 성읍 안에서 내가 의인 쉰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보아서 그곳 전체를 용서해 주겠다.”
27 아브라함이 다시 말씀드렸다.
“저는 비록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 몸이지만,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
28 혹시 의인 쉰 명에서 다섯이 모자란다면,
그 다섯 명 때문에 온 성읍을 파멸시키시렵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곳에서 마흔다섯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파멸시키지 않겠다.”
29 아브라함이 또다시 그분께 아뢰었다.
“혹시 그곳에서 마흔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마흔 명을 보아서 내가 그 일을 실행하지 않겠다.”
30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서른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곳에서 서른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일을 실행하지 않겠다.”
31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
혹시 그곳에서 스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스무 명을 보아서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32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다시 한번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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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입니다.2,12-14
형제 여러분, 12 여러분은 세례 때에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과 함께 되살아났습니다.
13 여러분은 잘못을 저지르고 육의 할례를 받지 않아 죽었지만,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그분과 함께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14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담은 우리의 빚 문서를 지워 버리시고,
그것을 십자가에 못 박아 우리 가운데에서 없애 버리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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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13
1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3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4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5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벗이 있는데,
한밤중에 그 벗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
6 내 벗이 길을 가다가 나에게 들렀는데 내놓을 것이 없네.’
7 그러면 그 사람이 안에서,
‘나를 괴롭히지 말게. 벌써 문을 닫아걸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네.
그러니 지금 일어나서 건네줄 수가 없네.’ 하고 대답할 것이다.
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9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10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11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
12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13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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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시절, 성체 조배를 할 때 자주 분심이 들었던 저는
주위의 동료들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부러움과 기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참으로 부끄러워했어야 하는 점은,
그 당시 어느 누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오늘 제자들은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기도 내용과 함께 그 자세까지도 알려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안에서 “아버지”라는 호칭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군더더기도 없이 “아버지”라고 부르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부르실 때 사용한 이 호칭은 아들과 아버지의
친밀하고 특별한 관계를 말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이 호칭으로 하느님을 부르라 하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라고 말씀하시며
성모님을 어머니로 소개하신 것처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당신께서 하느님과 맺고 있는 친밀하고 특별한 관계,
곧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초대하십니다.
아버지와 나누는 친밀함은 기도의 핵심이며 목표입니다.
‘아버지’라는 호칭 하나만으로
‘다른 민족 사람들의 빈말’(마태 6,7 참조)이 필요 없습니다.
아울러 ‘아버지’라는 호칭은 아버지와 이루는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자녀라는 사실도 알려 줍니다.
서로서로 형제로 대하는 것이 ‘아버지’라는 호칭의 진정성을
보여 줍니다. 우리의 기도가 더 단순해지고 깊어져야 하겠습니다.
(김인호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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