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고사의 견해
붓다고사는 겁을 수(壽)―겁(劫)(āyu―kappa)으로 이해한다. 밀린다팡하(Milindapanha)의 정의에 따라 붓다고사는 겁을 한 시대의 인간의 수명(āyu―kappa)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 시기에 인간의 평균 수명은 100년이기 때문에, 따라서 겁은 여기서 100년을 의미하게 된다. 붓다고사는 kappavasesa를 100여 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해석법은 다소 특이하다. 그는 avasesa를 '여분의'(atireka)로 이해하지만, avasesa는 대체로 '나머지'를 의미한다.
왜 그는 '지나친', '여분의'로 이해했을까? 붓다고사는 겁(kappa)을 100년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kappavasesa는 '100여 년'이라고 해석해야만 한다. 만약 겁을 100년이라고 이해하고, kappavasesa를 '100년의 나머지'라고 이해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신통력을 가진 자가 이미 100살이라고 상정해 보자. 만약 그가 신통력을 통해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자신의 겁(100살)을 마쳤기 때문에, 남은 것이라곤 없다. 이런 이유로 붓다고사는 kappavasesa 를 '100의 나머지'가 아니라 '100여 년'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붓다의 수명에 관련하여 겁을 <열반경>의 주석서에서는 붓다고사가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지만, <논사>(Kathkāvatthu)의 주석서에서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거기서 그는 신통력을 가진 이는 겁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반박하고 있다.
붓다고사는 다음과 같이 가현설을 부정하고 있다.
"붓다는 바로 이 세상에 머물렀다. 세상사에 자신의 마음을 더럽히지 않은 채, 이 세상 밖에 머문 것이 아니다."
붓다고사가 붓다에 대한 가현설을 부정하는 이유는, 가현설은 역사적인 붓다를 환영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붓다고사의 견해에 의하면, 아무리 붓다가 위대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그의 삶은 다른 인간들처럼 실제적인 것이다.
대중부의 붓다 가현설과 대조적으로, 붓다고사는 <열반경>의 한 경문을 주석하고 있다. 문제의 소절은 다음과 같다. 붓다가 8부 대중을 향해 법을 설할 때, 그의 안색과 그의 목소리는 그들과 같아졌다. 8부 대중은 약간의 차이도 느끼지 못했다. 붓다고사의 주석에 의하면 붓다는 어떠한 청중과도 동일하게 보이며, 청중이 사용하는 어떠한 언어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설명은 마음이 만든 육신(manomaya―kāya)이라는 개념과 유사성을 갖는다고 생각된다. 붓다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몸을 만들어서, 범계(梵界)를 위시한 여러 천상들을 방문한다. 붓다고사의 견해로는, 이 세상에 살았던 역사적인 붓다는 진실이고 이 세상에 머물면서 가상의 몸을 만들어서 다른 세계를 방문했다. 붓다고사의 이러한 불타관은, 상좌부의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불타관을 잘 따르고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대본경>(Mahāpadāna―sutta)의 주석서에서, 붓다의 수명에 대한 붓다고사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다. '또 한 번의 100년을 살지 못하지만, 20년, 30년, 40년, 50년 혹은 60년을 더 살 수 있다.' 예를 보여준다. 재가신자 비사카(Visākha)는 120년을 살았고, 아난다(Ānanda), 마하캇사파(Mahākassapa), 아누룻다(Anuruddha)는 각각 150년을 살았다. 바쿨라 장로(Bakkula Thera)는 160년대을 살았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200년을 산 사람은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붓다고사는 제불(諸佛) 사이의 수명 차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비팟시(Vipassi)붓다 등의 제불과 보살들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긴 수명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수명은 전생에 행한 업에 좌우된다. 붓다 등은 측량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선업을 지었기 때문에 그들의 수명은 그만큼 긴 것이다. 그러면 왜 그들은 그렇게 장수할 수 없을까? 붓다고사는 계절과 음식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없다고 설명한다. 계절과 음식은 수명의 장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왕이 정의롭지 못하면, 그의 신하도 정의롭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그들의 보호신도 정의롭지 못하게 되고, 태양과 달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고, 바람도 제대로 불지 아니하게 된다. 이리하여 기상체계가 적절히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날씨는 농작물에 나쁜 영향을 준다. 농작물은 소화하기에 부적절하게 되어 사람들은 자주 병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그들의 수명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상의 악순환을 뒤집게 되면,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비록 제불의 수명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이겠지만, 그들이 인간 세계에 사는 한 그들의 육신은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그들의 수명은 보통 사람들의 수명과 같게 된다. 붓다고사의 설명은 업설과 불(佛)의 수명을 조화시키고 있다. 정통적인 업설에 의하면 불(佛)은 전생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선행을 하였기 때문에 그의 수명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길어야 한다. 그러나 불(佛)은 그러한 긴 수명을 지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의 수명만큼 살 수 밖에 없었는가를 변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붓다고사의 설명은 석가모니불에게 적용해보면, 역사적인 붓다의 수명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①붓다는 본래 자신의 전생의 선업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긴 수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②붓다가 태어난 세상의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100년이기 때문에, 그도 또한 같은 길이의 수명을 가졌다.
③그렇지만, 카쿠산다(Kakusandha)불과 같이 붓다는 자신의 수명 중 4/5만 살고 나머지 1/5는 포기해 버렸다.
④만약 포기하지 않고 원하기만 했었더라면, 100세까지 계속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붓다의 신격화와 반신격화/ 안양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