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수명연장 능력에 대한 이견
<열반경>에 의하면, 붓다는 하안거의 시작 직후 심한 병에 걸리게 된다. 자신의 제자들에게 자신을 친견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입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심한 병고를 인내했다. 명행(命行)에 집중함으로써 고통을 완화시켰다고 팔리어 <열반경>은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붓다가 자신의 죽음을 연기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열반경>에서 붓다가 4신족을 통해 겁까지 살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는 경문을 앞서 살펴보았다.
대중부의 입장
<논사>의 주석서에 의하면, 특히 대중부 계통은 붓다가 4신족(四神足)을 통해 자신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서 살펴본 <이부종륜론>에서는 붓다의 수명 연장 능력에 관한 언급이 없지만, 붓다고사는 대중부계가 붓다의 수명 연장 능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붓다가 무한의 수명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북방불교의 논서에서 수명의 연장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수량이 무한이라고 믿었으므로 수명을 연장한다는 언급은 불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설일체유부의 입장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아비달마대비바사론>은 세존이 수명을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열반경>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열반경>에 의하면 붓다는 우안거 직후 치명적인 병이 발생할 때 명행(命行)을 유지하여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고, 마라와의 대화 직후 수행을 방기함으로서 수명을 줄인다. 설일체유부는 왜 세존이 수명을 연장하기도 하고 단축하기도 했는가를 7가지 설로 설명하고 있다. 그 중 붓다가 4신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떤 설에 의하면, 선정을 얻어 자재할 수 있음을 보이기 위해, 세존은 수명을 유지하기도 하고 방기한다. 세존은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나는 4신족을 잘 수행하였으므로 1겁 또는 1겁여유를 원하기만 한다면 마음대로 머물 수 있다.' 이 설을 주장하는 논사는 <열반경>에 보이는 4신족을 통한 수명 연장 선언을 문자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가세나 장로의 견해
붓다의 수명 연장 능력에 대한 믿음은 밀린다(Milinda)왕과 나가세나(Nāgasena) 장로의 대화에서도 보인다. 밀린다팡하(Milindapanha)에서 밀린다왕은 <열반경>에서 신통력을 통한 수명 연장에 관한 내용과 '붓다는 3개월 뒤 입멸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대치시켜 딜레마를 만들려고 한다. 왕은 붓다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문장과 붓다가 3개월 뒤 입멸하겠다는 문장이 서로 상반되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해로는, 붓다가 수명 연장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3개월 뒤에 입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달리 말하면, 붓다가 수명 연장 능력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입멸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나가세나 장로는 왕의 이러한 질문을 비유를 가지고 설명한다. 만약 왕이 소유하고 있는 말이 바람처럼 빠르다고 하자. 왕은 그 말에 대해서, '이 말은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멀리 세상의 끝까지 가서 있다가 한 순간에 여기로 되돌아 올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왕은 말의 속력을 보여 주지 않았지만, 말의 속력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록 붓다가 자신의 신통력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붓다도 자신의 신통력의 실재를 선언한 것이라고 나가세나 장로는 답변하고 있다. 나가세나 장로의 견해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붓다의 신통력은 실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통력을 통해서 자신이 원했더라면 그는 자신이 받은 수명 내지 혹은 자신의 잠재적인 수명의 잔여분 동안 더 세상에 머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하시바 장로의 견해
우선 장로는 <열반경>에 보이는 4신족과 수명 연장에 관한 선언이 붓다 자신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믿고, 따라서 붓다의 말씀이므로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붓다는 결코 불가능한 것에 대해 공허한 말씀을 하지 않는다. 그는 벨루바(Beluva)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질병을 10개월 동안 억눌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그는 계속 반복하며 10개월 씩 등지(等至, samāpatti)를 성취하고 질병을 극복하여 전 현겁(賢劫) 동안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열반경>에 의하면 붓다는 우안거 직후 격심한 질병에 걸리게 된다. 이때, 붓다는 중병을 잘 극복함으로써 죽음을 미룰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전에는 붓다가 그 당시 10개월 동안 수명을 연장했다는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질병을 극복하여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는가에 관한 설명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장로는 붓다가 신정(神定)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여 현겁이 끝날 때까지 살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열반경>에서 수명의 연장능력으로서의 4신족과 지금 장로가 언급하고 있는 등지(等至)가 동일한 것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지만 붓다고사와 달리 마하시바 장로는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는 듯하다.
<붓다의 신격화와 반신격화/ 안양규 교수>